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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15 10:20
ㆍIP:
입소문
입소문 / 임정수



지금은 추석을 몇 일 앞두고 있어서 주문받은 선물용 엑기스 준비로 제일 바쁠 때이다.
가끔 이렇게 바쁠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다.

몇 년 전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가게를 옮긴 지 얼마되지도 않은 때여서 이웃을 사귀는 게 급선무였는데,
마침 심심치않게 오셔서 말동무가 되어 주신 것이다.

동네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와 어느 집에 누가 애를 낳았으며 언제 잔치를 치루었고
제사가 언제인지 물어 본 적이 없는데도 세세하게 기억을 다하시고 알려주시는 거였다.

무엇을 어떻게 대접 해드려야 할 지를 몰라 커피라도 내어오려니 커피는 드실 줄 모르신다고 하신다.
그래서 냉장고에 시원하게 얼려놓은 호박 엑기스가 있어서 몇개를 끄내어 드렸더니 참 맛있다고 하시며 잘 드셨다.

그날 이후로 수시로 찾아오셔서 호박 엑기스를 드시고 가시곤 했다.
어차피 호박 엑기스는 매일 다리는 터였기에 부족하지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게 문이 열리더니 잔뜩 멋을 낸 사십대 후반의 아주머니 한 분이 안으로 들어왔다.
"붕어 엑기스를 좀 해먹을까 하는데 좋은 놈 있어요?"
"예, 오늘 새벽에 강에서 다 잡아 온 것입니다."
수족관에 가득 담긴 고기들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알고보니 그 아주머닌 자주 찾아오시는 할머니의 며느리였다.
다들 농사철이라 밭에 나가고 없어서 우리 가게에서 무료함을 달래고 함께 점심 식사도 하시다 보니
매일 점심은 거의 우리 가게에서 해결하곤 했었던 것이다.

할머니로 부터 많은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캐묻던 아주머닌
대량으로 주문을 하면 더 싸게 해줄 수 있냐고 묻는다.

대량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싸게하면 어느 정도로 가격을 맞추어 줘야 맘에 들어할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은 양산의 공단에서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면서
추석을 맞이해서 직원들과 거래처에 좀 보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께서 오시면 호박 엑기스 외에도 붕어 엑기스와 장어 엑기스를 몇 개씩 드셔보시라고 드리곤 했었는데,
그걸 할머니께서 안드시고 며느리에게 다 갖다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맛을 보게 되었고 확실히 다른 곳에서 해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하면서
내가 내린 엑기스가 가장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솔직히 고객들 중 대부분은 가격도 싸고 영양가 있는 호박 엑기스를 선물용으로 찾기 마련인데,
붕어와 장어 엑기스를 대량으로 주문하겠다니 반신반의 했었고 거의 믿지는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았을 것 같다.

적당한 금액을 제시했더니 괜찮다면서 이틀에 한번 씩 지나는 길에 들리겠다며 선금으로 백만원을 준다.

우린 외상 거래는 거의 하질 않는다.
어쩌다 한, 두박스 정도는 떼이더라도 적은 금액이니 하는 수 없이 거래를 하긴 해도 결제가 안된 적은 한번 도 없었다.

이틀에 한번 씩 일정한 수량을 정해놓고 그때에 결제를 다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5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단골 고객으로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스무명 쯤 되는 친구 분들을 데리고 우리 가게로 온 적이 있다.
게 중에는 거래처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고, 말그대로 친구들도 있었다.

그날 함께 왔던 친구 분들 중 열댓명은 아직까지도 우리 가게를 꾸준히 찾아오신다.
그 덕분에 오늘도 기일 내에 엑기스를 납품하려고 이렇게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입소문으로 알려진 우리 가게의 이미지를 더욱 빛내려고...

주  환: 입이 사람 잡는다고 하지요! 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첫째 입이요, 둘째는 붓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우리네 작가들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할지??????  -[09/17-19:03]-
임정수: 맞습니다.
     싫든 좋든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바뀌질 않더군요.
     그래서인지 저는 편식을 하질 않고 골고루 잘 먹는 편이랍니다.
     보신탕같은 건 입에도 못대지만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다들 좋아하더군요. *^.^*  -[09/18-10:07]-
최평균: 언제 부산에 다시 갈때는 임정수 작가님의 매장에 들려
     구경도 하고 아내를 위해 한 박스 구입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입소문도 좀 내 주고요....ㅎㅎㅎ
     붕어 낚시를 좋아해서 고기를 잡지만
     깨끗한 곳에서만 낚시를 하고
     잡은 고기는 주로 이웃에 나눠 주지만 그중에 이름난 곳의 고기는
     (충주호, 초평지, 대호만,예당호등)
     가져다 냉장고에 방치해 두었더니 아내가 몽땅 들어다
     건강원에 맡겨서 아들하고 먹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귀농 준비에 사업에 정말 바쁘신중에도
     자주 좋은 글 올려 주셔서 즐감 할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09/18-16:03]-
임정수: 요즘은 귀촌 준비로 바쁘다 보니 이것저것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다 할 수가 없어서
     가게일은 서서히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예전같으면 주위 분들께도 많이 만들어서 나누어 드리곤 했었는데,
     지금은 주문 받은 물량을 다 맞추기에도 벅차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답니다.
     
     나중에 귀촌을 해서 정착하게 되면 조그마한 연못도 만들고
     양식장도 만들 것입니다.
     
     그럴 땐 최평균 작가님께서도 시간이 나실 때 자주 놀러 오실 수 있고
     제가 만들어 놓은 연못에서 키우는 붕어로 엑기스를 만들어
     몸보신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09/18-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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