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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9 15:10
ㆍIP: 223.xxx.156
잔혹한 전쟁이야기
#잔혹한슬픔의이야기-전쟁    5

         권영심

어떤 이가 왜 이 이야기의 제목이 잔혹
한 슬픔이냐고 물었다.   왜 그럴까?
삶의 대부분은 슬픔과 고통으로 이루어
져 있으나 그것들은 모두 나 자신의 통
제 가능한,극복할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그러나 전쟁은 다르다.   목숨을 비롯해
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 파괴당하는 전쟁
은 잔혹한 슬픔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   오늘은 이 한강토에서 일어났
던 수많은 전쟁 중의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소련이 우크라이나를 침략
해서 수 많은 인명들이 살상당하고 몇 백 만의 난민이 발생했는데 이와 비할
수도 없는 참혹한 전쟁이 이 땅에서 일
어났었다.    한 두번이 아니었으나 인조
때의 병자호란 만큼, 침략자들의 잔혹하
고 참혹하고 처참한 유린은 없었다.
한강토에서 일어난 큰 전쟁이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의 세 전쟁인데, 다
끔찍한 살상과 수탈로 온 강토가 피로 적셔지고 초목마저 죽어 나갔다.
얼마나 많은 억울한 죽음들이 있었는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병자호란은 이 민족
에게 말 그대로의 잔혹한 슬픔이 된 전쟁이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은
1636년, 인조 14년의 일이었는데 12월
에 침략해서 다음해 1월에 끝났으니 전
쟁의 기간을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짧 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1627년에 일
어난 정묘호란 때 조선은 아무런 방비가
없이 후금에게 침략당했다.  정묘호란
때만 해도 청은 후금으로 불리웠고 형제
지국의 맹약으로 전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후금은 맹약을 무시하고 조선에
대해 갖은 횡포를 부렸고 국경 변방의
민가를 도륙내는 등 악랄함이 극에 달했
다.   조정에서는 척화배금의 기세가 끓
어 올랐고 전쟁을 하자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그러나 조선의 조정은 후금의
사정에 대해 너무나 둔감했고 태평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후금은 맹렬한 기
세로 만주를 정복했고 만리장성을 넘어
북경까지 공격했다.

형제의 조약을 맺었던 후금의 정세가 얼
마나 달라진지도 제대로 파악 못한 사이
에 후금은 조선의 조정에 커다란 굴욕을
가했다.  형제의 조약이 아니라 군신의
예를 강요하고 황금 일만냥, 군마 3000
필,정예군사 30000명까지 바치라고
요구했다.   1636년 2월에는 용골대와
마부태가 후금 태종의 호를 알리고 인조
비 한씨의 문상차 사신으로 왔는데, 그들은 오만방자하게 군신의 예를 바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조정은 분노
에 휩쌓여 척화를 극간했고 인조도 사신
의 접견을 거부하고 국서도 받지 않았
다.   후금의 사신들은 갇힌 형국이 되자
탈출해서 민가의 마필을 빼앗아 도주했
다.   그 와중에 조정에서 평안도 관찰사
에게 내린 조서를 탈취하여 후금으로 돌
아갔다.   후금은 이 일로 인해 조선이 자기 나라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나를 명백히 알게 되었고 본격적인
침략을 준비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후금은 청으로 나라 이
름을 바꾸고 연호를 숭덕이라 칭하고
청태종은 관온인성황제의 칭호를 받았
다.   중국 역사상의 마지막 황제의 나라,
청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 축하연에 사
신으로 참석한 조선의 사신들에게 청은
왕자를 보내 사죄하고 군신의 예를 갖출
것을 재차 요구했다.   수락하지 않으면
대군을 일으켜 조선을 말살시킬 것이라
고 했으나 조선 조정에서 먹혀 들 리가
없었다.   같은 해 11월, 사신에게 최후
통첩을 하기를 왕자들과 척화론을 주장 하는 대신들을 모두 심양으로 보내라고
했다.   이런 청의 최후통첩을 조선에서
는 싹 무시했고 이로인해 일어난 전쟁이
바로 병자호란이다.    청태종은 자신이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1636년 12월에
조선 정벌에 나섰다.

명나라가 해로를 통해 조선을 지원할 것
을 처음부터 봉쇄하기 위해 별군으로
랴오허 방면을 지키게 하는 등, 청태종
의 전략은 치밀했다.  속전속결로 전쟁
을 마무리하고 많은 포로를 끌어와 청의
노예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사실 이 전쟁의 가장 큰 원인이자 핵심이었다.
후금에서 청으로 바뀌었으나 청은 인구
가 너무나 부족했다.   수많은 노역을 감
당해줄 노비들과 그런 노예를 생산해줄
여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
한 이유였다.  또 뼛속까지 오랑캐였던
청은 포로를 속환함으로 챙기는 엄청난
이득을 전쟁 전부터 계산했다.
그러니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속환 밀당
은 시작되었고 포로에 대한 가혹한 조치
는 유래가 없을 정도였다.   조선은 가족
에 대한 뜨겁고도 진한 애정으로 일찌기
알려진 나라였고 그들의 예상대로 속환
을 위해, 전쟁이 끝난지 수 십 년이 지났
어도 귀국 행렬은 계속되었다.
전쟁은 45일 만에 끝났으나 그 처참함
은 수 십 년을 이어졌다.   그야말로 잔
혹한 슬픔의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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