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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10-18 18:42
ㆍIP: 115.xxx.86
베팅 (74회)
 
 “긴장하셨나 봐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예, 조금요. 진숙 씨가 제 걸 따라가서 부담되어 그랬나 봐요.”

 막경주에 적중해서 오늘 경마는 가까스로 본전을 했다. 아니 잃지 않았다는 것에 더
 
만족했다. 잃지 않으므로 다음에 딸 수 있는 것이다. 따는 것도 습관이고 그 습관을
 
반복적인 일로 만들어야 내 것이 되는데 이것이 로또 맞추는 것처럼 어렵다.

 여자가 고맙다는 표현인지 살며시 손을 잡는데 그녀의 손에 땀이 맺혀진 게 느껴졌
 
다. 비록 그녀는 내색은 안 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긴장을 했다는 증거이다. 아~ 언제
 
까지 이 롤러코스트 같은 게임을 계속 해야만 하는 것일까!

 “오늘 성적은 어땠어요?”

 “이번 경주에 맞춰서 다행히 반 본전은 했어요. 이게 다 털보 아저씨 덕분이에요. 어
 
디 가서 저녁이라도 할래요?”

 “아니에요. 다음에 대승하면 그때 얻어먹을게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어울리는 무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를 탐색하는 동안 선우 옆의 구석진 자리에서 짙은 색의 선그라스를 낀 중후한 중
 
년사내와 평범한 차림의 여인이 아까부터 심각성과 개그성이 혼재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의 속삭이는 음성과는 다르게 여인이 자주 날카로운 고음을 내었
 
기에 선우는 털보를 주시하랴 그들을 곁눈질하랴 자신도 모르게 바빴다.

 “믿어줘~ 이번엔 정말이야~ 응?"

 사내가 애교 섞인 비음으로 사정하는 것에 반해 여인은 무언가를 신중히 생각하는
 
듯 잠시 한마디로 하지 않은 채 사내를 빤히 쳐다봤다. 뭔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일까.
 
사내는 한번 더 여인에게 애처롭게 말했다.

 “자기야~ 한번만. 진짜 이번 한번만.”

 드디어 침묵을 지키던 여인이 사내에게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다. 입 닥치라는 것이었다. 잠시후 ‘후우’하는 몇 번의 숨소리와
 
함께 여인이 굳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내가 정말. 내가 웬만하면 화 안내려고 했는데. 아니, 그냥 무시하려 했는데...”

 눈썹을 약간 뒤튼 여인은 상당히 언짢은 듯 입 모양을 마구 움직이며 준비운동을 했
 
다.

 “지금까지 내가 당신한테 뜯긴 돈이 얼마인 줄 알아? 내가 마이킹 당한 돈이 얼마인
 
줄 알아? 휴~ 처음 만나서 한번 달라고 애원하기에 주었더니... 20만 냥 넣어주길래...
 
된놈이다 싶어서 경마장도 따라갔지. 거기서 당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것도
 
모르고 내 손에 쥐어준 50만 냥의 돈을 만지며 나의 고생이 끝난 줄 알았지.

 그 뒤로! 조교사 소스 300만 원, 마주 소스 400만 원, 기수 친형 소스 500만 원, 선배
 
고수 소스 200만 원, 고위공직자 노출되면 큰일 나는 소스 700만 원. 그리고 주말마다
 
다리가 퉁퉁 부어가면서 커피판 돈. 한달 평균 300만 원. 또 꽁씹준 거 대충 계산해서
 
4천만 원. 머? 이젠 몸이고 뭐고 다 팔까?“

 ‘음, 음...’ 신음소리를 내던 사내가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빠졌다.

 “미영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 같은 놈 만나서...”

 ‘흑, 흑...’

 그는 주위를 의식해선지 나직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사내의 눈물을 처음 보는지 순간 당황한 여인이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다정히 닦
 
아 주었다. 그녀의 마음이 약해졌음을 느꼈는지 사내가 비장한 모습으로 흐느끼던 소
 
리를 가다듬은 채 말했다.

 “오빠에게 조금만 시간을 줘. 내가 꼭 네 빚 다 갚아줄게. 아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구해 올게. 너, 나 알지? 하면 하는 놈인 거.”

 “오빠, 그러면 내가 미안하잖아. 이제라도 경마 끊으면 돼.”

 “아냐, 아냐. 내가 이러면 죽일 놈이 되는 거야. 내가 돈 구해서 연락할테니까 오빠
 
만 믿어. 너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할 거야. 알았지? 너 돈있지? 나가서 우리 밥이라도
 
먹자.”

 언제 속사포를 쏘았냐는 듯 여인은 사내의 할리우드 액션에 빠져 배시시 웃으며 그
 
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10-18 19:34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외길을 꾸준하게 걸어 가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어찌보면 이해 불가능한 면이 적지 않네요.
"또 꽁씹준 거 대충 계산해서 4천만 원. 머? 이젠 몸이고 뭐고 다 팔까?"
그런데도 여인은 헐리우드 액션에 배시시 웃으며 넘어 가고 마는군요.
다음호가 기다려 집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늘 건필하소서.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10-24 18:22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여러 시인님과 작가님의 글에 마음을 담아 댓글로
보답하여야 함에도 나름 공모전과 소설 집필의 핑계로
일관함에 늘 죄송함을 느낌니다.
향후 여유로움이 있겠지요.
항상 관심과 격려 주시는 백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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