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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18 10:04

ㆍIP:

어머님의 사랑 (2)
어머님의 사랑 (2) / 임정수

어머니 생신 날 아침.
매운탕이나 구이 같은 요리는 자신있지만 미역국 끓이는 게 서툴러서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침 일찍 끓여 놓았다고 한다.

광우병이니 탄저병이니 말많고 탈많은 수입 쇠고기보다는
도다리로 끓인 미역국이 좋을 듯 하여 도다리로 미역국을 끓인 것이다.

어차피 국산 쇠고기라고 해도 백프로 믿지는 못한다.
먹을 땐 모르고 먹지만 꼭 먹고나면 수입이었노라고 뉴스를 통해 밝혀지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말씀은 없으시지만 친구분들은 손주들 재롱에 웃음이 그칠 날이 없다는 말씀을 들으니
며느리가 끓여주는 미역국으로 생일밥을 드시고 싶으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저 묵묵히 수저를 들어 밥을 떠 먹는 수 밖에는...
사람의 인연을 인력으로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는가.

서로가 착잡한 심정으로 먹는 둥 마는 둥 밥한그릇씩을 비우고 녹차를 끓여 마주 앉았다.

무슨 말을 끄내야 할지를 몰라 잠시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경기를 타는지 이것 밖에 준비를 못했습니다. 친구분들하고 식사라도 하세요."
그리곤 삼십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어머니께서도 말이 없다가,
"다른 집 자식들은 어디가서 연애라도 잘하고 결혼도 잘하더만...
우린 언제나 손주를 보게될런지..."
"인연이 안되서 아직 못 만난 것 뿐이지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때 여동생이 조카들과 함께 케이크를 사가지고 왔다.
조카들 등살에 수화기를 들어 양념 치킨 두마리와 후라이드 두마리를 시켰다.
전화를 하고 돌아서는데 여동생이,
"엄마, 이거 얼마 안되지만 맛있는 거 사드세요."
그러면서 이십만원이 든 봉투를 어머니의 손에 쥐어드리는 것이다.

잠시후 주문한 치킨이 도착했고 케이크를 잘라 함께 먹는데
거래처에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다 보니 지갑이 든 호주머니가 평소와는 달리 묵직함이 느껴졌다.

차에 오르면서 호주머니를 살펴보니
아침에 내가 드렸던 봉투와 여동생이 어머니께 드렸던 봉투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집으로 전화를 했다.
"요즘 돈이 없어서 쩔쩔 매는 줄 아니까 너무 신경 쓰지말고 급한데 쓰도록 해라."는
어머님 말씀에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겉으로는 남들이 어떻고 불평을 하시지만
언제나 자식을 생각하시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신 것이다.

지금은 IMF도 아니고 다른 업종처럼 경기를 타는 것도 아니지만
힘든 시기가 지나고나면 반드시 잘 풀릴 날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더욱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부터 전해져온다.

최평균: 훌륭한 어머님을 모시는 작가님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어떤이는 효도를 하려도 효도를 받아 주는 부모가 없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마음 따뜻한 어머님을 모시고 어머님 생신날
같이 미역국 조반을 드시며 부자간에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음은
그 자체로도 행복인게지요.
저는 어머님이 아프신 후로는 아내의 생일 미역국을 제가 끓이는데
한번 배운 절차를 종종 뒤 바꿔서 조리하는 지라 종종 핀잔을 듣곤 하지요.
어머님과 함께 행복하세요. -[09/18-17:07]-

최 선경: 도다리로 끊인 미역국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네요. 먹어본적은 없지만요. 어머님을 생각하는 작가님의 마음과 자식의 행복이 내 안위보다 우위인 어머님의 마음을 가슴 찡-하게 느낍니다. -[09/18-18:09]-

임정수: 저희 어머니 생신일은 몇달 전에 이미 지났지만,
그때의 힘들고 어려웠던 때가 생각나서 적어 본 것입니다.

최평균 작가님께서도 자상하셔서 미역국을 잘 끓이실 것으로 믿습니다.

제 취미가 요리여서 그런지 음식이나 요리법에 관심이 아주 많은데요,
이다음에 붕어 찜이나 메기 매운탕 등에 대해서
많은 얘길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실은, 제가 알고있는 요리법을 조금이나마 가르쳐 드리고 싶어서요.
ㅎㅎㅎㅎㅎㅎ -[09/18-18:55]-

임정수: 오늘은 두분 최씨 작가님들께서 약속이라도 하신 듯
함께 오셨군요.
ㅎㅎㅎㅎㅎㅎ

저도 미역국이라면 소고기를 넣어야 먹을 수 있고
그래야 맛이 있는 것이라 여겼었는데요,
경남 지역에선 도다리로 미역국을 끓이는 곳이 많더군요.

그래서 가덕도 등지에서 나오는 자연산 생미역을 구입하여
말리기도 하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도다리와 함께 미역국을 끓여먹곤 한답니다.

도다리로 미역국을 끓여 먹었더니 깊은 맛을 알 수가 있고
맛또한 좋아서 요즘은 소고기는 전혀 넣지않고
도다리로만 미역국을 끓여 먹습니다.
ㅎㅎㅎ

지금은 육지와 가덕도를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어서
자연산 생미역이 귀하기 때문에 구입을 하기도 어렵답니다.

다음에 말린 미역이 나오면 두분 작가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좀 보내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09/18-19:01]-

그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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