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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12 16:12
ㆍIP: 223.xxx.177
이 시대의 환자
이 시대의 환자

      권영심  (  2022 , 3 , 12 )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도 대학 병원이
니 3차 진료 기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뭔가 그 병원에 없는 검사 기계
가 다른 병원에 있는 모양인지, 그 곳에 가서 두 번에 걸쳐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다.  일반 검사에서 무언가 이 상을 발견해서 꼭 받아야할 검사라고 했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검사를 8일, 11일에 받았는데 과정이 몹시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   뭔가 이상을 발 견했기에 받으라고 하겠지만 요즘같은 때에 검사비는 커다란 부담이 되었다.
긴 시간,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예전의
환자들은 대체 무슨 검사들을 받고 치료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현재 결핵이라고 하면 무슨 조
선 시대의 병 쯤으로 생각하지만, 이 시 대의 한강토에서 아직도 발병하고 있다.
엄마가 바로 결핵 환자였다.

우리가 어릴 때는 결핵 환자가 많기도 했고 죽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가난 한 사람들이 걸리면 십중팔구 죽었다.
왜냐하면 결핵약은 굉장히 독했고,그 약
을 먹기 위해서는 섭생을 아주 잘해야
했다.    폣병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고, 심지어 학교 선생님도 감염이 되어 수업을 그만두고,마산 요양 원으로 떠났다.   엄마가 어떤 경로로 감 염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아니 었으면 엄마는 아마 결핵으로 죽었을 것이다.   각혈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버지는 엄마를 큰 병원으로 데려 갔는데, 그 당시 이름있는 큰 병원이 영 도에 있었다.   그 병원 이름은 잊었는데 싫다는 엄마를 윽박질러서 아버지는 기어이 진료를 받게 했다.    만약 그 때 동네의 개인의원이나 보건소에 갔으면 발견을 못해서, 틀림없이 병을 키워서 죽었을 것이라고 나중에 사람들이 수근 거렸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큰 병원엔 엑스 레이 검사 시설이 있었을 것이었다 .   그 당시 각혈을 해야 비로소 결핵이라고 난리가 났고, 그 전에 진단받는 일은 흔 치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떻게 알고 엄마를 큰 병원에 데려간 것일까?
언제나 건강하고 활기에 넘치던 엄마가
굉장히 피곤해하고, 무엇보다 미열이 늘 있었다고 나중에 아버지가 알려주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초기에 결 핵을 발견했고, 약과 섭생으로 곧 회복
되었다.    엄마가 아버지의 엄명으로 개고기를 먹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 결핵의 보신약으로 개고기를 제일로 쳤 고, 아버지는 직접 고기를 장만해서 엄 마에게 먹게 했다.  그다지 고기를 즐기 지 않던 엄마가 모든 육고기를 잘 먹게 된 것이 결핵으로 인해서였다.    엄마는
아버지가 자신을 결핵에서 낫게 했다고
굳게 믿었고 여러번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엑스레이 촬영이 라는 검사를 할수 있었기에 엄마는 일찍 병을 발견했고,그 이후의 조처를 할수 있었다.    그 당시 일반 사람들은 엑스 레이 검사라는 말만으로도 겁을 먹었었 다.   내가 아픈 이후 굉장히 많은 검사 를 받았는데 어떤 증상으로 병원에 가도 검사가 필수이다.   지금의 초첨단의 검 사 장비가 아니면, 현대의 의사들은 굉 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청진기 하나 만 가지고 머리부터 배까지 진단하던 명의들은 이젠 없다.   질병도 얼마나 세분화 되었는지,외과,내과만 해도 수
십 개의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니 정확한 검사로 인한 빠른 진단이
환자를 살리는 첩경이 되는 것이다.
검사를 받기 위해 그 준비 과정도 만만
치 않았다.   8일 검사는 금식은 물론,
복용하는 약도 며칠씩 먹지말아야 했고 11일 검사는 하루 전 미음 세 번, 물을 시간 단위로 한 잔 씩 마시고 물약과 알
약을 먹는 시간이 다르고... 검사를 마치
고나자 그냥 환자가 될 지경이었다.

예전에 어느 미래 영화를 보았는데 내용
은 그만두고,환상적인 미래 도시엔 병으
로 죽는 사람이 없었다.   그 어떤 불치 병도 어느 기계에 들어가면,진단과 동시 에 수술과 치료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미래 영화일 뿐이지만 어쩌면 멀지 않은
시대에 그런 의료 기계가 현실로 나올지
도 모른다.   의료진도 사라지고 병 간호
와 요양 치료는 로봇들의 몫이 될 것이 다.   그런 세상이 과연 좋은 걸까?
검사 결과가 어떨지는 차라리 걱정이 되
지 않는다.    아픔도, 병도, 내 삶에서 동
무가 되었으니 함께 갈 밖에.
언젠가 의사가 말했듯이 병명만 알면 치
료하면서 얼마든지 살수 있다고 했으니
그 말만 믿으련다.   어쩌면 현대 의학으
로도 치료하지 못할 병이 생기더라도
그 또한 나의 생이다.  이 시대의 환자가
된 대가로 얌전히 검사받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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