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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은경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4-03-29 13:49
ㆍIP: 183.xxx.232
홀로서기 연습,

홀로서기 연습,                    조아/이은경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식도 어린 시절 품 안에 있을 때 자식이지 다 커서 품을 떠나고 나면 어린 아이 시절같이 살갑지 않다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은 자라면 어미 곁을 떠나게 됩니다. 다른 동물에 비하면 사람만이

유별나다 하겠습니다. 오랜 세월 품 안에 품고 있는 것도 그렇고 보살핌도 그렇습니다.

대게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려 합니다.

군대 가고, 결혼하고, 품 안을 떠나게 되는 것이 철칙이기도 합니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기른 자식을 독립시키는 부모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서운하기도 하고, 뭔가를 잃는 것 같은 아쉬움, 이런 심정이라 할까요,

사춘기에 자녀들이 미운 짓을 하는 것도 독립을 하기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하더군요,

부모에 의존하던 끈끈한 끈을 놓고 또래와 어울리는 연습을 하는 과정,

이런 과정을 겪으며 자식을 독립시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 큰아들은 한 번도 곁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막내는 축구를 하는 탓에 일찍 합숙생활을 하느라 곁에 없이 지낸 지가 꽤 되지만

큰아들은 집 밖에 나가자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런 아들이 집을 떠나야 합니다. 전주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친척 집에서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아들도 이런 변화가 적응되지 않은 탓인지 지방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습니다. 달래고, 화도 내고, 결국은 네 맘대로 해라 포기를 했습니다.

 

그러던 아들이 아침에 눈이 퉁퉁 부은 모습으로 날 보더니 말했습니다.

“엄마, 나 내려가서 열심히 공부할게, 잘 있다 올게요,” 순간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했습니다. 안 간다고 버틸 땐 밉더니, 막상 간다 하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전주엔 친정 식구들이 있어 한결 마음은 놓이지만, 내 품만 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니 슬픈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큰아들은 사춘기도 속 한번 썩이지 않고 넘긴 착한 아들이기에 더더욱,

 

아들이 떠나는 날, 작은아들은 합숙소로 큰아들은 전주로 한 번에 집안이 비는 느낌입니다.

터미널에 데려다 주려 하니, “아냐 엄마 나 혼자 가도 돼요,” 늘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잘 다녀오라고 현관에서 아들을 배웅했습니다. 갑자기 집이 텅 빈 느낌입니다.

정말 잘 견뎌야 할 터인데, 모든 게 걱정이고, 안절부절못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좀 있으니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 6시 40분 차 표 끊었어, 잘 다녀올게 걱정 마세요,

엄마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될게요, 동생한테도 자랑스러운 형이 될게요,

엄마 사랑해,“ 울컥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큰아들은 내 품을 떠났습니다.

 

아들이 떠나는 날 터미널까지는 여자 친구가 동행했다고 합니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쾌활한 아들과는 같은 학교에 다닌 동기 동창생인 여자 친구입니다.

여자 친구는 서울에 대학을 다니게 되었으니 자기들도 이별을 한 셈입니다.

그래도 전주로 가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설득을 했다고 하니 기특합니다.

“명인이 잘 갔어요, 아무 걱정 하지마세요, 잘할 거예요,” 문자도 보내왔습니다.

혼자 떠나지 않았다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입니다. 아들, 홀로서기 연습은 제대로

하는 셈입니다. 이성 친구가 생긴다는 것도 성장의 과정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에 아무도 돌아올 자식이 없습니다. 남편은 감정을 애써 감추려는 듯

“다 잘되었어, 가슴이 후련하네,” 말로는 후련하다고 하지만, 어찌 허전한 마음이 없겠

습니까? 아마도 저를 위로하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떠나기 전날,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다짐했습니다.

-아빠는 너희를 위해 몇 년간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지키겠다고,-

-엄마는 너희 없는 동안 글도 쓰고, 도예도 열심히 해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거라고,-

-작은 녀석은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운동해서 반드시 좋은 대학을 가겠다고,-

큰아들은 그러더군요, 후회하지 않을 대학생활을 할 거라고,

 

큰아들이 홀로서기 연습을 위해 떠나는 날,

저도 후회하지 않을 홀로서기 연습을 위해 시간을 아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 식구는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후회하진 않는 삶을 위해서,
이름아이콘 조양상
2014-04-01 11:51
회원사진 		수필가님!

큰 아드님의 홀로서기에 어러움도 많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선사하고 탐스런 결실맺는
출발점 되시길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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