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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8 16:35
ㆍIP: 223.xxx.185
친구와 동무
동무와 친구

        권영심 ( 2022 , 3 , 28 )

나는 글에서 가끔 동무라는 말을 쓴다.
어릴 때나 옛날의 추억을 쓸 때 그 때의
시장통 안의 아이들을 동무라는 말 외에
다른 단어를 찾지 못 하겠다.   우리들이
늘상 부르던 가시내야,머스매야, 문디야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애절하고 녹진한
감정이 동무라는 단어 안에 담겨 있다.
그러나 실상 우리도 서로를 동무라고
부르지 못했다 .    동무라는 말은 쓸 수
없는 말이었고 불러서는 안 되는 단어였
다.   북한 사람들을 늑대나 붉은 괴물로
그리던 시대를 살아왔고 지금이라고 별
반 달라진 것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도 내가 동무라는 단어를 쓸수있는 것은
예전과는 달라진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은 나는 어릴 때 동무라는 단어를 시에 썼다가 혼이 난 경험이 있다.   교무실에 불려가서 교감선생님 에게 한 시간 이상 훈계를 들었고 반성 문을 써서 냈다.

아버지는 이북 사람이어서 동무라는 말
을 잘 썼는데 북한에서 쓰는 동무의 의미가 아니었다.

"동무들끼리 싸우면 되갔네?
동무 아니간?   동무끼리 그라만 안되는
거이야.  "

우리들에게도, 어른들의 다툼을 말릴 때
도 아버지의 입에서는 동무라는 말이
아무런 주저없이 나왔다.   그 말로 인해
아버지가 어떤 불이익이나 제재를 당하
는 것을 보지 못 한듯 하다.    그러나 나
는 학교에서의 일을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고 그 시도 없애 버렸다.   동무를
빼고 친구를 넣으면 내 마음에 너무 싫
었다.   동무... 이 아름다운 단어를 우리
는 너무나 오래 전에 잊어 버렸고 누구
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아버지 덕분에 동무를 간직했고 지
금 가끔 그리움에 쌓여 글 속에서 만난
다.   그것이 잘못일까?   어느 독자가
날더러 좌파라고 했다.   동무라는 말은
북한에서 서로를 부를 때 쓰는 말인데, 내가 글에서 쓴다는 것은 좌파이기 때문
이라고 해서 머리를 한 대 꽝 맞는 기분
이었다.    요즘은 우파 좌파가 유행이라
지만 날더러 좌파라니?

지금 시대가 사상이나 이념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않는 시대이기에 나도 글에
서 동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렇다
고 좌파라니?   나는 우파니, 좌파니, 진보니,보수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내 성향이 무엇인지 솔직히 모르
겠다.   나는 문제나 인물에 집중할 뿐.
사건이나 그 상황에 질문하고 이해할 뿐
이다.  모든 것이 씻기워지고 벗어나게
될 때 남는 것은 단순명료한 진실이다.
어떤 사상이나 이념도 사위어지고 남은
것은 인류이며 또 각자의 신념으로 살아
갈 것이다.  역사가 그것을 알려준다.
거창하게 나갔지만 단어 하나에 그것도
원래 우리의 고운 말이었던 단어 하나에
좌파라고 못 박는 것에 나는 많은 생각
을 하게 되었다.   나치의 중책이었던
어느 인물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내게 어떤 문장이라도 말해 보라. 단
한 마디의 말에서도 나는 죄를 만들 수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내용인 것은 맞을
것이다.   진실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없는 죄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한 가
지 이념에 사로잡힌 인간이다.   아버지
의 동무라는 말이 나는 너무나 좋았었 다.   북한에서 서로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닌,깨복쟁이로 함께 뒹굴고 장난치고
웃고 울던 아이를 말하는데 동무가 아닌
어떤 말이 어울릴까?   친구도 좋기는 하지만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무게가 느
껴져서 동무보다는 무겁다.   나 혼자만
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의 모
든 동무들은 이제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
만 나에게는 언제나 동무이다.   그 동무
들을 동무라 부르지 않고 어쩌랴?
그런 생각으로 동무를 쓴다고 날더러
좌파라면 나는 굳이 반론할 힘이 없다.

좌파이든 우파이든 이 세상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행동의 하나일 뿐이
니 말이다.   그러나 꼭 한 마디 해야 한
다면 그 무엇으로도 인간을 규정 짓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이 그렇
게 단순 명쾌하게 규정되는 존재였다면
인류는 유토피아에서 살거나 벌써 멸종
했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혹 또 내가
좌파를 싫어해서 이런 글을 쓰느냐고
물을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나를 우파
라고 했어도 나는 이와 똑 같은 글을 썼
을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들이, 또는 아
이들이 서로에게 너는 내 동무야라는 말
을 편하게 쓸 수 있는 때가 언제나 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언제라도 옛 이야기를 쓸 때 동무라는 말을 쓰겠다.
그러니 너무 따지지 말기를 바랄 뿐이고
내 성향을 단정짓지 말기를 바란다면
힘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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