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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9-30 16:59
ㆍIP: 115.xxx.86
베팅 (71회)
 
 “말 잘했네. 국가에서 시행하는 레저라는 것에 강요가 춤을 추고 말이야. 창구를 축
 
소하여 운영하니 마감 전에 완전 전쟁터야. 혜택은 없으면서 어찌 갈수록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차라리 지점 전 좌석에 모니터를 설치하고 로얄경마 마냥 앉아서
 
베팅을 하게 하던지 말이야. ‘마권 구매를 서둘러 주십시요.’ 이건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야. 방송에서 마권구매를 서둘러 달라고 해서는 안 되는 거지. 최면 걸지
 
말라는 거야. 마감 30초 전후 매출을 살펴보면 왜 마사회가 마권 구매를 서둘러달라
 
고 하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마감 카운트에 들어가자 어떤 남자가 기입을 잘못했는지 창구 앞에서 주춤거렸다.

 “저 새끼 뭐야?”

 “빨리 찍어, 이 새끼야!”

 길게 늘어선 줄의 여기저기서 쌍욕들이 튀어나왔다. 마감 전에 마권을 사지 못한
 
사람들의 육두문자가 랩이 되어 객장을 진동시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가 중얼거렸다.
 
"레저는 개뿔"

 경주가 시작되자 무리의 사람들이 각자 베팅하려 잠시 흩어졌다.

 털보는 베팅할 생각은 않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어느 낯선 사내에게 다가갔다.

 “이번 경주는 그냥 끼워먹는 경주예요. 넣다 빼는 경주라니까요. 이 말이 승부하니
 
까 저 믿고 다 몰빵해요.”

 “저 말은 어때요?”

 “저 말은 안돼요. 지가 뛰어봐야 캥거루입니다.”

 털보는 무언가 가득 적은 경마지를 사내에게 보이며 선심 쓰듯 마번을 일러 주었
 
다. 낯선 사내가 경마 초보자인 것을 기막히게 냄새 맡고 접근 한 것이다. 처음에 반
 
신반의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던 사내는 털보의 해박한 경마 지식을 믿고 그가 알려
 
준 번호로 베팅했다. 경주가 끝나자 털보가 일러준 번호가 미적중되었다.

 “아~ 저 말 봤는데. 한 구멍만 더 늘렸으면 맞추는 건데.”

 먼저 털보가 탄식소리를 내며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다음 경주는 진짜 자신 있다
 
며 아예 직접 그가 구매표에 한 장을 마킹하고 건넸다. 그리고 배당판도 보지 말고
 
사라고 한다. 여기서 한 장이란 10만 원을 말한다.

 천만다행으로 그 경주에 6배 정도의 배당에 적중되자 뽀지를 달라고 생떼를 썼다.
 
사내는 조금 전 휴지통으로 간 마권은 잊은 채 덕분에 맞았다고 생각해선지 그에게
 
얼마를 주었다.

 선우가 보기에는 마음에서 우러나 주었다기보다는 그의 접착제와 같은 시달림에
 
준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안 들어오면 그냥 안 들어온거고 들어오면 절대 공짜는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음 경주를 밀어붙여 한 경주라도 맞으면 뽀지를 어떡해서라도 받아
 
냈다. 계속 미적중이면 또 다른 이유로 모면하고 살며시 자리를 옮겨 그것으로 그
 
만이다.

 경마도 도박의 일종이므로 털보를 원망하여 그동안 미적중된 돈을 돌려 달라고 하
 
는 사람은 없다. 한 마디로 그는 경마장의 뽀지꾼이면서 앵벌이다. 그는 이렇게 얻
 
은 돈으로 다음 경주에 베팅하려는 듯 구매표를 뽑고는 흡연실로 들어갔다. 선우의
 
눈동자는 무의적으로 그를 따라 움직이며 자신도 발길을 옮겼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10-01 22:01
회원사진 		경마장에도 생전처음 들어본
은어들이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바람잡이 노릇을 하기도 하군요
경마지식이 없는 사람으로 좋은걸
많이 배우고 갑니다.

환절기 건안 유의 하세요
이인철 작가님!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10-09 17:05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아마도 본 졸작을 읽다보면 경마에 관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이 소설을 쓰다보니 이 분야에 지식을
많이 배웠답니다.
그러나 지식에서 끝나야지 경험은 정말 위험하지요.
정 작가님께서도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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