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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14 13:39
ㆍIP: 223.xxx.195
내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들
내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들...
 
          권영심 ( 2022 , 3 , 14 )

아버지는 대놓고 남을 도와주거나 자선
을 베푸는 사람은 아니었다.   부자인 것
도 아니었고 남들이 알아줄 만큼 주변
에 도움을 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절박한 포인트를 잘 짚어내는
뭔가가 있었다.   나는 어렸지만 놀랍도
록 깊은 관찰력이 있었고 그것은 관심이
있는 일에 특히 더 그랬다.     그래서 아버지가 왜 그랬는가를 누구보다 완벽
하게 이해하고 알았다.   그것은 말로 쉽
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말하거나 표현하거나해서 엄
마를 납득시키지 않았고 내게는 특히 더
그랬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가 왜 그랬
는지를 알았다.    왜 그 사람에게 그 때
에 그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를 알고 바
로 해주면서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정말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그 일에 대해 내가 이야기하면 아
버지는 신통하다고 크게 웃었다.

"사람은 말이디, 자기도 모르게 물에 빠
지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보믄 구해줘
야 하는 기야.   그 순간 살리는 일이 중
요하지,나중 일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 아이갔네?   그 사람이 살아난 후 어
떻게 살아가는 지는 그의 몫인 기야.
보따리도 달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물에 빠진 사람을 보믄 손 내밀어 주는
거이야.   알간?"

아버지가 물에 빠진 사람을 몇 명이나 건졌는지 나는 모른다 .   부부싸움의 가
장 큰 원인이기도 했지만 실제 엄마는
거의 모른 것이나 다름없다.    아주 작 은 것에서부터 집을 사 주는 일까지 나 는 보았다.     남편이 사교에 빠져서 재 산을 몽땅 챙겨 증발해 버린 뒤, 막내이 모가 네 명의 아이들만 데리고 우리집을
무작정 찾아 왔다.    엄마는 화를 내고
난리쳤지만 아버지는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모두 품어주었다.    몇 달 뒤에 영선동 비탈진 골목길의 가겟집을 찾아 내어 삶의 터전을 마련한 아버지는 이모 와 아이들을 이사하도록 했다.    방 두 개와 제법 넓은 가게엔 오만가지 상품들 이 진열된 만물상이었고 그 정도 가게라 면 그 시절엔 한 가족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엄마에겐 월셋집이라고
속였지만 아버지는 그 집을 사서 이모에
게 준 것이었다 .   엄마가 진실을 안 것 은 이모네 식구가 서울로 떠난 뒤였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지금도 모른다.
친 동생도 아니고 처제였는데 그런 보살
핌을 줄 수 있었던 이유를 아버지는 말
하지 않았다 .   그러나 만물상을 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모를 보는 것은
너무 좋았다.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이모는 눈물과 한숨으로 나날을 보냈는 데 그 모습에 온 집안이 우울했다.
아버지는 이모에게 웃음과 삶의 의욕을
되찾아 주었고, 네 명의 아이들이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것으로 생색을 내는 것을 나는 한 번
도 보지못했다 .  막내이모에게 약속받
고 이모는 평생 지켰던 것이 있을 뿐이
었다  .  아이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고
잘 키우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모부는
행방불명인 채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이모가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  

인간은 배신의 동물이고 감사는 쉽게 잊
어버리고 은인을 외면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물에 빠진 그 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그들은
감사나 치하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마치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손내밀며 잡
아주던 아버지의 딸이었기에 나는 지금
그나마 살아가고 있다.   물에 빠지는 일
이 자주 생기는 요즘, 전혀 생각치 않던
사람이 내게 손을 내밀어준다.
그럴 때 마다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내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들의 은혜를 받는다.
반드시 갚을 것을 다짐하지만 어찌 장담
하랴?    나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인 것을.
그러나 매일 은혜를 바위에 새기며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
을 다하겠다.   내게 손 내밀어 준 사람
들을 잊지 않으며.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3-14 23:18
회원사진 		고운 필향에 감사히 배독합니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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