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일이 많은 운동이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이 늘 따르게 마련입니다.
작은 부상은 몰라도 크게 몸을 다쳐 운동을 접어야 하는 딱한 경우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게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늘 아이에게 주의를 시키긴 하지만 주의한다고 부상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언제나
마음 졸이며 혹시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합니다. 그런 상태이다 보니 학교에서 전화라도 오면
부상이라도? 하는 마음에 가슴이 내려앉는 심정이 되고는 됩니다.
어느 날 낯익은 전화번호가 뜨고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코치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병원에 한번 다녀오시는 게 좋을 듯하다고 했습니다.
무리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휴식 없는 일상에 마음은 늘 불안하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허둥대다 일단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있는 아들을 보니 울컥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움이 올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들 앞에선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으니 말입니다.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왜, 어떻게, 누구랑 하다 그런 거야?
답답한 마음에 쉼 없이 묻긴 하였으나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부상이 생긴 걸,
아들이 축구를 시작하고 처음 당한 부상이기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주변 지인을 동원하여 운동선수들의 부상을 전문으로 치료한다는 유명 병원을 수소문하였습니다.
제가 찾은 병원은 역시 운동선수들이 많아 운동선수들의 부상이 잦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대기하는 동안 주변을 살펴보니 또래 아이들로부터, 성인이 다 돼 보이는 선수까지 나이도 다양했고
부상 부위도 다양했습니다. 선생님을 찾아와 치료를 기다리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 왔습니다.
선수는 누구나 은퇴 하기 전 까지는 부상이 언제고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기에 더욱 불안했습니다.
아들의 상태를 살펴보신 선생님께서는 무리한 반복적 훈련이 원인인 듯하고, 큰 부상은 아닌 듯하니
며칠 쉬면 좋아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한편 다행이란 안도감과 혹시나 오진이면?
선생님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병원의 오진으로 부상이 악화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본 터라 그냥 마음 편히
쉬게 하기에는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 큰일은 아닌듯하다고는 하지만 먼저 병원과는 약간 다른 진단이 나와서
불안감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기왕에 확실히 해보자 하는 마음에 한 군데만 더 찾아가 보자 삼세판이라 하지 않더냐 하는 마음으로
또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명은 같았으나 선생님마다 판독하여 설명해주심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다소 호들갑을 떤 것 같은 감은 있지만 확실한 진단과 초기 치료는 신중에 신중을 다해야
큰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운동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작은 부상도 부풀려서 과잉 치료를 하려는 병원이 있다는 점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위의 얘기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처음 다쳤을 때의 얘기입니다.
그 후로도 크고 작은 부상에 늘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앞으로 차분히 다뤄 볼 생각입니다.
부상과 관련해서 바로 얼마 전에 같은 팀의 아이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심각한 상황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며 병원에 있을 희상이의 빠른 회복을 빌 뿐입니다.
부상은 선수생활에 치명적이지만, 특히 고 3의 부상은 시기적으로 아주 좋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그간의 고생을 결산하는 중요한 시기가 고3이기 때문입니다.
희상이는 연습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습니다. 부상 당시 옆에서 보기에는 크게 다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였기에 잠시 안정시키면 좋아질 거라고 모두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운동장 밖으로 나와 다친 부위에 얼음을 대고 있었고 엄마는 애타는 마음으로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가볍게 생각하는 우리와는 달리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많이 다치지 않았어야 하는데," 같은 처지에 있는 저로서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으니 얼음을 대고 병원으로 가 보겠다며 운동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된 마음에 가슴이 쓰려 왔습니다. 옆에서 뭐라고 한들 아들에게도 엄마에게도 그 어떤 위로조차 도움이
되지 못 할거란 생각에 큰 부상이 아니다는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전화가 왔습니다.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휴~~한숨 소리가 먼저 들려왔습니다.
직김감으로 이건 심각한 부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제가 뭐라고 한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제 처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 희상이 앞에선 눈물 보이지 마시고 힘내셔야지요" 이런 말 외엔 달리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힘든 세월을 함께 한 부모이고 한 학년이기에 마음이 더 아프고 아려왔습니다.
희상이 어머니는 울고 계셨습니다. 얼마 전에 나눈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희상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아이가 부상에 덫에서 고생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후배인 진욱이, 주영이, 승반이 이후배들이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저 힘내란 소리와
"지금 부상은 괜찮아," 하며 다독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희상이는 경우가 달라 더 마음이 아프며 아려옵니다.
고3인 시기이며 십자인대 부상이라니 시간이 없는 희상이에겐 황금 같은 시간 일테니 말입니다.
엄마에게도 희상이에게도 힘내라 곁에서 함께 응원해주겠다. 이 말 밖엔 도울 길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디 수술 잘하고 결과 좋아져서 희상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끝까지 할 수 있길 기도 하겠습니다.
희상아 용기를 잃지 마!
백낙은
2016-07-05 16:24
조아 이은경 작가님.
그렇게 장성한 아드님까지 두셨군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에서 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하였다니 대단합니다.
그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얼마나 노심초사하셨겠습니까.
앞으로도 큰 부상없이 아주 훌륭한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그 아드님으로 인하여 작가님과 가정,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쁨이 충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소식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샬롬입니다.
정찬열
2016-07-05 22:35
나의 친구 손주도 초등학교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고 기력이 좋아 무척이나 열정으로
초등부 선수로 뛰는가 봅니다. 하지만 마냥 크고작은
부상으로 걱정이 태산이더이다.
어린 아들을 운동선수로 둔 엄마로써 얼마나
마음 조이는 어려움입니까.
충분히 짐작은 갑니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큰부상 없이 성실하고 명성있는 선수가 되기를
기원드립니다. 좋은 소식 기다립니다.
이은경
2016-07-07 20:04
《Re》백낙은 님 ,
이 글들은 축구 전문카페에 소개한 글입니다.
올릴까 말까 한참을 망서리다 올렸습니다.
문인님들 중에도 자녀가 운동하는 부모가 계시다면
다소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늘 격려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은경
2016-07-07 20:06
《Re》정찬열 님 ,
따뜻한 격려의 말씀 너무 고맙습니다.
사실 글을 올릴 때마다, 괜찮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습니다.
든든한 정찬열 작가님이 계시니 한결 자신이 생기곤 합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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