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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19 15:19
ㆍIP: 58.xxx.42
아버지의 자전차
아버지의 자전차

      권영심 (2022 , 2 , 19 )

누구든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언제나 신기하다 .   아무리 봐도 그건 내게는 신기한 모습이다. 어쩌면 저렇게 무서움도 두려움도 없이,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는 기구를 타고 저렇게 씽씽 잘 달릴 수 있을까? 예전에도 지금도 내겐 변함없는 감탄이 고 의문이다.   이 세상엔 별별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에 스릴을 느낀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도 탈 수 있는 교통 수단의 하 나라고 인식되어질 뿐이다.
요즘의 자전거는 너무나 작고 예쁘기도 하지만, 가격도 승용차를 능가하는 것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 어릴 때는 자전거가 귀한 재산이었
다.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차라고 불렀 고, 매우 커서 지금의 날렵한 자전거보 다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아버지는 자전 차를 오래 탔는데 언제 없어졌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버지의 자전차엔 커다 란 짐받이가 있었고 가까운 곳의 볼일을 도맡아 해주었다 .

나는 자전차의 짐받이에 올라타고 잘 따
라 다녔는데, 뒤에서 아버지의 허리를 꽉 안고 달리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들.   온 몸에 부딪혀 오는 바람과 햇살을 그렇게 좋아했다.  자전거를 배우기를 원한 것 이 국민학교 오 학년 무렵이었지 싶다.
아버지는 내가 자전거타기를 워낙 좋아
하니 금방 배우려니 여긴 듯 하다.
방과 후의 학교 운동장에서 아버지의 자
전차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겁을 먹지만
않으면 금방 탈 수 있노라는 격려에 힘
입어 야심차게 올라탔다.
아버지는 뒤에서 잡아줄 테니 조금도 걱
정하지 말라고 했고,나는 의연하게 몸을
펴고 앉았다.  그 당시 나는 어른과 맞먹
는 체구여서 큰 자전거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아마 아버지도 딸이 자그만 아이였으면 어른 자전차에 태우지 않았 을 것이다.   그 당시 작은 자전거가 있 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세 발 자전   거도 본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뒤에서 단단하게 붙들고 내 발 은 자전거의 페달에 충분히 닿았고 무리 가 없었다.   자전차가 달리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지시대로 움직이는데 처음에
천천히 가다가 속도가 조금 빨라진 그
순간.  그 순간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다.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자전차를 붙
든 아버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데
도, 나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무서움에 휩쌓이고 말았다.   내 앞으로 다가오는 모든 것이 무서웠다.   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머리를 등에 기댄 채로 즐겁게 달 리던 그 느낌이 전혀 없이 그저 무섭기 만 했다. 결국 나는 아버지를 소리쳐 부 르고 자전차는 멈추었다. 아버지의 부축 으로 안장에서 내리면서 나는 크게 울음
을 터트렸다.   내가 왜 그러는지 알수없 는 아버지는 그저 내 등을 토닥여주었고
나는 무섭다고 겨우 말했다.   내 감정을
모두 말한 것은 그날 밤이었는데 아버지
는 끝까지 들어주었다 .  정말이지 무섭 고 황망하던 느낌을 아버지에게 전해주 고 싶어서 애를 썼다 .

자전거를 배우던 그날,  그 운동장에서 내가 느낀 공포가 시작이었다.  옛날에는 차를 탈 일이 별로 없었고 만 원 버스나 택시를 탔을 때도, 앞 좌석은 앉을 일이 없었다. 그래서 몰랐다. 우리 가족은 금정산에 자주 놀러 갔는데 케이 블카를 탈 때도 맨 앞에는 타지 않았지 싶다 .항상 아버지 옆에 손을 잡고 있었
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조수석에 앉았을 때 온 몸이 긴장되면서 신경이 곤두서고 무서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옆 차선에서 버스나 트럭이 올 때 는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머리카락이 다 솟구치는 기분이 들면서 눈을 감고 말았다.   그것은 어렸을 때 자전차를 처 음 배우던 날의 공포와 흡사했다.
왜 그러는지, 그럴만한 일이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날 밤 내 말을 다 듣고  난 아버지의
말은 잊을 수가 없다.

"아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말이디, 가루약을
무서워한단 말이디 "

나는 그 말에 놀라고 우스워서 웃음이 나올뻔 했다 그 시절 조제약은 대부분 가루약이었고, 하얀 약종이에 접은 상태 로 받았다 .  그것을 봉지 채로 입에 털 어 넣었고 잘못 들어가면 입 안에 퍼져 서 쓰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루약을 무서워하다니? 천하대장군 우리 아버지가?

"니 오마니한테 절대 말하믄 안 되는 기
야. 아바지는 어릴 때 부터 가루약이 세
상에서 제일 싫고 무서웠더랬어. 지금도
그냥 못 먹고 숟갈에 부어서 물을 쬐끔
넣어 섞어 먹지 않네? 사람은 말이디, 누
구나 하나씩 다 그런 것이 있는 거이야.
우리 마리아레 아마 자전차만 못 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운전을 못할지도
모르지. 남보기에 아무리 작은 거이래도
내가 안 되는 거이 있는 거이야. 그러니
앞으로 오늘과 같은 일이 있더래도 속
상하지 말라우 "

누구나 그런 것이 한 가지 씩 있다는 아버지의 말은 그런 일을 겪을 때 마다 의 더할 나위없는 위로가 되어 주었다.
지금도 그런 종류의 공포심은 여전하지
만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전혀 아닌 것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해도 공감해 준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다르기에 어울려
서 살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내 앞을 스 쳐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예쁜 것.
그것으로 족하다 .  아버지도 자전차도 없지만 그래도 부럽지 않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2-19 16:53
회원사진 		아버님의 깊은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
배독합니다-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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