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21 09:54

ㆍIP:

그소녀
그소녀 / 임정수

무심코 마주친 사람을 보는 순간 그사람이 맘에 들거나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일 경우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여 정작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할 때가 있다.

어느날 오후, 버스 속에서 한 소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힐끔힐끔 곁눈질을 해가며 소녀를 훔쳐보면서 야릇한 흥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질겁하여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버스 안이라는 공간이 주는 시각적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오늘이 가고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한 심정을 원망하면서
말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나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기만 했다.

연락처라도 알 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떡할까 망설이는데
그소녀는 언제 내렸는지도 모르게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이튿날에도 같은 노선의 버스를 탔다.
그소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제발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스 안을 둘러보던 중 뒤쪽에 있는 그 소녀를 발견했다.
순간,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방향의 버스를 이용하기에 잘만하면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부정보다는 긍정을, 수동이 아닌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로
소녀를 몰래 지켜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이번에도 얼굴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두번이나 기회를 놓힌 나는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자책했다.
뒤쪽에 앉아있던 그녀가 일어나더니 앞쪽으로 걸어갔다.
내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다시 한번 야릇한 흥분과 묘한 전율을 느끼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지금이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깨닳고 용기를 내어 뒤따라 내렸다.
하지만 이미 정류장에서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로 인해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에도 버스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들 중 한명은 나하고 조금 안면이 있었고 껄끄러운 관계였으므로 작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와 만나던 정류장 부근에서 볼 일이 있어 길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앞쪽에서 걸어오는 그녀를 보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혼자였고 나를 똑바로 보면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기회는 지금 뿐이다. 만약 이번에도 놓히면 영원히 끝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길을 물으며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매일 버스 속에서 보았노라며 친근감있게 다가갔지만
그녀는 내가 가까이 다가갈 수록 용수철마냥 튀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고무줄같이 늘어났다 줄어들기라도 하면 작업을 하기 쉬울텐데
톡 톡 튕기듯 멀어지는 그녀에겐 더이상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월이 약>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늘 그때의 노선 버스를 타고 추억의 발자취를 더듬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까울 정도로 그소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정녕 우리의 인연이 필연적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인듯한 소녀의 손목을 잡고 버스에 올랐다.
'살다보니 이렇게 또 만나는 수가 있구나.'

그때의 예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녀를 보니 심장이 멎을 듯 답답하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아! 다시 한번 그시절로 돌아갔으면...'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던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다.
"저...미안합니다만...어디선가 뵌 분 같아서요."
나는 조용히 오래 전 우리가 노선 버스에서 보아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말없이 웃었다.
"딸아이인가 봐요?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참 예쁘네요."
"아뇨...아니에요."

그때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다왔어요. 이모! 어서 내려요."
"으..응..."
"이모?"

순간, 무언가에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할 때에 혼잡한 머리 속이 온갖 잡념으로 가득참을 느끼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갑자기 정신이 맑아져왔다.

내려야한다는 강한 이끌림에 의해 벌떡 일어나 한걸음 내딛는데 하차문이 닫히면서
버스가 출발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최평균: 잘 계시지요? 임정수 작가님.
제가 요즘 딴 공부로 시간이 없어서
작품을 못 올리고 있는데 대신 수필 서재를
든든히 지켜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소녀 이야기는 픽션 같기도 하고 넌픽션 같기도 하지만
아무러면 어떻습니다.
잔잔한 휴먼이 깃든 작은 사랑 이야기 이네요.
결국 짝사랑으로 끝났지만.....
사람의 인연이 끝나지 않았다면 다시 그 소녀를(?)
볼 수도있겠지요.
추석 명절전에 마지막 글 인지도 몰라 서둘러 인사 놓고 갑니다.
민족의 명절 중추 가절 행복하게 보내시고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한번 뵙고 싶군요.
항상 임정수 작가님이 제 곁에 있는듯 해서
행복하답니다.^^*** -[09/21-16:57]-

임정수: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구하려고 하는 책이 있어서
나갔다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자주 마주치던 사람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그때의 심정을 글로써 나타내어 본 것입니다.

내일부턴 귀성길 준비로 다들 바쁘시겠군요.

저는 저희집에서 차례를 모시기 때문에 어딜 가지 않는답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 건강한 추석 명절을 보내세요. *^.^* -[09/21-20:35]-

임채석:
푸른 하늘이 다시 빛나고
고운 햇살에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처럼
가을은 아름답게 깊어집니다.

임정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녀를 향한 시선視線은 마침내 안과 밖을 잇는
잔잔한 마음길 되어 내리네요

인연의 끝에서 현현顯現하는
근원적 그리움의 역동성이겠지요.

미소진 가두리를 넘쳐흐르는, 작가님의 과거에 대한 회자가
어디까지 계속될런지 모르겠지만...

다만, 이 글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작가님의 회상은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고
또한 고요한 긴장緊張이라는 것.

그것은 마치, 소녀가 스스로의 수 많은 상념을 안고
모든 공간의 부피와 모든 시간의 무게를
견디어 내면서 과거의 한 자리에 못박힌 채
아프게 서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글에 생각, 머물다 갑니다.

임정수 작가님,
두런대던 하늘이 내리고 어둠이 내리네요
즐거운 중추절이 되시길 마음으로 빌어 드리며
늘, 건안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09/23-19:06]-

임정수: 안녕하세요. 임채석 작가님! *^.^*
즐거운 추석 명절을 잘 지내셨는지요?

무척 바쁘고 촉박했던 시간들 속에서
피곤한 한가위를 맞이하셨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이제 연휴도 끝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을 하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몇일 남지않은 9월을
건강하고 후회됨이 없도록 잘 마무리 하시길 빕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 -[09/27-09:03]-

알레르기 비염

어머님의 사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