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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21 17:50
ㆍIP: 58.xxx.42
엄마자리
엄마자리

        권영심 (2022 , 2 , 21 )

옛날 이야기중에 현명한 며느리이야기
가 있다.들어오는 며느리들마다 너무나
혹독하게 시집살이를 시켜, 다 도망간
집이 있었다. 씻은듯이 가난한 김처자의 집에 그 고약한 시어미 집에서 청혼이
들어왔다. 논 닷마지기와 밭 서마지기를
줄터이니 김처자를 며느리로 달라고 했
으나, 부모는 펄쩍 뛰었다.  굶어 죽어도 그런 집에 딸을 안 보낸다 했으나 처녀 는 그 집에 시집가기를 원했다.  혼인을
하고 시집으로 들어간 김처자를 걱정하
는 동네 사람들의 한숨에 지붕이 들썩일
지경이었다.   과연 시집 간 첫날부터 시어미의 구박과 학대는 상상 이상이었
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잘 생기고 마음 이 선한 사람들이었으나 어머니를 이기 지 못 했다.   그러나 김처자는 시어미의 온갖 구박에도 씩씩하게 잘 견뎠다. 아무리 시어미가 포악을 부려도 용서를 빌고, 내리치는 매도 견디는 김처자를,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애처러워 했다. 그런데 그즈음부터 시어미가 이상해졌 다 .  시도 때도 없이 집안을 뛰쳐 나가 거나,사랑방으로 뛰어 들어가 며느리가 때린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놀란 시아버지와 아들이 건넌방으로 갔
지만, 머리채가 쥐어 뜯긴 채로 울고있
는 며느리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얼굴에도 할퀸 자국이 분명하고, 말없이
울기만 하는 며느리를 보고 시아버지는
혀를 찼다.  시어미는 저 년이 나를 깔고
내리쳤다고 소리지르며 난리가 났으나,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몇 번
이나 그런 일이 반복되었으나 시아버지
는 외면하고,아들은 돌아서서 입을 다물
고 식솔들은 노망들었다고 수군거렸다.
며느리는 지극정성으로 시부모를 봉양
했고, 남편에겐 더할 나위없이 다정한
아내였다. 이제 시어미는 잠잠해졌다.
집안은 평화로워졌으며 며느리는 아들
들을 줄줄이 낳고 잘 살았다는 이 이야
기를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과연 시어미는 노망이 들었을까?
며느리는 오로지 참고 순종함으로 집
안의 평화를 만들었을까?  단 둘이 있을
때, 아무도 없을 때, 며느리는 시어미를
때리고 벽에 내리치고, 이불에 깔아서
뭉개고, 온갖 못된 짓을 다 했다.  아무리
표독해도 젊은 며느리의 힘을 당할 수는
없는 일. 시어미는 항복하고 말았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진실이다.

오늘날 이야기는 진화를 거듭해서 발현
되고 있다.   실제의 이야기로 말이다.
2년 전에 딸이 둘 있는 남자와 재혼한
지인이 미칠 지경이 되어 나를 찾아왔 다.   부부 사이도 그럴 수 없이 좋고 딸 들도 새엄마라고 살갑게 부르면서 겉으 로 보기엔 너무나 화목한 가족이다. 그런데 두 딸, 올해 중 3과  중1의 두 딸 이 위의 이야기의 며느리와 똑 같은 행 동으로, 지인을 미칠 지경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야기의 며느리는 악질 시어미 를 누르고 살아갈 방편으로 했고, 성공 하면서 온 집안의 화목과 펑화를 가져왔 다 .  그러나 두 딸은 새엄마인 지인을 내쫒기 위해 뭉쳐서, 기가 막힌 짓들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있거나 다른 사람 이 있는 데서는 그야말로 그렇게 사랑스 러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셋만 있게 되면, 욕까지 하면서
미쳐서 정신병원에 가게 만들기 전에 아
빠와 헤어지라고 협박한단다. 처음엔 당
하고도 믿기지 않아서 녹음하고 촬영할
려고 했는데, 둘이서 달려 들어 폰을 뺏 어 버렸다는 것이다.

남편이 있을 때의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다정해서 자신이 겪는 일을 한 마디도 말할 수가 없고, 어떨 때는 자신이 정말
미치지 않았나하는 마음까지 들었다면
서 그렇게 울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말 만 걸어도 소름이 끼치면서 남편과의 사이도 예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
남편은 두 딸을 너무나 사랑했고 아이들 의 좋은 엄마가 되어 달라고 늘 말했다. 지인이 겪은 여러가지 일들을 이야기하 는데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 집에 들어 오면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면서 몰래카 메라를 설치했나 살피고, 욕하고 때리는 것도 자기들 방에서만 한다는 말에 소름 이 다 끼쳤다.
그러니 집에 들어가기가 싫고 집안 일 하는 것도 소홀해지고 행동이나 말도
어눌해지는 것이 정말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했다 살다 살다 이런
이야기는 듣느니 처음이지만 나는 그녀
의 말이 진실임을 느꼈다 헤어지는 것이
답이었다 그녀도 이별을 결심하고 아침
부터 자신의 짐을 꾸려서 엄마집으로
보냈다고 했다 아이들이 무서워서 두 번
다시 그 집엔 가지 않겠단다

엄마집에서 당분간 지내겠다면서 울음
을 그치지 못 하는 지인에게 명절이 지
나면 같이 딸들을 만나줄 것을 약속하고
보냈다  아이들의 악행이 도무지 믿어지
지 않고 기막혔으나 지인의 고통은 거짓
이 아니었다 이미 이혼을 결심했고 헤어
지는 마당에 아이들을 만나 정말 호된 말을 해주리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멀리 있는 지인에게서 명절 인사가 왔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녀는 그러나
지금 속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인사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
데 내 말을 듣고 난 그녀의 반응이 정말
뜻밖이었다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고
그녀는 단언했다  엄마자리에 다른 여자
가 있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아이
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있는데 그것
이 나쁜 일인지조차 생각 안 한다는 말
에 나는 정말 놀랬다 그녀 또한 자신의
아이들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모든 것을
떠안았다고 말했다 엄마자리에 다른 사
람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아이들...
그럴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
국 그 심정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인 것일까?
정말 모르겠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2-23 16:31
회원사진 		그 나이에는 충분히 그럴 수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어릴때 행여나 엄마가 우릴 버리고 떠날까해서
남자들은 집에 발도 못들여 났습니다-
항상 좋은 글재주로 좋은 작품 쓰시는 작가님 대단하십니다--*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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