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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은경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4-09-19 14:37
ㆍIP: 211.xxx.28
는개 비에 옷 젖다.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성장한 환경에 대한 강박관념 비슷한 흔적이 있나 봅니다.
남들은 내 성격이 밝다고 들 하지만, 어떤 때는 또 다른 나를 문득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낯선 나에 대해 곰곰이 되새겨 보면, 딸 다섯에 아들 둘의 집안에 다섯째 딸로 태어나 성장한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짙게 나도 모르게 드리워져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식구가 많다 보니 저는 언니들의 돌봄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그 시대 누구나 다 그렇듯이 당시 주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경제적 환경에 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던 시절입니다. 지금이야 우산이 흔해졌지만 예전엔 우산도 집에 몇 개 없던 시절입니다.비가 내리면, 언니들이 우산을 다 받고 나가고 저는 바로 위의 언니와 우산을 같이 쓰고 등교를 했습니다.
맑던 날이 갑자기 흐려 비라도 내리면, 교문 앞에는 우산을 가져온 엄마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다 우산을 같이 받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처마 밑에서 바라보며 늘 부러워했습니다.

어머니는 바짝 마르셨고, 우울해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다는 허기 같은 것이 무겁게 깔려있었지만
저도 나이가 들고 아이를 길러보니, 어머니의 사랑을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협회에서 순 우리말  글짓기 대회가 있다고 한번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냥 글도 쓰기 어려운데 순 우리말이라니 부담이 되긴 했지만 어머니의 얘기를 글로 써 보았습니다.
응모한 글을 외부에 먼저 알리기가 그래서 있었는데 시간이 흘렀으니 편하게 올립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어린시절 드리웠던 아쉬움의 장막을 걷으려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입니다.


는개 비에 옷 젖다.       조아/이은경

다섯째 딸,
엄니도 힘드셨겠지
가슴 후비던 가납사니 헤픈 수다에,
“애 그, 또 딸이라니”
한없이 작아지던 째마리 어린 시절,

건들장마 장대비에
비 그치기 기다리면
엄마 손에 매달려 부럽던 우산 속 아이들,
기다려도 오지 않던 울 엄니
업둥이, 진짜인가?
참 엄마가 그리웠습니다.

냉갈령 지아비 가정사 모르쇠니
벽 터 만든 구멍가게 삶이 쉬웠을까
고삭부리, 골비단지, 약두구리 우리엄니,

가녀린 어깨 위에 칠 남매 버거우셨겠지
아궁이 희나리 연기에 훔치시던 눈물의 뜻,
는개 비에 옷 젖듯
엄니 사랑 가득했는데,


- 註,
* 는개          -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 보다는 가는 비,
* 가납사니  - 쓸 소리 못 쓸 소리 함부로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
* 째마리      - 사람이나 물건중에 가장 못난 것,
* 건들장마  -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다시 비가 오고 하는 장마,
* 업둥이      - 집 앞에 버려진 아이, (데려다 기른 아이) *어린 시절 어른들이 장난으로 흔히 하던 얘기,
* 냉갈령      - 몹시 매정하고 쌀쌀한 태도,
* 고삭부리 -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 기력이나 체력이 약해 노상 병치레하는 사람,
* 골비단지 - 늘 병으로 골골거리는 허약한 사람,
* 약두구리 - 늘 골골 앓아서 약만 먹고사는 사람,
* 가녀린     - 사람의 신체 부위가 몹시 가늘고 연약하다.
* 희나리     - 채 마르지 않은 장작,
이름아이콘 설연화
2014-09-20 11:09
회원사진 		그래도 풍족하게 사신 것 같아요
저흰 토란대 머리에 쓰거나
비닐포대 양쪽 귀퉁이 잘라서 뒤집어 쓰고 다녔답니당
좋은글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이은경
2014-11-10 21:29
 설연화작가님, 늘 찾아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미숙한 글이라, 더욱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글, 읽으며 많이 깨닫고 배우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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