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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09 09:36
ㆍIP:
초고추장과 와사비
초고추장과 와사비 / 임정수



일본에 있을 때의 일이다.
바닷가 근처인 니이가타 현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싱싱한 회를 마음껏 먹을 기회가 많았다.
아니, 기회라기 보다는 거의 주식에 가까웠을 정도로 즐겨 먹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일본식 회와 양념장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즐겨먹는 회가 단순해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양념장에 대해선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대구와 문어도 즐겨 먹었지만, 아지(정갱어)와 해삼은 매일 먹었으므로 하루라도 떨어질 날이 없었다.
해삼은 니이가타 현의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다 보니 방파제 등지에서 물 속을 들여다 보기만 해도
지천에 널려있는 게 다 해삼이었다.

그래서 기다란 대나무에 굵은 철사를 포크 모양으로 두가닥 밖으로 내어서 건지기만 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가 있었다.

한국에선 없어서 못먹을 정도였지만 니이가타에선 해삼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을 별로 보질 못했던 것 같다.
먹어 본 사람이 먹을 줄 아는 것이지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겐 손질을 해서 먹도록 해줘도
먹질 못하는 것이다.

보기에도 기다란 해삼인데 그것을 건지고 보니 어른 팔뚝만한 길이 정도로 크고 굵었다.
의외로 홍삼(붉은 해삼)과 검은 해삼이 더 많았다.

창자는 따로 들어서 먹었다.
해삼도 귀하고 맛있지만 창자는 고급 요리로 들어갈 정도로 좋은 것이다 보니 더 챙겨 먹게 되었다.

이웃 주민들에게도 선물로 나누어 주기도 하고 함께 먹기도 했는데,
창자를 꺼내어 먹다가 배가 불러서 못먹으면 개나 닭들에게 던져 주기도 했다.

이른 아침이면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는 고깃배들을 보게 된다.
대부분 아지(정갱어)를 많이 잡아오는 배들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다른 고기들을 이미 경매에 내놓고 돌아오는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선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일까.
아님, 인심이 좋아서일까.
'기마이! 기마이!'를 외치며 구경 나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비닐 봉지를 나누어 주면서
그 봉지에다 가득히 담아주는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으로 선착장을 찾았다.
어민들이 많이 잡아서 기분 좋은 날이면 공짜로 나누어 주기도 하였지만,
적게 잡은 날에는 적게 잡은 대로 구경 온 사람들이 적당한 가격에 알아서 사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웃는 얼굴로 어민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선착장엘 자주 가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솔직히 그곳엔 고깃배 보다는 낚시꾼들이나 구경꾼들이 많았고 그들 중에는 정말 예쁜 사람들이 참 많았다.

어떻게 하면 작업을 걸어 볼 수가 있을까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오로지 건수(?)를 하나 올려보려고 갔었던 것 같다.

'열 번 찎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라는 속담처럼 두눈을 크게 뜨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결국은 작업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일본에서의 아름답고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었지만...

처음 몇 일 간은 한국에서 가지고 간 고추장으로 식초를 넣어 추고추장을 만들어 회를 먹기도 했지만
나중엔 그마저도 떨어지고 나니 된장에 찍어서 먹어야 했다.
된장하고 회를 먹는 맛이란...

초고추장에 길들여진 터라 된장은 정말 삼키기 조차도 힘들었다.
그래도 꾸준히 먹으니까 입맛이 바뀌게 되었고 된장하고 같이 먹는 게 익숙해져 그런 대로 먹을만 했다.

나중엔 마트에 까지 가서 초고추장을 찾았지만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고기 소스로 먹어 본 적도 있다.

싱싱한 횟거리가 많아 회 속에 파묻혀 지내다시피 하다 보니 분명 무언가 빠진 듯한 밋밋함이 있었지만
그게 무언지 확실치가 않았다.
'무얼까? 무엇일까?'

대구와 문어, 아지와 해삼을 질리도록 먹고서 몇 개월 후 부산으로 왔다.
부산에 온 지 얼마안되어 오랫만에 횟집에서 모임이 있어 회를 먹게 되었다.
푸짐한 상차림에 초고추장과 양파를 썰어 진강장에다 와사비를 얹어 놓은 게 나왔다.

'와사비....아차, 와사비였구나.'
일본에서 지내는 내내 와사비를 생각질 못했던 것이다.

회를 한 점 들어서 와사비에 찍어 먹었다.
그순간 눈물이 핑돌았다.

다들 회 맛이 그렇게 좋아서 눈물을 흘리냐고 놀려대었지만,
난 회보다도, 와사비 보다도, 일본에서 찍어먹던 구수한 된장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평균: 이 글을 읽다 보니 진해 용원에서 참 숭어회와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던 생각이 나서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와사비........
     우리들도 주위사람들의 삶에 맛을 한층 돋우는 와사비 같은 그런 삶이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임정수 작가님.
     밀린 글 일요일 맞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09/09-18:31]-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작가님! *^.^*
     휴일은 즐겁고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모처럼 맞이하는 휴일이라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신 듯 하군요.
     
     오늘도 무척 화창하면서도 조금은 더운 날씨입니다.
     
     이번 주에도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09/10-11:35]-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작가님! *^.^*
     휴일은 즐겁고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모처럼 맞이하는 휴일이라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신 듯 하군요.
     
     오늘도 무척 화창하면서도 조금은 더운 날씨입니다.
     
     이번 주에도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09/10-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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