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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08 09:57
ㆍIP:
행복한 하루
행복한 하루 / 임정수



내가 엑기스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15년이 되었다.
민물 어류를 취급하다 보니 매운탕이나 찜을 즐겨먹게 되었고
입소문을 통해 주위에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가끔은 일 관계로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마땅히 대접할 게 없어
매운탕이나 찜을 정성 껏 준비해서 대접하였더니
너무나 맛있다고들 하면서 식당을 해보라며 농담삼아 권하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양산에서 <00 메기 매운탕>으로 식당을 운영하였다.
강에서 직접 잡아 온 싱싱한 민물 고기로 메기 매운탕, 붕어찜, 잉어회, 장어구이,
가물치 회, 참게탕, 붕어회 등 민물 어류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많이 잡힐 땐 원액으로 푹 고아서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내어놓기도 하고,
나중엔 중탕 기계를 들여와 주문을 받게 되어
식당과 엑기스로 두 종류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엑기스도 본격적으로 같이 하게 되었다.

장어나 가물치 뿐만 아니라 붕어와 잉어가 산모에게 특효라고 알려지면서
나의 권유로 꾸준히 원액을 먹었던 산모들에게서 가끔은 고맙다는 인사의 전화를 받을 때면
정말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부모의 피부가 아무리 까무잡잡하더라도 산모가 꾸준히 먹고서 출산을 하게 될 경우
대부분(우리 고객 중 90% 이상) 아기의 피부가 뽀얗고 좋다며 마냥 신기해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산모들을 대하노라면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후 1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질 않아 고민하던 사람을 알게 되어
붕어 엑기스를 권하였더니 1년후 건강한 딸 아이를 출산하였다.

부모처럼 피부가 거칠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였는데
우유처럼 부드럽고 뽀얀 피부에 마냥 신기하기만 할 뿐이라며
이 걸 계기로 인연이 되어 지금 껏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하였노라는 반가운 전화를 받기도 하였다.

이렇게 입소문을 통해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출산을 앞둔 산모들로부터 문의 전화를 많이 받게 되었고,
한번 먹어 본 사람들로 부터 좋은 반응으로 소개를 받아서 주문하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사실, 내가 취급하는 엑기스는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 보조 식품일 뿐인데도
가끔은 경쟁 업체나 시기하는 사람들로 부터 애매하게 고발 조치가 되어
벌금을 물어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과대 광고로 비쳐질까봐 효능이나 효과에 대한 글은 일체 올려놓질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홈페이지를 이번 8월달에 서비스 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더이상은 사용하질 않는다.

홈페이지를 만든 회사의 무성의한 태도와 영 맘에 들지않는 디자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홈페이지를 포기하기로 했다.

굳이 효과나 효능에 대해서 말하지 않아도 나를 찾는 모든 고객들이 먼저 알고들 찾아오기 때문에
두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효과나 효능에 대해선 동의 보감이나 본초강목 등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얘기를 집안의 어른들께 듣고서 찾아오기에
어떤 면에선 나보다도 더 잘 알고들 있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이야말로
인체의 가장 신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과정 뒤에는 10개월 간의 임신 과정과 출산의 고통이 있고
또한 그로인한 여러가지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임신 중에 나타나는 임산부들의 여러가지 변화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려는 마음은 누구나가 가지는 공통적인 사항인 것 같다.

특히, 아이의 건강과 피부향상, 산모의 젖이 많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점이 있다 보니
선호하는 게 아닌 가 싶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 생각하며 언제나 친가족처럼 대하다 보니
형이나 누나처럼, 때론 친구나 동생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어떤 이들은 부부 사이에 흔히 겪을 수 있는 은밀한 고민까지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상담을 해오기도 한다.

그런 것은 병원에서 전문의와 상담을 하던지 부부가 둘이서 조용히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다른 곳에선 차마 말 못할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으면 한결 마음이 편하고
농담처럼 한마디씩 던지듯 일러주는 말에 위안이 되기도 하며
나름대로의 만족(?)을 얻는다며 좋아들 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 건 가정 불화 없이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게들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을 따름이다.

오늘 반가운 손님이 아기를 업고 찾아왔다.
약간 마르면서 까무잡잡한 피부의 엄마와는 대조적으로 아기는 하얗고 토실토실한 게 정말 복스러웠다.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는 너무나 편안해 보였고
아기를 안으며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시간.
제각기 다양한 사연들로 가득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많은 사연들만큼이나 가슴 뿌듯한 날이었기에 나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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