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13 10:07

ㆍIP:

인생무상
인생무상 / 임정수

크고 작은 경조사와 함께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던 것 같다.
내게 있어서 다른 어느 해보다도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친형제처럼 믿고 의지하며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 버린 것이다.

언젠가 절대로 실망을 시키기 않겠노라며 급하게 돈을 좀 빌려 달라고 해서 7천만원을 차용증 하나 없이 빌려줬었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어 뜻데로 잘 풀리질 않았던 것인지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두어달 전 쯤
안타까운 친구의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자동차 정비 기술자였던 친구는 남의 밑에서 월급쟁이로 계속 살 수가 없다며 독립을 선언했고,
나또한 그 친구의 뛰어난 기술을 인정하는 터라 밀어주기로 했던 것이다.

작은 규모로 카센타를 시작하려고 해도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 현금으로 빌려준 7천만원은 턱도 없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모자라는 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며 내게 보증을 부탁했다.

비록 가진 것 하나없이 기술 하나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가 믿음직했고
돈을 버는대로 내돈부터 갚겠다는 제의에 선뜻 그러마했다.

2년 동안은 가게가 잘되어서 종업원을 둘 만큼 바빴었지만 차츰 자리를 비우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었었다.

나중에사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게를 차리자마자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밀고 들었고 2년 동안은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주위에서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추켜세우고 은근히 도박판으로 유인하니
나만큼이나 어리석은 친구는 그만 꼬임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도박이란 게 그렇 듯이 첨엔 유대 관계를 위해 인사치레로 하게되고 나중엔 본전 생각에 계속 하게 되는 것인데
결국은 그곳에서 헤어나질 못한 것 같았다.

한번 도박의 깊은 수렁에 빠져 버리니 제 정신이 아니었고 옆에서 아무리 말린들 들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주인이 가게를 자주 비우니 단골 손님들도 발길이 뜸해졌고 급기야 파산을 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실의에 빠진 친구는 술과 도박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고 발버둥치던 그의 아내는
남몰래 진 빚을 남겨놓고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대출 이자를 갚으라는 은행의 독촉 전화에 시달리던 그도 어느날 말없이 가게를 처분하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난 그때까지도 그 친구가 참안됐다는 생각만 했을 뿐 내게 닥쳐 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닳지도 못하고 있었다.

돈을 빌려쓰고 갚아야 할 당사자는 잠적하고 없으니 당연히 보증을 선 내게 화살이 돌아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기에
나는 보증을 잘못 선 죄로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빌려준 7천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것은 끊임없이 괴롭히며 울어대는 독촉 전화 벨 소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한마디 의논도 없이 나의 믿음을 헌신짝 버리 듯 내팽겨쳐 버린 친구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오기로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수소문 했지만 헛수고였다.
어차피 작정하고 숨어버렸기에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딱 한번 마주친 적이 있다.
오래 전 꿈꾸어 왔던 귀촌 준비로 낯선 시골로 갔을 때 길을 묻기 위해 다가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순간 그토록 찾아다니던 나보다도, 나를 보고 놀란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걸 보게 되었다.
우린 서로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는 말없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행색을 훑어보니 사는 게 말이 아닌 듯 했다.
다 찌그러진 트럭으로 전국을 돌며 잡동사니를 팔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마디 없이 잠적을 했으면 차라리 잘 살기나 할 것이지.
내 가슴이 쓰리고 아팠지만 말문이 막혀 할말을 잃었다.

인생에는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이니 지금은 서로가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히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날을 웃으며 이야기 할 날이 있을 것이니
꼭 성공해서 다음에는 웃으면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돌아섰다.

누구에게나 굴곡이 있게 마련이니 법에 어긋나는 나쁜 짓만 하지않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못 이룰 게 없을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이 창창한 우리들이었기에 반드시 제기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아직은 젊은 나이에 먼저 간 친구를 생각하니 인생무상함을 느낀다.

최평균: 쓸쓸히 진 작가님의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임정수 작가님의
금전과 마음에 부채를 남기고 그렇게 떠났군요.
인생의 무상함에 저도 마음 두었다갑니다.
하시는 일 잘 매듭 짓기를 바랍니다. -[09/13-19:54]-

임정수: 올여름에 친구로 인한 보증과 여러가지 금전 적인 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생에 친구에게 졌었던 저의 빛을 갚은 거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하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돈에 관련된 내용은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먼저 간 친구가 좋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서
이 다음에 제가 가더라도 그때는 정말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볼 따름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09/13-21:07]-

최 선경: 마음이 크시네요. 뒷처리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 작가님의 고통도 컸으리라 느껴지네요. 그렇게 마음의 부채와 실질적인 빚을 남긴 친구분도 편치는 않았겠지만... 임정수 작가님 뜻하는일 원활하게 풀리시길 기도 할께요. -[09/13-21:21]-

임정수: 최선경 작가님을 뵈오니 너무나 반갑습니다.
ㅎㅎㅎㅎㅎㅎ

한동안 글이 올라오질 않아
추석 연휴가 얼마남지 않아서 무척 바쁘신가 했습니다.

어차피 가고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고...
남아있는 사람이라도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고 열심히 살아야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09/14-10:06]-

임정수: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엄청난 일을 겪고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한편으론 친구가 살아 생전에 전생의 빛을 다 갚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일을 후회하고 아까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좋은 일에 사용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풀어야지요.
ㅎㅎㅎㅎㅎ -[09/14-10:13]-

내가 별을 단 사연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