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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3 15:20
ㆍIP: 223.xxx.45
나의 삶을 대하는 방식
나의 삶을 택하는 방식

        권영심 ( 2022 , 3 , 23 )

어제 정말 놀라운 손님이 찾아왔다.
작년에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받
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었던 손님이었다.
일 년도 못 된 사이에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처음엔 몰라볼 뻔했으나,그인 것
을 알고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는 술을 시켰으며 맥주 한 잔을 완샷했
다.   암이 완치된 것인가...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가끔 혼자 와서
술과 이야기를 즐기던 사람이었고 암에
걸렸다는 말을 취중에 너무나 태연하게
말해서 가벼운 암이려니 했었다.
그러나 피골이 상접한 그의 모습은 이미
카운터다운에 들어가 있음을 알게했다.
시골로 가는데 그 전에 나를 꼭 한 번 만
나고 싶었다면서, 한 달 전에 모든 치료 를 중단하고 마약진통제만 가지고 떠난
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얼마나 표 정이  맑은지 나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 리고 말았다 .

그의 나이 이제 육 십이다.
신중년의 나이이고 앞으로의 남은 삶, 동안 벼라별 일들을 다 할수있는데 다른 삶으로 간다고 한다.   병원에서,  또는 오가면서 받는 치료의 고통과 두려움이 생명을 더 갉아먹는 듯 해서 가족들에게 도 통고하고, 지난 한 달 동안 모든 정리 를 개운하게 마쳤다고 했다.
개운하다는 표현이 그의 진심을 말해주
었다.   죽으러 시골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삶을 사람답게 살고싶어서 간다
고 했다.   암환자로 병원에서 죽고싶지 않다면서, 사람으로 죽을 것이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을 극복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매일 매일
황금처럼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암 환자가 황금의 나날을 말하다니...

" 우리 누님의 힘이 큰 것을 알아요?
이 세상이 다가 아니며, 우리는 이 생의
삶을 마치고 다른 생으로 건너가는 것이
라고 가르쳐준 누님의 말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느꼈는지 몰라요.    처음 암에,   그것도 불치의 암에 걸린 것을 알았을 때 분노하고 원망하고 고통스러웠는데
희한하게도 누님의 말이 떠올랐소.
내가 원하는대로의 다른 생으로 간다는
말이 그렇게 사무쳤소.  그래서 이 삶에
서 감사할 것들을 찾기 시작하고  감사
하고 또 감사했소.  감사의 마음을 가지 고 나의 또 다른 생에서의 삶을 시작해
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죽음이 두
렵지 않게 되었지요.   이 고통이 두려워
서 남은 시간을 아무렇게나 보내선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소.  나는 내게 온
암을 받아들이고 친구하면서 그가 이끄
는 대로 살아 갈거요.   나를 너무 아프 게 하지 말기를 바라면서요.   누님, 너무
고마워요.   내게 가르쳐준 그 모든 것들
이 믿어지니 이것이 내 복이라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는 긴 말을 마치고 인사하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무신론자인 그는 내가 지향하
는 것에 굉장한 흥미와 관심을 가졌다.
그것이 그의 삶의 마지막을 이끌어주는
답이 된 것에 전율이 일었다.    그는 나 에게  진정으로 고마워했다.   개신교를 믿는 부인과 가족들이 많은 기도와 위로 를 하면서, 교회에서 기도회까지 열렸으 나 그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단다.
특히 목사의 예비 된 천국이며 믿어야
쾌유의 기적과 함께 천국에 들 수 있다
는 설교가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온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
이 잦아질 때, 내 말이 마음속에서 너무
나 명료하게 떠올라서 울었다고 했다.
그 때 느낀 위로가 나머지 시간을 온전
히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함을 알려 주
었다고 하면서 눈시울을 닦았다.
다시 한 번 볼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는
떠났고 나는 테이블을 치우지도 못한 채
그냥 앉아만 있었다   .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떠나는
것일까?   몇 년 사이에 주변의 많은 사
람들이 암에 걸렸고 그 중 반 이상은 다
른 곳으로 간 듯 하다 .  그러니 나 역시
암선고를 받아도 놀랍지 않다.   그럴
때 나는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까?
내가 믿는대로의 마음으로 지향하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안다.
그는 내게 감사했으니 완전히 그 믿음으
로 자신이 바라던대로의 다른 생을 이어
갈 것이다.   살아온 삶의 과정도 중요하
지만 내가 죽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마음가짐이, 내가 다시 얻을 생명의 모
든 것을 결정함을 나는 알고있다.
몇 년 전, 오래 만나지 못 했던 지인이 암
에 걸려서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나를 몹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찾아 갔다.
그녀는 내 손을 붙잡고 울면서 내게 잘
못했던 것을 용서를 빌었고 나는 그저 받아 주었다.    나는 전혀 알지 못 하는
일을 그녀는 잘못으로 마음에 품고 있었
음을 알고 그저 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나는 그녀가 그토록 원하고 사모
해 왔던 천국에 갈 것이라고 말해 주었 다.   곤궁한 삶 속에서 오로지 주님을
사모하고 살았으니, 그녀는 반드시 자신
의 천국에 갔음을 믿는다.   인간은 태어
나는 순간 시한부의 삶을 살며 그것은
모든 조물의 운명이다.  그러니 내가 원
하고 바라는대로의 모습으로 다른 생에
서 태어난다.   지금 나의 사는 모습은
내가 바랬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내가 지금 고통의 연속인 삶을 사는 것
은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 하고 안
고 건너온 댓가이다.   선하고 악함의 문
제가 아니라 나의 잘못 된 선택의 결과
임을 알기에 나는 이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그는 나와 많은 이야 기를 나누면서  내가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았고,그래서 나머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새 삶으로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모두 죽고, 모두 각자가 원하 는 대로의 곳으로 돌아간다.  
부디 잘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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