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5-06-09 18:58

ㆍIP: 118.xxx.210

봄날은 간다,

춥고 살벌하던 겨울이 지나면 식물은 초록의 새싹을 틔우고 화사한 꽃들이 앞다투어
봄소식을 전합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은 화창한 날씨와 화사한 꽃들의 잔치에 기지개를 켜게 됩니다.
연중 가장 좋다는 계절인 봄, 이 봄이 짧게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좋은 계절이 힘든 고난의 계절이고, 꽃이 빨리 지기만을 바라는 처지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찿아오는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때문입니다. 비염은 남들이 환호하며 반기는 꽃소식과 함께
찾아오고,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절정을 이룰 무렵이면 저의 비염도 최악의 상태가 됩니다.

원래 비염 기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비염은 수상스키를 배우면서부터 심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강 물에는 많은 수상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 테고, 입과 코를 통해 들어간 이런 자극들이
잠재되어 있던 내 약점들을 자극한듯싶습니다. 눈을 비비고 코를 훌쩍거리며 열심히 스키를 배우려고
한 노력이 결국은 상태를 악화시켜 지금은 수상스키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 야회에서 치르는 행사가 많아지고 봄을 기다려온 분들은 이를 행복이라 합니다.
사람도 꽃처럼 봄이면 화색이 좋아지고 특히 여자들은 화사한 차림으로 맵시를 자랑합니다.
남들과는 반대로 봄이면 꺼칠해져 있는 저의 모습은 비염이 아니더라도 외출이 꺼려지게 됩니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싫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비록 고통스럽고 힘들더래도 봄이 없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동면의 겨울은 봄의 희망이 있기에 인내하지 않나 생각해 보니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봄이긴
하지만, 계절의 바뀜을 바라봄만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봄은 모두가 바쁘게 계절이라 혼자 집 안에 있기도 어렵습니다.
아들이 운동하는 탓에 봄이면 밖에서의 활동이 많아지게 되고 따라서 어려움도 많아집니다.
게임이 있는 날이면 아들의 게임 참여와는 무관하게 내용이 궁금해 집 안에 있지 못하고 쪼르륵 달려가게
되고 바람 부는 운동장 관중석에 앉아 있으려면, 코가 간질거리며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고생도 싫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해대는 재채기가 싫어서 자기 전에 약을 먹게 됩니다.
콩알만 한 이놈이 먹고 나면 완전히 닭 병 걸린 닭 신세가 되고 맙니다.
비몽사몽 몽롱한 정신 하며 졸음이 쏟아져 견딜 수 없게 되니 집에 있을 때면 자면 되지만,
운동장에서 아이들 경기하는 모습을 몽롱한 시선으로 본다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몽롱한 약 기운 속에 취해 있다 보니 어느새 봄이 지고 있습니다.
남들은 아쉽다고 하는 봄이, 지는 꽃들이, 저에게는 -이제는 살 것 같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몽롱하던 약 기운, 맹맹하던 코, 언제 그랬나 싶습니다.
이런 안락함도 잠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도 한바탕 비염과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의 행복만 흠뻑 즐기기로 했습니다.

요즘 메르스가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좌석에 앉아 가려면 재채기나 기침을 몇 번 하라고,
주변 사람들이 썰물같이 갈라져 피하는 탓에 주변 좌석이 다 빈다는 웃지 못할 얘기입니다.
저에겐 천만 다행한 일입니다. 조금만 일찍 메르스가 왔다면, 저는 사람들의 눈총에 매우 괴로웠을 테니까요,
흐르는 콧물, 심한 재채기, 충혈 된 눈까지 아마 영락없는 메르스 중증 환자의 모습입니다.

메르스의 고통에 시달리시는 환자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까짓 콧물 좀 흘리는 것 가지고 엄살을 핀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어서 바삐 훌훌 털고 일어나십시오,
메르스가 퇴치되듯, 저도 봄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하며, 봄날은 간다를 콧노래로 불러보고 싶습니다.

비염, 조아/이은경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몽롱한 환각에 빠진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염 탓에
약에 취한 몽롱함이다.
꽃피는 좋은 봄날, 멋진 단풍의 가을,
콧물 훌쩍이며 충열 된 눈으로 봐야 하니
계절의 호사가 그림의 떡이다.
재채기로 시작하는 아침이 싫고
미리 먹어두는 약,
몽롱한 수면의 시간이 아득하기만 한데
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꿈은,
꿈도 약에 취한 것인가?

백낙은 2015-06-09 21:18	조아 이은경 작가님. 비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시는군요. 비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저도 젊을 때 비염을 앓았는데 약한 소금물로 코를 계속 청소 했더니 그 후로는 지금까지 비염이 없답니다. 무슨 약인들 안 쓰셨겠습니까만 자기에게 맞는 처방이 따로 있게 마련이지요. 좋은 처방을 발견하여 속히 완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특히 메르스 조심하세요. 늘 건강 유념하시기를 빌면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평안하소서.

박목철 2015-06-11 20:52	백낙은 작가님께서 좋은 처방을 주셨네요, 비염 잘 다스리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이은경 2015-06-12 10:27	좋은 처방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주 향호 합니다. 백낙은 작가님도 메르스 조심하세요.

이은경 2015-06-12 10:30	지금 비염은 아주 양호하게 호전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렬 2015-06-13 16:39	이은경 작가님 안녕 하셔요? 장고 끝에 "봄날은 간다" 를 길어 내셨습니다. 반갑게 마중합니다. 간절기면 비염이나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고생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건강 하시고 건안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5-06-13 19:08	이은경 작가님 ! 비염으로 남다른 고통을 받고 계시군요 하루속히 쾌유하시여 반기고 기다리는 봄날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이은경 2015-06-15 18:26	《Re》김경렬 님 ,반갑습니다. 걱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협회행사때 뵙겠습니다.

이은경 2015-06-15 18:33	《Re》정찬열 님 ,봄날에 행사처럼 찿아오는 비염이 고통이 아닌 잠시 스쳐지나가는 친구라 여길람니다. 그러므로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생각하구요. 정찬열님에 걱정에 또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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