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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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휴가
포상휴가 / 임정수

내가 처음 군입대하여 사병 생활을 한 곳은 경기도에서이다.
논산 제 2 훈련소를 거쳐 306 보충대대에서 자대 배치되어 간 곳이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장암4리이다.

포천 막걸리와 이동 막걸리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내가 현역(사병) 시절 땐 이동 막걸리가 더 유명했었다.

사실 포천 막걸리가 유명하긴 해도, 나도 최근에서야 포천 막걸리가 유명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때는 이동 막걸리라면 전국에서도 꽤 알려졌던 걸로 안다.

내가 근무한 곳은 0 군단 105 통신단이었기에 상급 부대의 특성상 별을 달고 지나가는 지프차나
별모양이 그려진 헬기를 자주 보게 되었다.

계급에 따라 별의 갯수도 달라서 가끔 부대내에서나 밖에서 통신 작업을 하다가
멀리에서부터 별을 단 지프차가 달려오면 별의 갯수가 몇개인지를 알아맞히는 내기를 하곤 했었다.

지프차의 앞 쪽에 빨간 헝겊같은 천에다 흰색의 별이 그려져 있으므로 장군급 지휘관의 지프차일 경우
멀리에서도 빨간색이 눈에 띄니 쉽게 알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보통 쵸코파이나 병콜라 내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시절엔 볼펜 한자루가 60원이었으니 병콜라 한병의 가격은 120원에서 150원 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우린 주로 방차통과 312 전화기를 울러메고 경가설과 중가설을 했었다.
한탄강과 성동 검문소, 산정 호수로 올라가는 길목인 신선대 캠프 등으로 해서 광범위한 지역을 누비고 다녔었다.

아마도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8월 쯤이었을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힘들고 고된 작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헤이해진 마음은 또 다시 내기의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마침 도로가 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서 지프차가 지나가면 쉽게 알아 볼 수가 있었다.
다들 작업 중에도 시선은 연신 도로를 주시하며 별을 단 지프차가 지나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전방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짚프차 한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흙먼지와 햇볕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잘 볼 수가 없는데다 급한 작업으로 인해 다들 등을 돌려
에스포(S-4) 케이블에 매달려야 했다.
케이블의 연결점에 테이핑을 하며 목전주에 바인더 정리를 하는 동안 나 혼자만이 별이 몇개인지 끝까지
확인하려고 지켜보았다.

해를 마주보며 서 있었기에 눈이 부셔서 더 잘 보기 위해선 한 손을 이마에 올려야 했는데,
오른 손을 들어 전투모의 창에 갖다 대었다.

나는 눈이 부셔서 별생각없이 손을 올렸지만,
지프차에서 보면 그야말로 군인 정신이 투철한 사병으로 보였을 것이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던 지프차는 우리가 작업을 하고있는 곳으로 오더니 멈추어 섰다.

지프차가 멈추어 설 때까지도 나는 거수 경례를 하는 동작으로 서 있었다.
솔직히 흙먼지 속에서도 별이 몇개인지 세어 보느라 지프차에서 누가 내렸는지도 보질 못했던 것이다.

별을 세어보니 세개였다.
'세개면 군단장...'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군단장이 내 앞에 서있는 게 아닌가.
군단장은 내게 소속을 물었다.
당황한 나는 관등성명을 대었고, 옆에선 군단장의 부관인 듯 한 장교가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날 오후 작업을 끝내고 부대로 복귀했다.
내기에서 이겼다는 성리감에 도취되어 곧 PX에서 시원한 병콜라로 갈증을 해소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데 인사계의 호출로 중대장에게 갔다.

오늘 작업 중에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묻는 중대장에게 군단장의 지프차를 본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했더니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별이 몇개인지 내기를 했었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중대장과 인사계가 큰 소리로 웃는다.
그리곤 3박4일 휴가증을 내밀면서 어서 집에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다.

꿈인지 생신지 의아해 있으려니 포상 휴가이니까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며 얼른 가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몇일이 지났을까.
휴일이라 영내에서 모포를 털어 말리며 물광, 불광으로 다들 군화를 광내고 있는데,
'두두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대의 헬기가 멀리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멀리에서부터 날아오는 헬기였지만, 한눈에 봐도 별모양이 선명해서 확인을 하기 쉬웠다.
이번에도 내기를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가
날아오는 헬기의 별 갯수를 헤아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차피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헬기들이 날아오고 있었고
별모양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에 나는 굳이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가질 않고 있었다.

여러대의 헬기를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별그림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되기에 차근차근 보아야 했다.
눈짐작으로 봐도 충분한 것을,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없는 노릇이라 오른 손을 이마에 대고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잠시후에 내기의 승부와는 상관없이 상황실에서 일직사령이 허겁지겁 뛰어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 우리는 이미 교대를 했지만, 지난 주까진 5분 대기조였었기에
혹시라도 비상이 걸렸나싶어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직사령의 입에선 뜻 밖의 말이 나왔다.
방금 헬기들이 지나갈 때 누가 손을 올렸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내가 그랬노라고 밝혔고, 주위에 있는 중대원들도 내가 그랬다고 얘기를 해줬다.
분명 잘못한 게 없었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지만 왠지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직 사령은 방금 무전을 통해 지시받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군사령관이 헬기로 통신단 상공을 지나가는 길에 아래를 내려다 보니 사병 하나가 똑바로 서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그늘 속으로 뛰어들어가 숨는데 한 명만이 땡볕에 서서 거수 경례를 하는 걸 보곤
무척 감동을 받으셨다면서 당장에 포상 휴가를 보내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포상 휴가를 다녀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포상 휴가를 다녀와야 했다.
이런 걸 두고 줄을 잘 섰다고 해야하나,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0 군단 105통신단에서 함께 고생한 전우들이 보고싶다.
다들 잘 지내고들 있겠지...

최평균: 하하하
운이 상당히 좋은것 같군요.
저는 의정부에 위치한 107통신대에서 군 생활을 하였었지요.
그때 군인의 날인 10월 1일에는 매년 사령부에 대령 이상급
한, 미 장교 장성들이 행사를 하고 연회를 하는데
고참 때 한번은 앰프 지원을 갔었습니다.
역시 장군들은 하얀 연미복이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부인과 같이 춤도 추고...... -[09/13-19:29]-

임정수: 실은, 위의 내용 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도 포상 휴가를 많이도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요령이란 걸 이찌기 터득한 때문인지...
군대에서의 요령은 남들 열심히 할 때
하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빠질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할 일이라면 얼른 끝내어놓고 쉬는 게 요령이다싶어
남들보다 먼저 할려고 노력하다 보니
저절로 터득을 하게 되었지만요,
포상 휴가....
한달에 한번씩은 꼭 다녀온 듯 한 느낌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정도로 많이 포상 휴가를 많이 다녀왔거든요.
포상 휴가에다 위로 휴가, 정기 휴가...
그렇게 따지면 거의 한달에 한번은 다녀온 듯 싶네요. *^.^* -[09/13-20:34]-

불청객

초고추장과 와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