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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0 14:15
ㆍIP: 223.xxx.40
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
#내가만드는맛의이야기   17
          권영심 ( 2022 , 3 , 20 )
좋은 날엔 국수를 먹자  3
파스타,예전에는 스파케티라고 불렀는
데 요즘은 파스타가 대세다.
파스타도 국수인데 어떤 이들은 국수는
싸구려 취급하고 파스타는 고급으로
여긴다.    한다하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파스타의 맛과 양이 내게 만족감을 준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 람들과 좋은 날에 파스타 파티를 한다.
양에서 압도적이고 맛도 칭찬 일색인데
왜 파스타 식당을 안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절대로 노! 굿이 다.    파스타 전문 식당을 하는 것은 생 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시판 소스 를 가지고 장사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파스타 가게들이 공장 소스
로 장사하면서 맛이 곤란한 파스타를
팔고있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파스타를 사 먹지
않는다.   아주 먹고싶을 때,또는 몇 명이
모였을 때, 나는 시판 소스를 응용해서 일반적인 맛보다 조금 색다르게 만들어 한 때의 즐거움으로 만들 뿐이다.
한 번 씩 파스타를 만들어 양껏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며 만사가 즐겁다.
그러나 정말 마음먹고 만들고 싶은 것은
우리의 국수이다.   우리의 국수는 중국
이나 일본과도 다르며, 우리만의 독특하
고 고유한 맛과 성질을 갖고 있다.
울 엄마의 최애 국수는 설탕국수였는데
나는 그 국수를 딱 한 번 너무나 맛나게
먹은 적이 있다.   언젠가 여름에 엄마의
가게에 갔는데 덥고 힘들고 화나고 슬프
고 울고 싶기까지 했다.   엄마는 마침
설탕국수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냥 앉아
있는 나에게 그 국수를 쓱 내밀었다.
원래 절대로 설탕국수를 먹지 않기에
나에겐 만들어주지 않는데 지쳐서 의자
에 앉아 말도 못 하는 내게, 말없이 그 국수를 내민 것이다.   나는 그냥 받아서
잠시 바라보았다.   얼음과 물과 국수뿐
인 그 커다란 대접을 그렇게 바라보는데
엄마가 툭, 한 마디 했다.
" 그냥 마시라. 얼굴을 고따구니로 해갖
고 다니면서 우짤라 카노?"
나는 그냥 대접에 얼굴을 박고 국물을
마셨는데 ,그 차고 단 국물이 그렇게나
맛있게 목구멍으로 넘어 갔다. 손을 내
밀자 엄마가 젓가락을 쥐어 주었고 나는
그 국수를 다 먹었다.    머리가 맑아지
고 배가 부르면서 온갖 감정들이 다 사 라졌다.   그런 나를 그렇게 흡족한 얼굴
로 바라보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나는
내 손으로 설탕국수를 만들어 준 적이
없다.   한 그릇의 국수가 때로 사람에게
얼마나 절실한 힘을 주는지 아는 사람은
알게 된다.   그래서 정성이 가득한 국수
한 그릇은 남다른 감동을 줄 수 있다.
오늘은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국수 레시피를 이야기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아는 , 귀한 국수인데 골동
면이라고 한다.   비빔밥을 옛날 궁중에
서는 골동반이라고 불렀는데 이 골동면
은 그래서 궁중비빔국수이다.
2회의 국수도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이
국수의 모양새는 꾸미로 얹는 재료의 정
교한 썰기가 좌우하기 때문에 숙련된
솜씨가 어려운 사람은 많이 힘들 수가
있다.
궁중비빔국수 (골동면 )
준비물 -쇠고기, 오이, 당근, 숙주나물, 배, 석이버섯, 표고버섯, 실파,달걀, 잣,
중면, 다시마 ,양념간장
1,  배와 당근, 오이는 아주 곱게 채를 썰
어 놓는다.   당근이나 오이는 모양대로 썰어 채를 만들지 말고 길이로 적당하게
잘라서 채를 써는 것이 보기에 더 좋다.
2,숙주나물은 아삭하게 삶아서 채반에
두어 물기를 빼고 석이버섯과 표고버섯 도 곱게 썰어서 참기름에 살짝 볶는다 .  3,실파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 썰고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 각각 지단을 만든다.   가늘게 써는 것이 중요하다.
4, 잣은 종이를 받혀 칼로 다져서 잣가 루를 만든다.   우리의 궁중음식에서 잣
가루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5, 사태나 양지로 준비한 쇠고기는 다시
마를 넣어 삶아서 가늘게 찢어 준비한
다.  다시마는 중간에 건져내고 육수는
버리지 말고 놔 둔다.
5,  양념간장은 국간장,참기름,갈은깨,
마늘, 곱게 다진 파, 매실청,약간의 후추
를 넣고 잘 섞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진간장은 쓰지 않고 잘 숙성되고
맛있는 국간장에 위의 양념을 넣어 바특
한 양념장을 만들어야 한다.  
즉 양념간장을 끼얹는 것이 아니라 알맞 게 넣어, 비빌 정도로 만들고 자칫 짜게 되면 정성들여 준비한 것이 소용이 없다.   고촛가루는 절대 금물이다.
낮고 넓은 유기 대접이나 도기 그릇에
잘 삶은 국수를 똬리지어 가운데 놓고
주변을 둘러가며 색색 맞추어 꾸미를
예쁘게 돌려가며 얹는다.   양념간장을
한 숟갈 얹은 뒤 그 위에 잣가루를 보기
좋게 뿌려서 상에 낸다. 이 때 잘 비비기
위한 장치가 약간 필요한데 따뜻한 육수
를 조금 곁들이면 된다.  육수는  쇠고기
를 끓인 물에 마늘과 알후추를 넣어 한
번 끓여서 사용한다.    국수와 함께 어우러진 꾸미의 맛이 입 안에 가득하면
뭔가 굉장한 호사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   국수의 양과 꾸미가 동량 정도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밑면이 넓 고 둥근 유리 그릇이라면 바닥에 꾸미를 예쁘게 둘러 놓고,가운데에 국수를 올려
간장양념과 잣가루를 뿌려 내어도 보기
에 참 아름답다. 골동반을 만들어 귀한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을런지...
좋은 날에 국수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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