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18-03-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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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태국여행에서 생긴 일

- 태국여행에서 생긴 일-

방송대 국문학과에서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가기로 했다. 내가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가게 되는 것이다. 동남아 쪽 태국에 있는 방콕과 파타야로 진행된 패키지 예약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달 전부터 3박4일 동안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며 상상만 했던 해외여행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함께 가는 일행은 여섯 명인데 갑자기 중간에 약속을 어긴 친구가 있어 다섯 명으로 어쩔 수 없이 한사람의 부과 세를 모두 함께 부담해가며 가야했다.
여행 가는 날 드디어 일행은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우리 쪽 일행은 명수가 적어 다른 쪽 일행 두 명과 합석이 되어 같은 팀이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여섯 시간이 여행에서의 기대와 설렘으로 전혀 지루하지도 않았다. 드디어 태국공항에 도착 했을 때는 밤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다.
방콕에 있는 호텔 숙소에 도착했는데 여자는 짝이 안 맞아서 한사람은 독방을 써야한다. 그러자 한 친구가 강력하게 주장을 하며 본인은 예민해서 혼자 독방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결 끝에 첫날은 그 친구를 먼저 기회를 주고 나머지 여자 두 명이 돌려가며 독방을 쓰기로 결정했다. 남자는 짝이 맞아 다행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짐을 옮겨놓고 잠자기 전 한쪽 방에 모이기로 했다.
맥주와 와인 잔을 마주치며 건배를 나누면서 다들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첫날밤을 맞이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이 끝난 뒤 다시 짐 가방을 챙겨서 봉고차에 실고 우리 팀은 가이드 안내에 따라 비만맥궁전의 유럽풍인 왕궁으로 안내되어 고풍스럽고 우아한 궁전을 둘러보며 섬세한 예술품들도 감상했다.
저녁에는 파타야 호텔로 숙소가 바뀌었다. 그래서 숙소 배치에 다시 다른 사람을 독방으로 보낼 차례인데 어제 그 친구가 오늘도 혼자 자야 한다며 그때부터 계속 신경전으로 귀를 불편하게 한다.
어제는 혼자 자면서 창문 밖에 소음 때문에 제대로 못 잤다며 푸념을 하는데 같은 방을 써야하는 나는 하룻밤을 같이 보낼 일이 신경 쓰이고 답답했다. 그래서 이실직고 하는 말로 내가 잘 때 코를 곤다고 말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소리에 이젠 나에게 완전 죄인 취급을 하며 내놓고 구박하는 언어를 쓴다. 그리고 방을 따로 잡아야겠다며 카운터에 가서 가이드를 부르러 갔다. 호텔 비용을 따지며 돈쓰기는 아까운지 물어보기만 하고 내가 있는 방에 와서 같이 짐을 풀게 되었다.
사사건건 신경전을 세우는 바람에 태국 전통안마를 받으러 갔을 때에도 받는 둥 마는 둥 시원한 느낌도 없는 것 같았다. 신기한 쇼를 시간엔 보는 내내 모두의 마음이 불편해진 상태로 보자니 제대로 웃어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패키지의 진행에 신기한 모습들을 볼 땐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제대로 찍으려고 노력 했기에 그런대로 만족은 했다.
나는 그 친구랑 같이 자는 시간 밤에 잠자는 시간은 전등도 켜지 못한 채 숨죽이면서 냉전 속에 잠을 청해야 했다. 행여 내가 코를 골게 될까봐 한쪽 옆으로 누워서 그대로 자야하는 호된 시집살이의 며느리처럼 밤을 보내야 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그 친구는 내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하는 말이 생각보다 평탄하게 잠을 잤다고 편하게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웬일로 오늘도 같은 방을 쓰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럴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그 친구가 식당으로 가더니 아침식사에 모닝커피까지 즐긴다. 걱정을 안 해도 될 일을 미리 사서 고생하는 친구가 나는 얄밉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조식이 끝나자마자 호텔 근처에 있는 바다에서 보트도 타고 파라세일링도 타는 시간이 돌아왔다. 파도가 높고 넓은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마음껏 즐기는 시간이 행복하기까지 했다.
어쨌든 해외여행에 온 것이 마냥 좋고 한국에서 보다 태국의 바다는 거대한 파도가 너무 멋지고 신나기만 했다. 수영에 익숙한 나는 파도를 다른 친구들과 같이 타며 환호성을 질렀다.
손가락이 바닷물에 불어서 쪼글 거려 보였지만 그게 문제가 아닐 만큼 수영복을 입은 채로 사진도 찍으며 마음껏 누려보는 시간을 보냈다.
예민한 그 친구는 기구도 못타고 수영도 못한다고 했다. 바닷가 벤치에서 다른 친구와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기만 하고 도대체 즐길 줄을 모르는 불행한 친구였다. 나는 여행을 왔으면 무조건 즐겨야 한다는 신조인데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오후에는 농눅 공원으로 이동해서 코끼리 트래킹도 체험하고 과일 농원을 둘러보며 산지 과일도 맘껏 먹어보았다.
넷째 날의 잠자리는 내가 독방 쓰기로 한 날이라 짐 가방을 얼른 옆방에 옮겨 놓았다. 그 친구를 보고 나도 권리가 있다며 오기로 혼자 방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행에선 나름 같은 방을 쓰는 재미가 있는 것인데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았다.
친구의 불만과 함께 같은 방을 쓰게 된 다른 친구는 푸념을 들어주며 떠드느라 밤에도 나오질 않고 둘이 그 방에서 꼼짝하질 않았다.
나는 해외에서 보내는 밤을 그냥 보내는 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다른 친구들이 있는 방에 문을 두드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건배하며 목으로 넘기는 와인 한 병을 마시니 종일 피로한 몸도 풀리는 것 같았다.
곧 내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마지막 태국여행의 밤은 그렇게 나름 즐기며 저물어갔다.
마지막 날의 아침 식사는 그동안 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탓인지 입맛이 없어 대충 먹고 서둘러 악어농장으로 봉고차를 타고 한참을 차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 화석공원에서 우아하고 섬세한 자태를 감상하며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원 없이 찍었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념품을 샀다. 태국의 상징으론 역시 코끼리라고 생각이 들어서 사고 또 부채도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악어농장에서의 아슬아슬한 쇼를 관람하며, 악어의 큰 입에 어떤 남자가 들어가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는 쇼를 하는데 서늘해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즐기지 못하는 친구는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여행을 하는 내내 계속 찡그리고 다니는 모습이 사진에도 남아있기에 안 돼 보이기도 하고 속상하다.
살아가는 삶에서 얼마나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지도 나는 너무나 잘 알기에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산다. 문득 생각나는 말이 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그 누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번 해외여행에서 이 뜻을 더 깊이 새겨보는 계기가 되어 나도 반성해 본다. “나도 친구를 미워하지 말자”며 혼자 중얼거린다.

김정애

2018-05-16 07:57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기억력도 좋으시네요.
태국에서의 일정을 다 기억 하셨다가
재미있게 풀어 내셨네요.
마치 제가 태국에 같이 다녀온 듯
생생함으로 함께합니다.
긴 글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선희	김정애 시인님 그렇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외국여행이라고 갔는데 마음이 잘 맞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랑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안타까웠답니다 나를 반성하고 또 다른 배움이었다고 생각했었지요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오월 행복한 달 되세요 시인님~	12/17 14:30

문익호

2018-09-21 22:16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기억력이 아직 쓸만하시네요... ㅎㅎ


장선희	시인님~몇번의 생사에도 기억력 아직 생생합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기억으로 더 힘차게 보람찬 인생 살고 있지요.	10/22 22:24

전병일

2019-06-13 09:27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자님 안녕하세요?
파타야서 수중워킹 열대어 밥주고, 낙하산탄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진을 몰래찍어 강재 구매하라고도 합니다
여행 방의 파트너가 중요하지요
돌아가면서 바꿔자는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
태국여행기 옛 기억 생각하면서 잘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장선희	전병일 작가님~긴 글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국에서의 여행에서 그래도 그 때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누구랑 가는 거에 대한 배움도 있었네요 다음 해외여행 기회가 온다면 잘 선택해서 가야겠지요 쌀쌀해진 늦가을 입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11/19 17:08

김동호 2020-03-28 19:20	저도 문득 5년 전에 태국 여행을 갔던 기억이 새롬새롬 떠오르네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하지말라, 그 말씀도 머릿 속에서 되새겨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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