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6-12-04 13:09

ㆍIP: 118.xxx.100

생일 이야기

세상에 창조된 것들은 태어난 날을 부여받고 가치가 있는 것들은 그 날을 기념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념일과 실제 태어난 날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듯합니다.
커다란 건물이나, 다리, 조형물 등은 기념식을 언제 하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 생일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 성탄절도 실제 태어나신 날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생일은 오랜 세월이 지나며 실제 생일은 까맣게 잊히고 제 생일로 자라 잡습니다.

이런 조형물과는 달리 사람은 자기가 실제 태어난 날을 상당히 중요시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은 태어난 시간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사주나 운명을 점치는 일등에 기본으로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일컬어 사주라고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정확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편리에 따라 적당히 생일을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제 생일은 음력이라 해마다 날짜가 바뀝니다. 제 생일을 깜빡한 지인이 불평했습니다.
무슨 생일이 해마다 달라! 그래도 사주는 음력 기준이랍니다)

다른 글에서 여러 번 말씀들였듯이, 저는 4분의 언니와 2명의 동생 틈에서 다섯째로 자랐습니다.
모든 게 귀하고 어렵던 시절, 그것도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길 수는 없었겠지요,
제 기억으로는 아버지의 생일 외에는 기억될 만한 생일이 없습니다.
생일이면 집에서 운영하던 슈퍼에서 과자 정도를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을 뿐입니다.
친구 중에서 생일을 잘 챙겨주는 집 아이를 보면 늘 부럽다는 생각을 하던 어린 시절입니다.

그러던 제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 주는 남편 덕에 기다려지는 날이 생일입니다.
일찍 일어나 미역국도 끓이고, 미리 챙겨 둔 꽃다발에 돈까지 안기는 생일, 행복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를 행복하게 하는 건 남편의 편지입니다.
이은경 사랑해! 생일날이면 빠지지 않고 듣는 행복한 소리랍니다.

며칠 전이 막내 올케의 생일이었답니다.
막내 남동생도 저와 자란 환경이 같으니 생일이라고 별다른 행복한 추억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동생은 서울에서 남편 밑에서 일을 배우며 같이 몇 년을 보냈습니다. 이때 제 생일을 알뜰히 챙기는
매형을 보고 느낀 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적은 월급에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나도 형편이 피면 멋지게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 줘야지, 하는 다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사업이 잘 돌아가고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없습니다.
동생이 착한 것은 돈이 생겼지만 한시도 가족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성실함은 제가 자랑하고 싶은
동생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올케가 올린 자랑스러운 사진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올케의 생일상은 멋진 예술 자체였습니다. 김치를 썰어 웃는 모습으로 접시를 장식하고,
하트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꽃 백 송이는 하나하나 오만 원 권으로 곱게 싸서 큰 다발을 만들었고
골프 하러 갈 때 손 시럽지 말라고 핫팩을 100개 준비하는 따듯한 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남편에게서 늘 받던 편지도 올케의 생일 꽃다발 속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며칠 지나 겨울 방학이 되면 가족 전체가 또 해외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남편은 지금도 늘 긍정적인 말로 저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봐, 대박 날 것 같은 기분이거든," 수십 년을 들은 이야기이지만 싫지 않은 소리입니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제가 하고 싶다는 것은 무조건 하라고 응원하는 남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장미 백 송이에 오만 원 권으로 싸 주지는 못하지만, 제 동생에게 좋은 모습으로 모범을 보인
그가 자랑스럽습니다. 대박 내서 저에게 듬뿍 주겠다는 약속, 비록 꿈이라 해도 행복한 꿈입니다.

김경렬 2016-12-04 17:26	이은경 작가님! 반갑습니다. 멋진 남편이 얼마나 자랑 스러우실까요. 본받은 동생도 멋지고 훌륭합니다. 오래오래 행복 하시고 멋진글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백낙은 2016-12-04 19:49	이은경 작가님. 오랫만에 글 올리셨군요. 그래서 더 반가운가 봅니다. 작가님의 생일 이야기를 읽고 보니 아내에게 무덤덤했던 경상도 늙은이가 한없이 부끄러워 지네요. 아내에게 장미꽃도 줘 보지 않았고 무드도 없이 돈 몇푼 풀쑥 내민 것 뿐이니까요. 옛날엔 어른들 앞에서는 자기 새끼에게 사랑 표현도 제대로 못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부터라도 잘하고 싶지만 생각 뿐이지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가 않네요. 다음 아내 생일 때는 장미 열송이에 5만원권. 이정도 부터 시작해 볼까합니다. 장미 100송이 했다간 마누라가 까무라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대박 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남편 분의 말씀 대로 저도 대박날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안을 빕니다.

이은경 2016-12-05 09:04	《Re》김경렬 님 ,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항상 좋은 댓글로 격려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말씀대로 동생은 아주 모범적인 가장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오로지 가정뿐인 동생입니다.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뵈어요 작가님,

이은경 2016-12-05 09:10	《Re》백낙은 님 , 게으름을 피운것 같아 죄스런 심정입니다. 막내가 대입 관계로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목사님께서 경상도 분이셨군요, 경상도 분들은 무뚝뚝하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저녁에 퇴근하면 딱 두 마디라고, 밥 도고, 자자, 그래도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경상도 분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요즘 날씨가 아주 그렇습니다. 건강에 유의 하세요, 목사님, 협회 행사 때 뵙겠습니다.

정찬열 2016-12-05 20:05	이은경작가님! 그럴일 이야 없겠지만 저의 내자가 행여 이부러운글을 볼까 겁이납니다. 저는 지끔껏 꼭한번 꽃 한송이에 돈몇냥 주고 아직도 사랑한다는 소릴 못해보고 살아서요 작가님의 글을배독하고 많이 반성해야 할것 같습니다 행복받으시는 작가님 낭군님의 대박 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몇일 남지 않은 협회 총회에서 뵙겠습니다.

이석희 2016-12-05 23:00	이은경 작가님! 반갑습니다. 제가 이곳에 출입을 시작한 후 처음 뵙습니다. 참 행복한 가족들이군요. 저는 결혼 후 40여년이 흘렀지만 님처럼 그렇게 드라마틱한 연출을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한 그저 그런 너무나도 평범한 생일을 보내고 있답니다. 평생을 그런 무덤덤한 기념일이다 보니 그게 법칙이 되었습니다. 부부 누구도 바라는 게 없는 듯이 보냅니다. 언필칭 마음 속의 축하라고 믿는가 봅니다. 언제인가는 멋진 연출을 해 보리라 다짐하지만 그게 번번히 엇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저러다 금혼식인지 뭔지가 코 앞입니다. 헛참!

김려숙 2016-12-05 23:38	안녕하세요 이은경 작가님 아내는 사랑을 먹고 산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부군의 고운 사랑을 듬뿍 받고 사시는 작가님의 아름다운 글을 배독하며 행복한 가정에 더욱 큰 축복이 이루어 지시리라 생각됩니다 훌륭하고 본이되게 사시는 모습에서 많은 걸 느끼며 고맙게 배독합니다 추워지는 계절에 편안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

이은경 2016-12-06 11:44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예전에 대전에서 졸지에 밥값을 내 주셔서 잘먹고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박시인님 으로 부터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꿋꿋하신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이은경 2016-12-06 11:53	《Re》이석희 님 , 반갑습니다 작가니, 이런 글을 올리면 항의도 받고 합니다. 이 글을 본 아내분들이 박아지를 긁는다고 하더군요, 당신은 뭐냐고? 제 동생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아내 분들을 따뜻하게 대해 달라는 소망에서 글을 올리곤 한답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쑥스러워서 표현을 못하는 것이지 마음은 그렇지 않더군요, 그래도 아내들은 표현을 기대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행사 때 뵙겠습니다.

이은경 2016-12-06 11:57	《Re》김려숙 님 , 반갑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본이 된다는 말씀은 듣기 좋은 과찬의 말씀입니다. 남자분들이 애정 표현을 상당히 쑥스럽다고 생각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말 몇 마디인데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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