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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6 19:26
ㆍIP: 223.xxx.174
아들,어마의 마음터
아들, 엄마의 마음터

         권영심 (2022 , 3 , 26 )

아들은 퇴근을 하면 바로 집으로 간다.
코로나 전엔 가끔 밖에서 지인들과 술
자리도 가졌는데 ,요즘은 밖에서 사람들
을 만나지 않는다 . 집에서 소주 한 잔을
하면서 게임이나 너튜브를 보는 것으로
소일한다.  내가 일이 있어 부르기 전엔
가게에 오지 않는데 오늘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   아들의 표정은 심상찮았고 몸도 마치 경기하듯
부자연스러웠다 . 거기다 기침까지 마구
해서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는 따뜻한 물을 주면서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아들은 말을 하기가 힘든지
잠시 숨만 들이쉬었다.   잠시 후 내용을
설명하는 아들의 말은 놀라웠다.
신호를 받고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반대 편 차선의 차가 아들의 차로 돌진했고
아들은 그 순간 기적적으로 앞으로 빠졌
는데, 뒷 차와 그대로 충돌해 버렸단다.
다행히 아들의 차 앞에 다른 차가 없었
기에 아들의 차는 그대로 나갈 수 있었
고 그래서 뒷 차가 충돌, 아들은 그 순간
차를 앞으로 뺄 수 있었던 현실이 믿기 지 않는다고 했다.

두 차는 엉망으로 파손되었고 돌진한 차
의 차주가 굉장히 나이 많은 어르신이어
서 아들은 더 놀랐단다.    사고 현장을 떠나자 그 때부터 몸이 떨려오면서 도저 히 집까지 갈 수가 없어서 가게로 왔다 면서 물을 두 컵이나 마셨다.    나는 그 냥 아들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아들은 나의 허그에 놀라지도 않고 잠자코 있었 다.  가슴과 팔 안으로 아이의 긴강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나는 더 힘껏 껴
안았다.   우리는 스킨십이 없는 모자지 간이어서 허그라든지 만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큰 사고를 모면하고 그 충격으로 힘든 아들을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곤경을 너무나 무사히, 순식간
에 빠져 나온 사실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 가게에 온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울음이 터져나올 뻔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아이를 이렇게 무사하 게 해주셨으니 너무 감사합니다.

많이 진정된 아들은 다시 설명을 하면서
순간에 전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갔노라고 말해서 그 아이의 충격이 얼마
나 컸는지 알 수 있었다 .  아들은 아픈 것이 너무 싫어서 다치는 것을 무서워
한다 .   어떤 사고로 인한 통증을 견딜 수는 있지만 그 아픔을 알기에 못 견뎌
하는 것이다 .    그 순간에 놀라서 비명 을 지르고 당황하지 않고 앞으로 내달릴 수 있었던 자신이 스스로도 대견한지 몇 번이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   아가 ... 누가 너를 도우셨는지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 나의 상황에서 너까지 잘못되었으 면 나는 살 수가 없구나.   살아라고 너 를 구해 주셨구나...  나는 비로소 온 몸 이 떨리면서 눈물이 나왔다.    아들은 괜찮다고 도리어 나를 위로하면서 그 곳에서 차가 왜 갑자기 돌진했는지 의아 해했다   정신을 잃은 차주가 너무 나이 가 많은 어르신이라고 하면서 걱정했다.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을 누르며 작은 촛불을 켰다.    우리는 이 생을 누구의 도움으 로 살아가는가?

생각해 보면 아들은 신기할 정도로 큰
사고를 피해 무사했다.   십여년 전에 완
성된 가구를 싣고 서울에 설치하러 갔을
때 동행자가 일이 있어 혼자 가게 되었 다.   몇 날 밤을 거의 자지 못 하고 일을
해서 운전을 해선 안되었으나 어쩔 수
없이 트럭을 운전해서 가게 되었다.
가기 전에도 걱정을 하더니 전화가 와서

"엄마,나 잠이 너무 와. 지금 차들이 정체되어서 그냥 있는데 잠이 쏟아져서
미치겠어."

그러는 것이었다.   나야말로 미치겠는
데 무엇을 어쩌라고 말도 못 하고 그냥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무조건 좀 자라고
했다.   그러나 설치 마감 시간까지 해야
된다면서 조심할께, 그것이 마지막 전화
였다.   혹시라도 또 졸까봐 전화를 했는
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   피가 사라지는
느낌... 아들만 무사하게 해달라고 밤새
울면서 기도했는데 새벽에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났는데 10중 충돌 사고였고 아
들의 트럭은  세 번 째.   너무나 소란한
분위기에 정신을 차린 아들은 처음엔
자기가 졸음 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했다.  어떻게 사고나 났는지 도 기억이 안 났고 다시 정신을 잃어
(아들 말로는 잠이 들었다고 했다. ㅠ)
병원에서 깨어나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싣고 가던 가구도 상하지 않았고 아들도
무사했고 트력의 앞과 뒤가 약간 파손된
정도였지만  사망자도 몇 명 나왔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   아들은 손 끝 하나도 안 다치고 무사했고 스스로 기적
이라고 항상 말한다.   기적... 그렇게 내
아들은 기적의 아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기적을 이루어내고
있지 않은가?   이 위험한 세상에서 다
치지도, 사고를 당하지도 , 억울하고 기
가 막힌 일을 당하지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기적이다.   이렇게 평범
한 하루의 기적을 감사할 따름이다.
속상하고 때로 기막혀도 아들이 바로 나
의 마음터인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것
또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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