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9-06 10:52

ㆍIP: 115.xxx.86

베팅 (67회)

“경마는 돈만 많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야. 경마에 망한 사람 100%가 생각 때문

에 망하지. 경마를 처음 하는 사람이 한 번에 100만 원을 베팅 할 수 있나? 아무리 돈

이 많아도 살 떨려서 못할거야. 그러나 돈만 있으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

어 온 순간, 한달에 200만 원 수입도 안되는 사람이 100만 원 베팅하는 건 일도 아니

야. 돈만 있으면 이기는 것이 경마라면 뭐 하러 사업하고 장사하고 증권하겠어.

수십, 수백억 부자는 경마 안 하지. 수십억 재산이 금방 수백억 재산이 될 텐데 왜 안

하겠나. 돈만으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게 경마야. 경마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마음을 돌리는 것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좋아. 특히 카드, 생활비, 사

채, 회사공금 등을 탕진하고 한 방 본전을 꿈꾸는 사람은 빨리 정신 차리고 깨야 돼.

더 깊이 빠졌다간 최근 메스컴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어.

넷째, 소스가 있다는 거야. 결론부터 말하면 분명히 있어. 한 해에도 몇 개의 마방이

해체되고 조교사나 기수가 국립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반드시 있다는

거지. 마장에 가면 그럴듯한 소스가 난무하고 들어오면 난리가 아니지. 그러나 정답

은 그들의 수명보다 그런 정보조차 없는 우리네 개미들의 수명이 더 길다는 사실이

야. 소스는 존재하지만 믿지 말란 말이지. 100% 죽는 길이고 가짜 정보라고 보면 돼.

본인이 직접 조교사나 기수에게 받는 정보가 아니라면 공짜 소스란 없어.

“또 필요한 것이 없을까요?”

이번에는 다른 사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편성을 알아야 이겨. 한국경마는 원천적으로 야리쪼 경마를 할 수 밖에 없

는 구조적 모순을 갖고 있지. 우리나라처럼 말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동군 최강자

끼리 붙게 만드는 경주편성이 매번 가능한가. 아니면 쾌도난마급 2마리와 당나귀급

10마리로 구성된 편성이 매번 가능한가에서 결론은 불가능하다란 거야. 따라서 우리

나라 경주 편성은 단순함과 복잡함을 동시에 갖추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쥐어 주

지. 한 마디로 헷갈리단 이야기야. 경마에서 이기려면 이러한 편성 속에 숨겨진 함정

을 찾아내야 하지.

대체로 함정이 있는 편성이란 강 축마 1마리에 후착을 와장창 변마로 채워놓은 경

우로 이런 편성에서 축마가 부러지면 바로 999야. 다음에 축마 1마리에 인기마 2~3

마리로 나머지는 변마들로 채워놓는 경우로 아는 사람만 알아서 먹으라는 거지. 또

마땅한 축 없이 될 말과 안 될 말을 반반씩 섞어놓는 경우는 배당이 흩어져서 미치게

만드는 경주야. 그리고 미승리마 경주라는 구호 아래 변마로만 채워 놓는 경우로 혼

전이 되고 개미들은 군침을 질질 흘리게 되지. 하지만 혼전을 가장한 저배당에 10번

에 8번은 당할 거고 말이야. 이번에는 거리경험 많은 변마와 거리 경험 없는 인기마

로 채워 놓은 경우로 1,200m 경험 밖에 없는 인기마 2~3마리에 1,700m에서 빗자루

질만 하고 있는 변마들로 1,700m를 뛰게 하면 냄새나는 편성이지. 끝으로 반짝 살아

난 거품마를 인기마로 잡아놓게 하고 천적이 될 만한 말을 변마로 만들어 최안쪽이나

가장 바깥쪽에 숨겨 놓는 경우는 의도적으로 터지는 편성을 한 것이지. 이런 경주는

무조건 터진다고 봐야 돼.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편성이 있지만 최소한 이 6가지 편성은 머리에 그리고 있어야

하고 잡아낼 수 있어야 해. 왜냐하면 편성은 주기를 두고 반복되기 때문이야. 반복되

는 편성에서 한두 번은 당한다 하더라도 번번히 당해서는 답이 없는 거지. 몇번 당했

으면 의도적으로 그러한 편성을 기다리고 노릴 줄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편성의 함정을 이해할 수 있겠냐라는 물음이 던져 지겠지. 해답

은 바로 복기야. 강조해서 말하지만 복기는 예습보다 10배는 중요하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돼. 그러나 단순 복기는 의미가 없어. 함정에 당한 경주의 복기는 그 함

정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해부해 봐야 해.

편성을 단번에 간파 할 수 있게 되는 날, 경마지만 보고도 이 말이 이 경주에선 한 건

하겠는걸 하는 혜안이 생길거야. 편성에 모든 답이 들어있고 마주 건 마방이 건 기수

건 우리들이 말하는 승부의지는 그 편성 속에 다 숨어 있는 것이지.

터프윈과 당나귀가 맞붙는 편성이라면 터프윈 다리가 부러지지 않으면 모를까 당나

귀의 승부의지가 아무리 세다 한들 뭔 소용이 있겠어. 이것을 당나귀의 승부의지가

높다고 터프윈 다리가 부러지거나 낙마하기를 바라면서 베팅한다면 그 사람은 편성

의 함정을 잘못 이해한 것이지. 경마에는 셀수 없는 가변성이 도사리고 있어. 그러나

다리가 부러지고 기수가 낙마할 것까지 염려하면서 경마한다면 차라리 경마를 접어

야겠지.

경마가 끝나고 복기도 이루어지기 전에 열심히 공부한 자료들을 바닥에 팽개치고 나

온다면 경마에서 이기고자 하는 자신의 승부 의지를 먼저 의심해 봐야 하지.“

“예상가란 믿을만한 존재인가요?”

메모하던 사내가 지난번 경주에 그들을 믿고 베팅했다가 더 크게 잃었다고 투덜대며

물었다.

백낙은 2015-09-07 15:22	이인철 작가님. 베팅 66~67회 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른들의 놀이문화를 발달시켜 도박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듯 합니다. 경마도 대중적인 좋은 놀이문화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이인철 2015-09-10 16:17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 저도 백 작가님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만 정부에서는 세금 수입만 생각하여 눈을 감고 있지요. 백성들이 패가망신하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는 거지요.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지요. 백 작가님의 뜻이 빠른 시일내 이루어지기를 저 또한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부족한 서재에 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베팅 (68회)

베팅 (6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