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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은경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9-02-15 11:53
ㆍIP: 175.xxx.194
아버지,
 



친정아버지께서 편치 않다는 연락을 또 받았습니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온 가족이 놀라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 이후

상태가 좋아져 한숨 돌리고 집으로 모셨다 다시 병원을 찾기를 몇 차례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같이 온 가족이 모여 사는 대가족 제도하에서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겠지만 지금 같이 핵가족 제도하에서는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환자를 누가 돌볼 것인가를

두고 가족 간에 의가 상하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병간호를 두고는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보다는 가까이 사는 언니들이 매우

힘든 상황일 것으로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힘을 보탤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간병인을 구해 수발을 들게 하고 비용은 식구들이 분담하자는 것이었지만

그 말을 꺼내는 심정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식구들이 있는데도 남에게 간호를 맡겨야 한다는

현실을 아버지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고, 언니 중에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식구들이 교대로 간호를 해 드리면 되지 남에게 어떻게 맡기느냐-




하지만 가족이 교대로 간병을 한다는 일이 생각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언제 좋아진다는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비상사태로 대기한다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

다는 현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께서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시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간병인으로부터 그만두겠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남자인 아버지께서 생판 모르는 여자의 간병을 받는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불편하셨을 겁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런 불편함 때문인지 조금만 상태가 좋아지면 집으로 오시겠다고 합니다.

병원에 계시는 게 가족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

면 조치할 수 있으니 가족이 놀라서 병원으로 모시고 갈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세신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결국 집으로 모셔 올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상당 기간 동안 가벼운 외출도 하시며 별 탈 없이 집에서 잘 지내셨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시니 가족들은 늘 마음 한구석에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겐 늘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셨습니다.

남동생들도 아버지와 둘이 있으면 뭔가 편안치 않다고까지 할 만큼 권위적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이제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기에도 힘이 달려 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짠합니다. 자식을 일곱이나 기르시느라 당신께서는 말 못 할 어려움이 어찌 없었겠

습니까, 어쩌면 당신의 닫힌 모습은 자식에게 나약함을 보이지 않으시려는 아픔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시골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뭔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남편과 상의 해 시골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향수도 뿌리고 오토바이를 타시고 기세 좋게 다니시던

아버지입니다. 그 향수는 늘 제게 부탁하셨습니다. "막내야 향수 떨어졌다"

근래들어 향수를 사 드린 게 언제인가 싶습니다. 일정 외제 상표가 아니면 쓰시지 않던 아버지를

한 때 별나다는 불만을 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약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막내야 향수 떨어졌다- 하시며 멋을 부리시던 활기찬 아버지의 모습을 오래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9-02-15 21:19
 이은경 작가님!
어쩌면 좋아요.
그 멋진 아버님이 중환으로 누우셨으니 자식된 마음이 오즉 하시겠어요.
어서 차도가 있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우ㅣ로를 드립니다.
그래도 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도록 하세요.
부모는 자식이 철날때쯤이면 효를 하려해도
할수 없는 것 이랍니다.
사랑한다는 말씀 많이 해 드리세요.
그런 사랑을 느끼면 다이돌핀이 생성되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다이돌핀은 엔돌핀보다도 수천배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저도 함께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이은경 작가님!
   
이름아이콘 김상훈
2019-02-17 00:58
회원사진 		묘하게도 이사장님의 낭송시를 보고 오는 중입니다.
이별에 관한 진혼곡을 보고 왔는데
그 낭송시를 듣고 썼던 글귀 한 줄 써봅니다.

후회란
천국을 보면서 지옥을 느끼는 것이다. - 토머스 모어 -

어머니라는 금메달에 가리워
늘 은메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세상의 아버지들. - 김상훈 -

마음이 많이 울컥해 옵니다.
부디 힘내시고요.
가부장적인 것의 장점이라면 [묵묵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은메달에 머물곤 하는 것 같습니다.
진심 응원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9-02-17 19:52
회원사진 		이은경 작가님~!
노환에 계신 아버지 병수발에 온가족이
퍽이나 힘드시는건 충분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노환의 이별은 그리 멀지 않은것이기에
어렵고 힘드시드래도 훗날 후회없는 시간이
되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힘내시고
부디 쾌차 하시여 불편이 적은 최후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름아이콘 김동호
2020-03-25 17:55
회원사진 		아버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이름아이콘 최하정
2024-01-02 21:01
회원사진 		안녕하십니까
이은경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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