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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11-30 19:21
ㆍIP: 115.xxx.86
베팅 (80회)
 
 “경마팬은 정부가 주도해서 경마꾼 뒤통수친다고 아우성이지, 정부는 언제까지 불량
 
마주들의 경마팬 살육과 공범인 마사회의 작태를 방치하려는지 욕 나온다. 욕 나와!”

 파마머리 사내가 주먹으로 탁자를 부술 듯이 탁 하고 내리쳤다.

 “어디 그뿐인 줄 아나.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한국마사회와 강원랜드가 법과 정관의
 
허점을 이용해 1994년 이후 농어민이나 폐광지역 지원 등 공익목적에 사용해야 할 수
 
익금 가운데 3조 원 이상을 경마, 도박 산업에 재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거야.

 특히 한국마사회는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94년 이후 지난해까지
 
축산발전기금이나 농어민을 위해 특별적립금에 투입할 이익금 1조 3천억 원 가량을 각
 
종 편법과 꼼수로 내부 금고에 적립했다는 거야. 고도 마사회가 매출이 줄어 돈이 없다
 
고 우는 소리는 한마디로 쌩쇼를 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지.”

 녹색 잠바의 사내가 꼬부라진 혀로 말했다.

 “마사회가 돈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 그래. 2012년 법인세 납세실적을 보니
 
까 1위 삼성전자가 5조 2백6십억이고 2위 현대차가 3조 1천3백8십억이며 한국 마사회
 
가 1조 4천6백5십억으로 3위를 차지했더라고. 이어 포스코 820억, LG 819억 순위로 3
 
위 뒤로는 1천억 원에도 못 미쳐 차이가 엄청 나더구먼.

 마사회가 이처럼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것은 마권원천세가 있기 때문이지. 또 마사
 
회는 법인세 외에도 마권매출액의 22%를 레저세 등으로 내고 있잖아. 하지만 마사회
 
의 진정한 납세능력은 매출규모를 비교하면 더욱 커지지. 삼성전자의 작년 매출액은
 
201조 원, 현대차는 84조원에 달하는데 반해 마사회는 7조 8천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100분의 4, 현대차의 10분의 1에 불과해. 그러나 매출액 대비 납세규모로 세수창출능
 
력을 비교하면 마사회가 약 19%로 단연 1위야. 이런데 징징 거리는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샌님처럼 생긴 사내가 논문 발표하듯 수치를 열거하며 반박하는 모습이 마치 경제학
 
교수 같았다.

 “나는 얼마 전까지 분당지점에 다녔는데 갑자기 지정좌석제를 실시한다면서 6천 원에
 
서 1만 원으로 70%올리고 1만 원이던 층은 1만4천 원으로 40% 올린거야. 그래서 내
 
가 물가지수 및 임금상승율 범주를 크게 벗어난 비상식적인 인상이 아니냐고 따졌지.
 
그 직원의 답변이 그동안 적자상태라서 불가피했다는 아리송한 말만 하고는 얼른 자리
 
를 피하더군.

 그런데 인상하면서 부대시설해 놓은 것이라고는 개인사물함과 안마의자 십여 개가 다
 
야. 그것도 사물함은 유료고 의자는 휴식을 겸한 별도 부스에다 설치한 것이 아니고 기
 
존 통로 사이드에 협소하게 배치해 놓은 거야.

 이런 것들이 무슨 팬들을 위한 편의시설 서비스야. 단지 인상 요인을 에둘러 내밀려는
 
유치한 고육지책이지. 이것 뿐만이 아냐. 1층 좌석실에 400여명의 팬들을 하나의 공간
 
에 몰아넣어 일요일이면 마치 오일장을 연상케 한다니까. 이를 두세 개의 별실로 분리
 
하여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시설비 투자가 불가피하여 인상하였다면 납득이나 가
 
지. 비싸다고 생각하면 여유가 없으면 1천 원짜리 일반실로 가라는 것이 지정좌석제의
 
결론이야.”

 얼굴에 검버섯이 난 사내가 열 받은 듯 단숨에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본장 신관 6층의 입장료가 1만 원으로 베팅도 최저 마권 구매액을 실시해서
 
1만 원부터 시작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따졌더니 마권 구매 편의상 1만 원부터 한대.
 
1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뭐가 편리해진다는 건지 웃음밖에 안 나오더구먼. 그 밑으로
 
하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라고 하더군. 베팅액 권리도 지들 마음대로 정해요. 어떤 마
 
사회 놈 대가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참 어이가 없지 않나. 1만 원 아래로 베팅하는
 
사람들이 레저나 취미로 건전하게 즐기는 경마팬인데 이들은 돈이 안 되니 불편한 자
 
리로 내쫒는 거지. 이 멍멍이만도 못한 마사회 행정을 누가 하는지 한심해서 말도 안나
 
오네. 그려.”

 구석진 어딘가에서 누군가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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