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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11-25 20:41
ㆍIP: 115.xxx.86
베팅 (79회)
 
 “외국에서는 마주들이 관람대에 앉아 우승 시에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아름
 
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볼 수가 없어. 그리고 마주는 공항
 
에서도 프리패스래. 그것은 마주의 선행 조건이 도덕성과 청렴성 때문이지.

 경주의 승패에 혹시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마주의 경마 부정에 대한 정부의 감
 
시는 참으로 엄격하대. 단식 배당 예상 1위 마가 2위로 팔리고 2위로 팔려야 할 말
 
이 1위로 팔린 후 정말 2위 예상마가 1위로 입상하면 바로 그 경주에 대한 경찰 수
 
사가 들어간대. 이렇게 철저한 감시하에서 어떤 마주가 승부조작을 시도하겠어. 그
 
결과 공정경마라는 열매로 나타나고 마주들에게 보내는 국민의 신뢰는 무한대일 정
 
도래.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마를 보는 부정적 시각이 강하기에 삼성마주, 현대마주가 탄
 
생 못하잖아. 즉 명망이 높고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마주를 안 한다는 것지. 명예를
 
위해 마주하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돈 벌기 위해서만 하니 그렇고 그런 마주 밖에
 
없잖아.”

 앞니 빠진 사내가 외국의 마주를 비교해가며 글로벌적으로 말했다.

 “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라고 생각해. 경마는 1년에 몇조 원이 오가는 큰 노
 
름판이잖아. 정부가 감시를 하면 레저요, 방치하면 저질의 사기 도박판에서 경마팬
 
들이 불량 마주들에 의해 놀아나는데 정부는 어떤 감시 체계를 갖고 있는냐 말이야.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하늘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시는 마사회장은 무조건 매
 
출만 많이 올리려 기만 쓰지. 그래서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그 자리 보전하려
 
고 권력에 뒷돈이나 대니 국회에서도 경마팬을 위한 법은 통과가 안 되고 마사회 감
 
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잖아.”

 비판의 분위기가 마주에서 슬슬 마사회와 정부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모르시는 말씀. 좋은 법을 있되 솔선수범해서 위반하는 게 마사회야. 지금 한 경주
 
베팅에 10만 원이 상한선이잖아. 이걸 지키는 사람이 우리 같은 개미 말고 누가
 
있나.

 전에 내가 창구에다 한 구멍에 10만 원씩 50장을 내미니까 10장만 찍고 옆의 직원
 
에게 넘기더구먼. 한 기계에서 같은 금액이 계속 찍히면 감사에 걸리나나 뭐라나.
 
그래서 500만 원을 한 경주에 베팅한 적이 있지. 이런 식으로 부지런히 하면 몇 백
 
몇 천은 충분히 베팅할 수 있는 거야.

 경마팬의 인적사항을 입력한 전자카드를 발급해서 한 경주의 상한선이 넘으면 승
 
인이 안 나게 하면 되는 거지. 나 같이 단순한 놈도 이걸 방지하는 법을 아는데 마사
 
회에서 정말 모르겠어.알면서도 모른척 눈 감는 거야. 이유는 간단해. 매출이지. 만
 
약 전자카드를 도입하면 지금 매출의 5분의 1도 안 돼 당장 마사회장은 목이 달아
 
날 걸. 그러니까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지.

 마사회에서는 경마팬이 노숙자가 되던 가정 파탄이 나던 그로 인해 자살을 하던 상
 
관없는 거야. 오직 마사회 직원들 배불리 먹고 국가에 세금을 많이 바쳐 충성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래서 역대 정권에서도 말 잘 듣는 애완견을 수입이 가장 좋은 공
 
기업인 마사회장 자리에 앉히잖아. 그래야 그 돈으로 선거비용도 쓰고 정치자금으
 
로도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바바리 입은 사내는 본격적으로 마사회와 정부 쪽으로 칼날을 겨누었다. 과천경마
 
장에서 본 경소연의 유인물 내용 중 전자카드제 도입의 의미를 선우는 이제야 확실
 
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들의 주장과 외침에 응원을 보냈다.

 “경마장서 돈 따먹는 순서를 내가 말해 볼까. 1순위가 판 벌린 마사회로 세금으로
 
배팅액의 40%를 떼가고, 2순위가 마주와 그 나부랭이들이 20%를 챙기고, 3순위로
 
조교사와 그 나부랭이들이 10%를, 4순위로 관리사와 그 나부랭이들이 5%를, 5순
 
위로 기수와 그 나부랭이들이 5%를, 마지막으로 마사회 간부 놈들이 3%를 꿀꺽하
 
지. 거기서 이미 돈 다 뜯기고 남은 17%로 우리 같은 개미들끼리 죽으라고 목숨 걸
 
고 싸우니 주변에 딴 사람이 5%도 안 될 수밖에. 이게 우리 조선마판의 청사진이
 
야. 
 
 이런 것을 제도적으로 바꾸려 마사회법으로 종사자들에게 배팅을 못하도록 되어있
 
지만 알다시피 뭔 소용이 있나. 마사회에서 단속 의지도 없거니와 단속한다면 당장
 
매출이 줄어 문 닫아야 할 판인데. 그러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지.

 결론은 경마를 안 하거나 가더라도 한 경주 500원 미만 배팅하면 마사회가 돌아버
 
릴 거야. 그러면 자연적으로 부정경마가 없어지고 종사자들 배팅 못하게 관리감독
 
철저히 할 텐데 말이야.”

 곧이어 어디선가 취한 목소리의 굉음이 날아와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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