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11 10:57

ㆍIP:

불청객
불청객 / 임정수

요즘은 휴일이건 평일이건 가릴 것 없이 거의 매일 들르는 불청객들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 때문에 제대로 쉴 수가 없는 것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내겐 밤낮이 따로없다.
발바닥에 땀띠가 나도록 뛰어다니다가 잠시 들어와서 쉬는 때면
그때가 바로 휴일이고 쉬는 날인 것이다.

간단히 집에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으려 밥상을 들고 앉으면
불쑥 찾아오는 낯선 손님.
어떤 때에는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3, 40대의 아줌마들이 찾아오곤 한다.

우리집엔 24시간, 365일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
출입을 하는 세입자나 오는 손님들이 자유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아예 대문의 한쪽을 끈으로 매어 두었기 때문이다.

때론 신문 배달을 하시는 분들이나 야쿠르트 아줌마, 우체부 등이 오가다
급할 때 이용하라고 화장실 문도 활짝 열어둔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거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데,
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내다보면 바로 마당이다.

그래서 거실을 통해 누가 찾아오는지도 금새 알 수가 있다.

겨울엔 거실 문을 닫아놓기 때문에 대문 쪽에 위치한 내방의 창문을 통해
어떤 이가 왔는지 슬쩍 내다볼 수도 있지만,
요즘처럼 더운 때에는 거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갈대로 만들어진 발을 쳐놓기 때문에
밖에선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더라도
안에선 훤히 보이기 때문에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얌전하면서도 차분한 사람들은 대문으로 들어올 때에
대문 소리가 나질 않도록 조심해서 들어오는데,
덜렁대는 성격이거나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시끄러울 정도로 대문 소리를 내면서 들어오기 때문에
그사람들의 됨됨이나 성격까지도 어느정도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어쩌다 인기척도 내질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부부처럼 들어와서 둘러보다가
누군가 나온다면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아주 피곤한 스타일들이다.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처음엔 조용히 '계십니까?', '계세요?'라고 부르다
잠시후면 손으로 노크를 하듯 문을 두드린다.

그러다 몇번 두드려보고 반응이 없으면 그냥 갔으면 좋으련만,
이번엔 동전을 세워서 마구 두드려대는 것이다.

성격들이 고약한 것인지, 변태끼가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인지
말그대로 안나오면 나올 때까지 두드리는 사람들같다.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러냐'고 그러면, 좋은 말씀 좀 들어보란다.
그렇게 현관 문을 두드리는 꼴을 봐선 좋은 말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인데 말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교회에서 왔다며 하나님 말씀을 들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 절에를 다닌다며 좋게 돌려보내면,
이십분도 안되어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서 절에서 나온 사람들이란다.

나도 이젠 이골이 나서 성당에 나가는 사람인데 지금 미사 갈 시간이라
들을 시간이 없다며 또 돌려보낸다.

그러면 십분도 채 안되어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물론 교회에서 왔다고 한다.
믿는 게(다른 종교) 틀린다며 돌려보내려하면 이번엔 절(불교)에 대해서 설명을 늘어놓으려 한다.
'사실 나는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하자,
이슬람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면서 물러서곤 하는데,
정말 끈질기게 찾아오고 문을 두드려 대는 통에 맘편히 쉴 수가 없다.

교회에서 왔다던 사람들이나 절에서 나왔다는 사람들...
갈 때에는 한대의 봉고차에 올라타고 함께 가는 걸 볼 수가 있다.
아무래도 그들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몇사람씩 데려오라고 할당을 정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겪게되는 것중의 하나는
'물 한잔만 얻으먹읍시다'란 것일 것이다.
그넘의 물에 꿀을 발라놓았는지, 본드를 발라놓았는지
금새 한잔을 비우고도 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어떤 사람은 아예 털썩 주저앉으며 쉬었다 가자고 하거나
배가 고프니 밥을 내어오라는 사람들도 있다.

교회에서건 절에서건 제발 찾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종교의 자유란 게 있는데,
오라고 한다고 해서 오고 가라고 해서 가는 곳이라면 그곳이 진정한 믿음에서 가는 것일까.

어쩌다 권유하는 사람이 예뻐서 한,두번 쯤은 갈 수가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쁜 것도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갈듯 말듯 할 때에야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것처럼 달라붙으니 은근히 기분도 좋고해서 갈 수 있을런진 몰라도
그 상황에서도 작업을 걸려는 생각 자체가 걸러먹은 것이지만,
그사람들이야 한사람이라도 더 데려가면 그것으로 임무가 끝인데
어찌 작업을 들어 갈 수가 있을 것이란 말인가.

어떨 땐 나도 모르게 귀가 따갑도록 그 사람들의 말을 듣어주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정말 귀신에 홀린 듯 하지만,
계속 들으면 왠지모르게 짜증스럽고 화가 치미는 것을 느낀다.

집집마다 돌며 한사람이라도 더 데리고 갈려고 나름대로 교육을 받아서 왔겠지만,
일단 마음이 내키질 않는데 억지로 강요하려는 데서
적개심과 함께 반발심이 나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세상에 나고 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인데,
인연이 닿으면 가는 것이고 인연이 없으면 그걸로 끝나는 것인 것을
하나미이 부르는 것도 아니고 부처님이 부르는 것도 아닌데
자기네들이 오히려 못데려가 더 안달이다.

그렇게 하나님이 보고싶으면 더 빨리 갈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곧 부처'라 했거늘,
부처님은 묵언 수행 중이시라 말씀이 없으신데 억지로 절에를 가자고 그러면
절을 지키는 주지 스님이 배가 고프니 허전한 불전함에 시주나 좀 하러오라고 하는 것 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게 배가 고프면 공사판에 나가 막노동이라도 하지.
사지 육신이 멀쩡한 사람들이 어리숙한 사람들의 등이나 쳐먹고 살려고 하니
교회이건 절이건 비난을 받고 불신하게 되는 것인데 말이다.

열심히 땀흘리고 번 돈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

* 나는 꾸준히 절을 찾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교 신자이다.

교회에서 왔다며 하나님 말씀을 전하러 왔다는 사람들은
집안이 안풀리고 우환이 생기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다며
사기성 짙은 공갈과 언변으로 끈질기게 달라붙고,

절에서 왔다는 사람들 또한,
이 집에 대주가 안좋아서 상당히 안좋은 우환이 생길 것이니
미리 방침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는 말로 사기성 짙은 언변을 늘어놓는다.

그렇기에 진실한 기독교인이나 불교 신자를 일컫는 내용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최평균: 아마도 그들은 진정한 교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맹신도들 일겁니다.
그래서 지난 탈레반 건 같은 무리한 전도를 감행 했을겁니다.
하지만 진실하고 남에게 피해를 안주는 참 신도들이
이 나라에는 확실히 더 많습니다.
문제인 약간의 맹신도들은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믿는게 아니고
성전인 교회나 절집을 믿거나 하나님의 종인 목사님이나
부처님의 종인 스님을 믿는 사람들인게지요.
임정수 작가님 그만 마음 푸시기 바랍니다. -[09/13-19:43]-

임정수: 요즘처럼 바쁘게 전국을 누비며 다니다가도
지나가는 길에 들려서 맘 편히 쉬었다 갈려고 해도
원치않는 불청객들에 의해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고해서 느닷없이 찾아 온 불청객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해서
이렇게 글로써 망쳐버린 기분을 풀어보곤 하는데요,
가끔은 글을 보면서 머리도 식히고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종교야 어떻게 되었던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자체가 더없이 좋을 뿐이니까요. *^.^* -[09/13-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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