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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11-15 18:31
ㆍIP: 115.xxx.86
베팅 (77회)
 
                  경마팬, 마사회를 성토하다.


 선우는 앞장서 한우 고기 집으로 향했다. 털보 맞은편에 선우가 옆으로 후배가 앉았
 
다.

 “편안하게 마음껏 시키세요.”

 “진짜 그래도 되요? 꽤 많이 나올 텐데…”

 그가 털보와 후배에게 번갈아가며 말하자 두 사람이 1인분에 몇만 원하는 가격표를
 
보고는 잠시 망설였다. 그가 재차 독촉하자 그제야 털보가 사람 숫자대로 12인분을 시
 
켰다. 그들에게 없는 티를 내면 작업에 신빙성을 못 주고 불안해할 수도 있으므로 선
 
우는 써빙하는 여종원에게 팁을 주었다.

 모두 그에게 잘 먹겠다고 겉치레 인사를 하고는 게눈 감추듯 고기와 술을 폭풍 흡
 
입한다.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빈 술병은 어느새 수북이 쌓여만 갔다.

 그들의 대화는 오직 경마에 관한 이야기와 마사회를 성토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때
 
청조끼를 걸친 사내가 거친 고음을 내었다.

 “저번 주 토요일 5경주 말이야, 9두가 출전해서 강력한 인기마 4두가 동반 몰락하여
 
복식 298배, 쌍식 510배 나왔잖아. 또 8경주는 12두가 출전해서 인기마 5두가 깨꼬닥
 
해서 복식 565배, 쌍식 1738배가 터졌잖아. 이게 말이나 되는 거야?”

 “맞아. 특히 5경주는 9두밖에 출전하지 않았는데 인기마들이 4두씩이나 빠지고 말이
 
야. 9마리 출전 경주에 복식 298배, 쌍식 510배가 나오는 짓거리는 승부조작을 드러
 
내놓고 하는 야리쪼인 조선경마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지. 지구 상 어느 나라 경마
 
장에서 마필 간 충돌로 전복사고 없이 이런 배당이 나온다는 말이야?”

 옆의 사내가 흥분하여 맞장구를 치고는 한술 더 떴다.

 “마사회에서는 말은 살아있는 동물이므로 당연히 컨디션 변화가 있고 경마는 추리와
 
분석으로 적중의 묘미를 느끼는 레저라는 개 같은 방송을 계속 하고 있잖아. 그런데 인
 
기마들의 상태가 단체로 안 좋아지고 비인기마의 상태는 갑자기 좋아지는 일들이 어째
 
서 조선경마에서만 비일비재 하냐 말이야. 이런 상태에서 무슨 추리와 분석이 필요하
 
다는 거야. 조선경마 특징 중 두드러진 것이 말들의 컨디션이 2~3주면 소가 말이 되고
 
말이 당나귀로 변할 정도잖아. 차라리 어떤 마주가 인기마로 말 주댕이 잡아댕기라고
 
시킬까를 분석하는 것이 훨씬 나을거야.

 조선경마의 말들은 어디 안드로메다 같은 외계별에서 수입해온 말들은 아닐 텐데 9두
 
뛰는 경주에 6~8마리가 모두 컨디션 변화라니 말이야. 지구상에 이런 말들이 툭하면
 
나타나는 곳은 조선경마가 유일한 곳일 거야. 또 이런 일이 매달 20일 전후부터 말일
 
까지나, 휴장하기 몇 주 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니 말들이 매달 20일 전후와
 
휴장 직전이면 단체로 생리라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거 몰라. 조선경마는 수말과 거세마까지도 생리하는 거?”

 청조끼 대답에 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조선경마는 개인 마주제부터 없애야 돼. 거기서 고배당의 사전 승부조작이 이루어지
 
잖아. 그래서 복식, 쌍식, 삼복식까지 판돈의 95% 이상을 싹쓸이해 가는 불량 마주들
 
은 언젠가 철퇴를 맞을거야. 우리 그 놈들의 쇠고랑을 위해 건배 하자구.“

 추리닝 사내의 건배 제의에 모두 잔을 부딪쳤다. 술안주가 점점 마주로 향하고 있었
 
다.

 “마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말이야, 조교사나 기수는 사진과 함께 생년월일, 데뷔
 
일자, 승률 등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마주는 이름만 나오잖아. 현재 조선경마에서 주체
 
가 마주인데 마주 낯짝도 못보고 배팅하라니 이건 정말 한참 어그러진 처사가 아닌
 
가?”

 “그거 당연하지. 마주인 줄 알면 어디서 뒤지게 맞거나 잘못하면 칼침도 꽂힐 수 있는
 
데 어떻게 몽타주를 내 밀겠어. 안 그래?”

 “조선 경마가 웃기는 게 뭔지 알아? 조교사, 기수 등은 베팅을 못 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는데 마주들은 할 수 있다는 거야. 사전조작과 경마정보와 가장 밀접한 사람에게
 
베팅하라는 거. 이거 모순도 왕모순 아니야?

 우리 같은 개미들은 구매 상한액인 10만 원에서 1원도 넘으면 안 되고 마주들은 뭉탱
 
이 돈 박으며 목에 힘주고 다니잖아. 특히 마주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높은
 
환수율을 보이고 있으니 이것이 승부조작의 증거이며 범죄의 흔적이 아니고 뭐겠어.
 
마사회는 마주실을 폐쇄하여 승부조작을 원천봉쇄해야 해. 그런데 도리어 마사회에서
 
박쥐소굴 같은 마주실을 제공하고 있으니 누가 마사회가 투명하고 고위 간부들이 마주
 
와 깊이 관여 안 한다고 생각하겠어. 한마디로 개도 웃을 일이지.”

 “어디 그뿐이야. 마주들의 승부조작 압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야. 심지어 지하마도까지
 
내려와서 기수들을 협박한대. 자기 말 승부하는데 방해하면 알지라는 식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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