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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3-24 16:20
ㆍIP: 223.xxx.45
살아남은 자가 강으ㅏ도
살아 남은 자가 강하다

         권영심 ( 2022 , 3,24 )

어떤 이가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세 상의 법칙이며, 자연에서도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진정 그러할까?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강한 것은 그 강함으로 결국 부러지고 상처 입고 사라진다.   살아남은 자가 비로소 강해지고 진정한 강자가 되는 것이다.
폭풍에 거목이 꺽이고, 산이 날아가고,
다리가 무너지지만 연약한 어린 풀은 살
아 남고 징검다리도 무사하다.  건강한 것이 강한 것일까?   건강해야 무엇이
든 할수있고 이룰 수 있으니, 과연 건강
함과 강함은 동의어일 수도 있겠다.
나처럼 아픈 데가 많은 사람은 이제 다
시는 강해질 수도 없고 무엇을 이룰 수
도 없게 된 것일까?   더구나 나이도 많은데 말이다.   어떤 사람을 보면서 강 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날에 사 십대면 중년이었으나 요즘은
인생의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 십대의 자신 넘치는 여성을 보는 것
은 햇살을 보는 것 처럼 눈부시다.

그러나 자신감과 자부심이 선을 넘어서
무적이 되는 것을 보면 무서움이 느껴진
다.  거기에 나이들고 아픈 사람을 가차 없는 언행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나기 보다는 연민이 더해진다.   눈을 위
아래로 치뜨면서 목소리를 뾰족하게 해
서 지시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
다.   자신은 평생 나이를 먹지않을 것 같은 행동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 일까?   이 세상을 휘어잡을 것 같은 자 신감이 오히려 안쓰럽다.   그래서 차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가져보지 않아서 그 가치를 몰라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젊은 시절 강함을 동경하고 강해지고 싶어 나름의 노력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강함은 내것이 되지 않았
고 열패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지금 나이들고 아픈데도 나는 나
자신이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이 나를 강하게 하는 것일까?

외면적으로 나는 늙어가고 있으며 병도
많고 가진 것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강해지는 것은 마음에 있다.   나는 날마
다 조금씩 더 비워내고,흔들리지 않으며
연민은 깊어지고 삶에 대한 욕심은 줄어
들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강해지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좀 더 온전해지는 자
아를 느낀다.   나의 강함이 이 지구를, 나라를 구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나의
주변을 편안하게 할수있음에 감사한다.
여러 곳에서 부딪히는 얼치기 강자들을
보면서 나는 진정의 연민으로 그들을 응
원한다.   그들도 반드시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기에.   질타하고 비난하고 충
고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인간은 반드시 그 시기가 되어야 알아지는 것들이 있다.  나도 그
랬고 다만 조금 더 깨우친 것은 마음 공
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을 진심으로 실
천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해졌을 뿐이다.
돌아보니 지난 몇 년 간의 고초가 얼마
나 혹독했는지 그것을 헤쳐 나온 내 자신이 놀랍기만 하다.

아직 터널의 끝도 안 보이지만 나는 절
망도 하지 않고, 기가 꺽이지도 않고 오
늘을 웃음과 감사로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강자이다.  오늘 이렇게 살
아있으며 살아갈 것이고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채울 것이기 때문에.   며칠
사이에 받은 두 개의 부고가 모두 스스
로 생을 마감한 것이어서 내 마음은 갈
갈이 찢기는 듯 했다.    나보다 훨씬 젊
고, 훨씬 가진 것이 많으며, 무엇보다 가
족들이 있는데 그렇게 가버리는 길을 택
한 사람들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어쩌면
그렇게 허망하게도 가는 길을 택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래서는 안 된다.
30년 수인의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하루
날짜를 거꾸로 헤아리며 출소할 날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소처럼 일해서
밥 먹고 두 다리 뻗고 자 보는 것이었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그는
비록 감옥에 묶인 몸이지만 누구보다 강
하다.  삶이란 살아라고 하는 신의 명령
어이다.   이 생에 태어 났으니 살아야
한다.   그 길이 피눈물로 얼룩지더라도
우리는 마침표에 이르는 시간까지 걸음
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비루하고 추레
한 모습이어도 자신의 몫을 살아내는 누
군가를 비웃지 말라.   그는 스스로의 강
자이며 이제 건너가는 다른 생은 햇빛
보다 찬란한 빛 속의 삶일 것이다.
그러니 내 몫의 삶을 아름다이 여기며
살아내야 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이
며 강자의 삶은 모두를 이롭게 한다.
바람 한 줄기같은 강자가 되어 누군가에
게 순간의 서늘함이 되어 주는 것, 그
잠깐의 서늘함으로 쉼이 되어 주는 강자
의 삶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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