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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7 14:23
ㆍIP: 223.xxx.185
고향의 냄새
고향의 냄새

         권영심 ( 2022 , 3 , 27 )

그 때... 임신하고 얼마 안되어 심한 임 신중독증에 시달리다가 겨우 벗어난 나 를, 아버지는 자신과 동행하기를 엄하게 거부했다.   중풍이 많이 진행되어 불편 한 몸을 이끌고 홀로, 또는 친구와 함께 서울로 갔다.   엄마는 그 때 마다 가슴 을 두드리며 울고 술을 마시며 피를 토 하는듯한 넋두리를 이어 나갔다.

"내가 첩년도 아니고 이제 와서 본마누 라 찾아서 뭐 할라꼬?   데리고 두 집 살림하믄서 같이 살끼가?   몸도 성치 않으맨서 우짤라꼬?  한나 있는 아들도 저 세상에 가삐리고 없는데,이북에 있는 마누라 자식이 아직도 보고싶나?"

만취한 상태로 울부짖는 엄마의 넋두리 는 귀신의 호곡성보다 무서웠다;

아버지가 서울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다 알고 있었다.
월남할 때 헤어진 부인과 딸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   그것을 알기에 엄마는 아버지의 서울행이 그토록 괴로 웠고 힘겨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의 뼈아픈 향수 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우리들의 착각이 었다.   고향을 향한 그 절절하고도 지독 한 그리움을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우리들의 무지로 아버지는 더 외로웠을 것을 이 못난 딸은 지금은 알고 있다.
1983년 6월 30일, 시작되어 같은 해 11월 14일 에 끝난 이산가족찾기 같은 프로는 이제 두 번 다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방송은 끝났으나 지금도 이산 가족찾기는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직 한국의 환경에서 탄생할수 있는 이산가족찾기 방송은 온 나라를 흔들어 놓았다.   그 흔들림의 중심에 아버지가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도  신혼 때 헤 어진 부인과 딸을 찾겠거니 했다.
그러나...

"니 아바지는 그저 찾고 또 찾았어야.
수 만개나 붙여진 사연들을 읽고 또 읽 고 또 읽고... 그렇게 돌아 댕기다 오는 기야... 그러다가 니 아바지 고향 사람을 기적같이 만났지 뭐간.   그 사람도 가족 을 찾으러 돌아 댕기고 있었지비.  그
사람이 말해 주었지비... 딸래미가 죽었 다고.   열병을 이기지 못하고 기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니 아바지는 그 자리에 앉아 통곡하고 또 통곡하고...
그렇게 허깨비가 되어 내려 오는 기차에 서 말하지 않간.   죽은줄 짐작했다고서 리...  니가 태어난 순간 그 딸래미가 죽 어서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고 말이 디.   니 아바진 가족을 찾으러 거기 간 것이 아니야.   가족들을 찾는 사람들 틈 에서 고향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간기 야.  이남에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고향의 이야기를 거기 가면 들을 수 있었지 않았간..."

아버지와 동행한 친구분은 소주를 들이 키며 쓸쓸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이남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고향의 이야기를 거기 KBS 방송국에 가면 들 을 수 있었던 내 아버지의 고통을 지금 도 나는 다 헤아리지 못한다.
그 수많은 사연들이 바로 아버지의 사연 이었고 날과 밤을 새우며 헤어진 가족을 찾는 그 간절한 얼굴들이 바로 아버지의 또 다른 형제 가족들이었던 것을,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알게 되는 어리석은 딸...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그 곳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눈물과 사연과 사람들의 냄새로 아버지는 고향에 간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오마니 아바지 ... 그토록 듣고싶고 하고 싶었던 고향 말을 원도 한도 없이 들을 수 있었던 남한 땅의 유일한 곳.
그 곳을 찾아 아버지는 병든 몸을 이끌 고 그렇게 갔던 것이다.

이북 고향 땅으로는 살아 생전 절대 갈 수없고,이미 마음속으로 가족들을 만날 수 없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그 당시는 KBS 방송국이 아버지가 갈수있 는 고향이었다.   그 고향을 찾아 기차에 몸을 싣고 가면서 아버지는 갈 때 마다 설레었다고 했다.   내가 출산할 때가 다 가오고 겨울이 되면서 서울 출입을 멈추 면서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기차가 한강 철교를 지나면 가슴이 벅 차 올랐더랬어.  진짜 고향에 가는 것 처 럼 말이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피안도, 함갱도, 북간도, 개성,... 그 사람 들이 아니갔니?  내 고향의 냄새가 거기 있어서...내 고향의 냄새가..."

그렇게도 쓸쓸히 웃던 아버지의 얼굴이 이렇게도 가슴을 친다.   인간이란 참으 로 어리석은 존재여서 그 때가 되지 않 으면 알수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것을 하나 하나 깨달아가는 이 나이에 나도 고향의 냄새가 그리워진다.
내 고향 부산의 바다 냄새가...
이름아이콘 장선희
2022-03-30 14:45
회원사진 		고향의 냄새가 그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아버지의 심정 다는 아니어도 이해할 것 같네요
얼마니 그리우시겠어요...
작가님의 글을 보니 그때 이산가족 찾기를 보며
함께 눈물을 쏟았던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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