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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4-10 16:53
ㆍIP: 223.xxx.126
그 많은 꿈을 어이할까? 3부
#  그 많은 꿈을 어이할까?   3부
( 11, 시대에 따라 귀신도 변한다 )

11) 혼인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교리

신들림이나 무병이나 빙의가 같은 것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빙의가 어디 있느 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그런 현상들을 체험하고 있다.
아주 독실한 신자가 악령에 빙의되기도
하는데 천주교에서는 구마 의식을 행하
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엑소시스 트들이 바로 구마 신부들이다.
그러나 어느 신부든지 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공부와 은사를 받은 신부만이
교황의 허락을 받아 행한다.  그런데 그런 구마 의식을 일반 신자들이 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본인이 하느님의 특 별한 은사를 받았으니 병도 고치고,악령 도 퇴치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는 것 이다.  나는 인천에 와서 실제 그런 사람 을 만났었고 엄청난 일이 있었다.
아들을 따라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한 동안 정을 붙이지 못해서 혼자 여러
곳을 다녔다.

뭘해야 할지 모르겠고 인천이란 곳의
곳곳을 다녀 봐도 감흥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동네를 걷다가 성당을 발
견했고 나도 모르게 발길이 마당의 마리
아상 앞으로 향했다.   나는 모태 천주교 인이지만 대죄로 인해 성당을 다니지 못 하게 된 엄마의 원한으로 그 때 까지 천주교회에 한 번도 가지 않았었다.
나는 마리아상 앞에서 두 손을 모았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성모마리아를 부 르면서 눈을 감고 그렇게 오래 있었다.
몸을 돌이키자 수녀님이 서 있었고 나는
수녀원으로 가서 긴 이야기를 했다.
아무에게도 한 번도 하지않았던 이야기
가 실타래 풀리듯이 그렇게 나왔다.
이북에서 월남한 아버지는 전쟁 통에
전라도 송정리에서 야학의 교사를 잠시
하면서 어려운 삶을 이어나갔다.
열 세살이나 어린 엄마는 야학의 학생이
었고 절대 학교를 보내주지 않는 외조부
의 눈을 피해 성당에 간다는 핑계를 대
고 다녔다.

웬일인지 외조부는 성당에 다니는 것은
허락했고 엄마는 주일과 금요일에만
나올 수 있었다.   엄마는 깊은 신심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를 만났을 때 이미 견진까지 받은 신자였다.   그 길고 어려 운 교리를 수녀님이 불러주는 대로 통채 로 외워서 받았다니, 엄마는 굉장히 총 명한 여인이었다.   성경을 읽고 싶어 한 글을 배우고자 했다니 보통의 신심은 넘었다.  그런 엄마는 너무나 예뻤고 이 미 전쟁이 끝나서 고향에 갈 수 없었던 아버지는 사랑에 빠졌다.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아버지는 외조부
에게 온갖 모욕을 다 받았는데도 한결
같았고 엄마가 아버지를 더 사랑했다고
말했다.   삼팔따라지라고 멸시받기엔 아버지는 준수한 외모와 많은 학식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은 혼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대죄인 것을 두 사람은 다 몰랐다.  아버지는 이북에 아내와 딸 이 있는 유부남임을 숨겼고, 엄마는 모 르는 상태에서 혼인했으나 천주교의 율법상 이것은 중혼의 대죄에 속했다.
그 때의 천주교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교리와 율법을 준수했으며 이 결혼은 있
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독실한 신자, 차 수산나였던 엄마는 아버지의 사정을 알 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견해 는 좀 다르다.   악에 받혀 욕설과 함께 말하는 엄마의 이야기보다 나는 아버지 의 말을 더 신뢰한다.   아버지는 기독교 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단지, 오로지 엄마와 결혼하기 위해 교리를 배우고 영세를 받았다.  엄마가 간절히 원했으니까.   지금은 비신자와 혼인할 수 있으나 그 때만 해도 반드시 영세를 받은 신자끼리만 결혼이 가능했다.

전혀 믿음이 없으면서도 엄마의 종교를 존중해서 ,마음에도 없는 교리를 받을
때 아버지는 이미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고 말했다.   하느님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으면서도,오직 결혼을 위한 통과 의례 라고만 생각했기에 신부님의 물음에 다 대답하고 결혼 여부를 물었을 때도 거짓 으로 답했다고 한다.   그것은 엄마와의 문제일 뿐, 종교의 교리가 가로막을 문 제가 아니라고 아버지는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죄니, 소죄니, 그런 것은 그 당시의 아버지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쉽사리 통일이 될 것이 아님을 알았고, 시간이 지난 후 엄마가 알게 되어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아버지는 자신했었단다.
당연히 아이가 태어났고 엄마는 나를
성당에 데려가서 유아 영세를 받게 하고
마리아라는 본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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