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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02 16:07
ㆍIP: 223.xxx.20
발리의 녜피
#권영심의글
발리의 녜피   2

        권영심  ( 2022 , 3 , 2 )

얼마 전에 발리의 녜피 의식에 대해 글
을 썼었다.    그렇다고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녜피라는 단어는 마치 빛나는 별처럼 내 마음속 깊이 빛나고 있었다.
종교나 믿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녜피가 의도하는, 지구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나를 사로잡았다.   무언가
나의 영성에 부딪히는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여러 면에서 녜피를 알아보게 되었는데 별다른 것을 얻지 못
했다.    그러나 그 때 보다 알게 된 것이 더 있기는 하다.   녜피가 의미하는 많은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침묵과 명상
이다.   침묵과 명상은 넓은 의미에서의
정화를 뜻한다.    나 스스로의 정화로
시작해서 지구 전체의 정화의 날을 만드
는 것에 녜피의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알았다.  지구의 자연에게 쉼을 주는 정화 의식의 의미의 위대함을 깨닫는 것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은 바로 우
주이며 인간은 그 가운데서 가장 특출한
존재이다.

발리 사람들은 녜피가 시작되기 며칠
전 부터 정화 의식을 시작한다.
믈르아스티라고 이름 부르는데, 믈르는
불순물이라는 뜻이다.    내 몸에서부터
자연에 이르기까지의 불순물을 아스티,
즉 씻어낸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샘터라든지 폭포, 개울 등 주변 의 물로 모든 것을 씻는데, 이로 인해  신체는 물론 영적으로 정화된다고 믿는 다.    그런 다음 나그멧 아므르티를 행 한다.    아므르타는 생명의 원천을 뜻하 는데, 신당에 제물을 진설하고 사람들에
게 성수를 뿌리는 과정이다.
특정한 구역의 성스러운 샘에서 길어오
는 물인데,그 곳은 철저한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발리인들은 녜피 의식을 자기들만의 정화나 믿음으로 여기지 않
는다.    발리 언어로, 부아나 알릿과 부
아나 아궁을 위해서 하는데 심오한 뜻
을 품고 있다.    부아나 알릿은 사람, 즉
소우주를 말하며, 부아나 아궁은 자연과
우주이므로 결국 녜피는 온 우주에 미치
는 정화인 것이다.    그럼 이 정화 의식 으로 무엇이 완성되는가?

발리인들은 세 가지의 성질이 자연을 지
배한다고 믿는데 부타,칼라, 데와의 세
가지이다.    부타는 평화로운 수동적인 성질이며 칼라는 활동적인 성질, 데와는
통제하는 성질을 뜻한다.   이 세 가지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녜피이
다.    완벽한 조화는 균형이며, 인간의 삶에서나 자연에서나 우주에서도 절대 필요한 것이다 .   그러나 인간은 늘 탐 욕과 무절제로 모든 균형을 깨어버리고 조화를 무너뜨리는 존재이다.    이 우주 에서 인간만이 그렇게 한다.    균형을  되찾고 완벽한 조화로 되돌려 놓으려는 믿음이 녜피의 정수인 것이다 . 발리인들은 신의 가장 놀라운 창조물이 인간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인간이 모 든 것을 할수있다고 믿는다.  파괴도, 회 복도 인간만이 할수있다.   내면의 통제 를 거쳐, 조화롭게 되어 균형을 이루는 시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인간과 자연이 모두 평화로워진다  . 자연은 나날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변하 고 있고, 인간은 결코 그 책임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녜피 의식 동안 발리인들은 아무것도 하 지 않는데, 책임을 지고 균형을 되찾으 려는 의지의 표출이다.     인간이 멈추
는 것은 무엇보다 자연과 우주에 휴식을
주는 일이다.   쉼.  결국 녜피는 모든 것 을 쉬어라는 뜻이다.   인간이 쉬는 동안 자연은 회복되면서 조화와 균형을 되찾 게 된다.    비록 녜피는 단 하루 동안의 정화이지만 그 진동이 소우주와 대우주 에 미치는 영향은 거대한 것임을 발리인 들은 믿는다.    자연의 호흡에 완벽하게 일치하기 위해 모든 것은 멈추고,어두워 져도 불을 켜지 않으며 집 밖에도 나가 지 않는다.    모든 거리와 모든 가게들 과 심지어 공항까지 폐쇄되는 무섭도록 고요한 하루.   그 고요함 속에서 발리인
들은 자신들마다의 곳에서 명상하고 기도한다.    단 하루일 뿐인데 대기에서 3만톤의 탄소가 사라지고, 일일 배출량 이 반 이상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와있 다.    녜피의 하루에, 회복되는 자연의 경이를 믿는 발리인들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

우리는 너무나 함부로 자연을 대해 왔고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 시작 하고 있다.    자연의 역습이라고 표현하
는 것은 인간의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에게 생명을 다해 하소연하
고 있고 이 음성에 귀 기울이고 변화하
지 않는다면 마야의 시계는 멈출 것이 다.    코비드가 우리 사회를 강타한 이 년여 동안, 인간의 발길이 사라진 자연 의 여러 곳에서 경이로운 회복력을 보이
고 있다.   구정물같은 하천이 맑아지고, 숲이 푸르러지며, 바다 연근해의 쓰레기 가 많이 사라졌다.    인간이 멈추어주는 것이 자연에게는 이토록 큰 경이를 선물 하는 것이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 는 생태계는 인류의 희망의 메세지이다.   인간들이 조금만 비껴 준다면 자연은 충 분히 더 많은 것을 되돌려줄 것임을 알 려 주었다.    인간은 자연에 소속된, 자 연의 산물이다.    녜피의 메세지는 바로 그것이다 .    나는 그 메세지를 옹호하 며 실천하려고 한다.    발리에 가지 않 아도 나는 나만의 녜피 의식을 실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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