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전병일
ㆍ작성일	2020-12-22 18:14

ㆍIP: 58.xxx.151

된장 담그기

된장 담그기/전병일

아내가 된장 담그는 것을 배워본다고 하여 지난 11월 07일 메주를 끓이고 발효를 시작한 지 44일 어머님은 된장을 담그자고 한다. 아내는 아직 발효가 다 되었냐고 묻는다. 메주는 어머님이 띄워서 잘 모른다. 아내가 띄워야 하는데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메주만 만들고 시골 어머니한테 맡겨놓은 샘이다. 어머님은 날씨가 춥다며 밤에는 방안에 들여놓고 낮에는 밖에다 내놓으시며 애지중지 발효를 시킨다. 그것도 힘에 부쳤는지 나중에는 밖에 망사에 넣어 빨랫줄에 걸어 밤이면 이불로 덮어서 발효를 시킨다. 발효는 푸른곰팡이가 안 보이지만 깨끗하게 발효가 된 것 같다. 어머님의 급하신 성격에 장을 빨리 담으려고 하신다. 메주를 많이 띄우면 된장이 시켜 먹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올해 안에 장을 담으신다고 달력을 보신다.

주말을 찾다 보니 날짜가 안 나오시나 보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12월 20일(음력 11.06) 정유(丁酉) 십이 간지 중 10번째 정유 일이다. 아내한테 장 담그는 날짜를 미리 통보해 주었다. 주일이면 항상 시골로 바로 가는데 이번 주는 12/18일 동료직원 퇴임식이 있어 그 퇴임식에 참석하고 아내하고 막내가 사는 집으로 갔다. 직장 근처로 거처를 옮긴 후 시골을 거쳐 집을 다녀오기를 반복했지만, 이번 주는 일요일 시골에 된장 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아내를 데리고 가야 하겠기에 이곳에서 이틀 밤을 지냈다. 삼시 세끼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니 모처럼 대접을 받는 듯하였다. 일요일 아침 북엇국에 밥 한 그릇 먹고 아내와 함께한 시간을 달려 시골 어머님 댁으로 된장을 담으러 갔다. 어머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방안에 꼼짝 안고 계신다. 어머님 된장 담의 시게요. 어머님은 메주를 미리 씻어 단지에 담아놓으셨다. 소금물만 부으면 된장 담기는 끝이다.

아내는 소금을 한 양푼 퍼서 왔다. 그사이 어머님은 소금을 녹일 양은 양동이와 받침대를 가지고 오신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밖에 있는 수도는 얼어서 물이 나오질 않아 부엌에서 양동이로 물을 길어 용기를 씻은 다음 소금을 용기에 붓고 물을 부어 녹여 내린다. 염도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어머님은 준비한 달걀을 소금물 위에 띄운다. 소금물이 녹으면서 달걀은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남았을 때 그만 녹이라고 하신다. 이렇게 염분의 농도를 맞추신 다음 소금물을 단지에 붙으라고 하신다. 아내는 손가락으로 맛을 본다. 간을 더해야 부패가 되지 않는다고 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항상 이 방법으로 된장을 담아오신 어머님 경험치를 믿어야만 했다. 소금물을 부의니, 메주가 떠오른다. 어머님은 옆 모퉁이 가시오가피 가지를 잘라오라 하신다. 메주가 떠오르는 것을 가지를 넣어 막으라고 하신다. 가지로 마무리를 하고 된장 담기는 마무리하였다.

어머님은 자식 며느리 온다고 밥 한 솥을 해놓고 찐빵도 쪄놓았다. 어머님 이른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신다. 아내는 저녁 아버님 기일이라 준비하려면 마음이 집에 가 있다. 밥은 먹지 않고 밥과 찐빵을 싸서 집으로 오는 길 마트에서 제사 장거리를 사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아버님 제례 준비를 하였다. 고향에서 어머님의 주도적인 제례 올 추석부터는 필자의 집으로 모신 후 처음 맞이하는 기일이다.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네 아버지 좋아하는 빵 놓고 간단하게 지내라 하신다. 어머님 말씀대로 전통방식의 차례는 준비하지 않고 간단히 몇 가지 준비하여 진설하였다. 그래도 형식을 갖추다 보니 그럴듯하게 차려졌다. 막내와 참신하고 첨잔까지 올리고 아버님 첫 기일에 된장까지 담았으니 기억에 남을 된장 담기였다. 그 된장 맛 어쩔지 기대가 된다.

2020.12.20-(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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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운명/전병일

둥글게 만들어진 몸집
냉수에 몸을 불리고
뜨거운 가마솥 안에서
흰 거품 물고 울부짖는다

퉁퉁 익은 몸뚱어리
절구에 난동질 당하여
격자 틀에 성형되어
바람결에 서러움을 성토한다

그것도 부족해서
커다란 항아리 속
쓰디쓴 염장 물에
처넣어 잠을 재운다

콩으로 태어난 운명
모진 풍파 넘고 넘어
삭혀진 만신창이 몸
사람들은 입맛을 다신다.

장선희

2020-12-24 15:26

`전병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전병일 작가님의 "된장 담그기"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계란 띄워서 염장 맞추기 방법도 잘 배웠습니다
내년이면 구수하고 짭쪼름한 된장이 만들어지겠고
정성이 담긴 전통의 맛은 사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요
요즘은 마음대로 외출도 못하고 하는데
흥미있는 이야기로 고향생각 하며 마음도 쉼해봅니다


전병일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다녀가신 발걸음 감사드립니다 어머님 된장이 맛있다고 아내가 배워보려고 합니다 어머님 맛이 나올지 기대해 봅니다 성탄절 불청객은 더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	12/25 11:04

정찬열

2020-12-28 06:26

`전병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전병일 작가 님 안녕하세요
동분서주 부지런하신 품성 고생이 많으시네요
고향에 계신 어머님을 위해 아버지 제향 부터
이제는 장 담그기 까지 말인 즉 쉽지만
그렇게 하시는 것이 가훈을 이어 받는 것이고
매우 잘하시는 성품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는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는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길 바랍니다.


전병일	존경하는 정찬열 작가님 항상 응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어려웠던 경자년 저물어 갑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신축년 새해에는 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감사합니다.	12/28 10:57

정대수 2021-01-02 14:38	전병일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머님의 전통방식으로 만든 된장이 참 맛있을것 같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수고만큼 오래오래 두고 먹을 수 있으니 뿌듯하시겠어요. 신축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모든일이 잘 이루어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김종덕 2021-02-03 12:35	전병일 작가님, 새해 안녕하십니까? 작가님께서는 다양하게 재미있게 사십니다. 농장에다, 시골 어머님댁에다, 장담그기랑, 그렇게 사시는 것이 마음과 육체 다 건강해 질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때 엄마와 같이 해 보앗는데 타지로 나가고 나서는 해보지 못했습니다. 다음엔 장 조리기를 하시겠지요.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십시오.

설 차례상

아침을 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