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3-08-22 15:09

ㆍIP: 112.xxx.129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4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4

그렇게 생각하며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도리질했다. 파릇한 풀이 공터 벌판 쪽으로 쭈옥 나있어서 눈도 시원해진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철 늦은 코스모스가 너무 예쁘다. 좁은 길에서 또래의 연인과 마주쳤다. 그 연인 옆으로 낮은 한숨을 쉬며 지나쳤다. 이 길은 오빠와 함께 손잡고 다녔던 좁은 길이었는데…. 점점 바람이 춥게 느껴지고 스산했다. 점심시간도 거의 끝나 가는지 좀 전에 서성이며 길거리에 다니던 사람들이 뜸해졌다. 나는 빨리 일하러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에 힘을 주며 ‘탁탁’ 걸을 때였다. 내 앞에 더 이상 걷지 못하게 길을 막고 서있는 남자가 있었다. 갑자기 숨이 ‘탁’ 멎는 것 같았다.
“순애야. 오랜만이다. 지금 점심시간이구나?….”
“오 오빠! 여어길 어떻게….”
“난 그동안 몸이 좀 아팠어….”
오빠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여전히 웃어주었다.
“응. 오빠, 이렇게 여기서 볼 줄 몰랐네?”
“….”
얼핏 오빠의 얼굴을 흩어 보니 못 보는 동안 꽤 수척해 있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답답하다…!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위로도 해주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순애야 그땐 정말 미안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생각 많이 했어. 반성도 하고….”
“…! 오빠! 아프지 마….”
나는 이렇게밖에 말을 못 하는 자신이 정말 싫었다. 왠지 미안하고 창피하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당장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웃으며 돌아섰다. 오빠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가을바람에 내 가슴도 몹시 시렸다. 온몸의 한기를 느끼며 한껏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수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오빠를 잊기 위해 낯선 사람들만 있는 곳으로 떠나야 했다. 한 달쯤 됐을 때 기숙사를 나와 무조건 버스를 탔다. 전에 다녔던 직장 동네에 들렀다. 시내에서 우연히 준영이와 함께 일했던 영훈 오빠를 만났다.
󰡒어. 깜짝이야. 순애 아니니? 너 잘 만났다. 이리 좀 와봐!󰡓
󰡒영훈 오빠. 왜 그래! 나 어디 가는 중이란 말이야.󰡓
영훈은 전에 준영 오빠랑 만나고 있을 때 은근히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처음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관심도 없었기에 모른 체 했었다.
󰡒오빠. 어디를 가자는 거야. 나 바쁜데!󰡓
󰡒우리 일하는 곳에 잠깐만 가자! 할 말이 있어.󰡓
결국은 팔을 잡아끄는 힘에 이끌려 일하는 곳으로 끌려가다시피 들어갔다. 대문에 들어서는데 왠지 죄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준영 오빠와 익숙하게 드나들던 오빠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른 들어가자. 너. 준영이랑 헤어졌다며! 요즘 네가 안 보여서 한참 찾았는데 잘 만났어.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오빠! 준영 오빠랑 내가 헤어졌는데 만약에 우리가 같이 어울려 다니면 그건 안 되는 거잖아. 얼굴 마주치면 어떡하라고 그래?󰡓
󰡒그게 어때서 그래? 너랑 걔랑은 이미 헤어졌다며. 상관없어 난.󰡓
󰡒준영 오빠와 난 본의 아닌 이유가 있어. 그래서 난 이곳을 떠나기로 한 거야.󰡓
󰡒난 이유가 있든 말든 상관 안 한다. 그리고 나도 곧 이곳을 곧 떠날 거야. 그럼 다른 데서 만나면 될 건데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 하냐? 조만간 나랑 우리 고향에 한번 같이 가자. 이리 와봐. 내가 선물해줄 게 있는데 들어가자. 그 친구는 밖에 나갔으니까 염려 말고 알았지?󰡓
나는 일단 준영 오빠가 나갔다는 말을 듣고 현관으로 주춤거리며 따라 들어갔다. 마음속으로는 잠깐만이라도 오빠의 흔적을 느끼고 싶었다. 현관으로 이어지는 주방에 오빠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찬찬히 둘러보았다. 깔끔한 분위기였던 흔적은 없고 널브러진 털실 타래며 완성한 옷 꾸러미가 여기저기 쌓여 있다. 오빠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낯선 물건들만이 있는 그곳을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바쁜 거 같은데 나는 이만 나가는 게 좋겠어.󰡓
󰡒더 있어도 괜찮아.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 다 나간 거야,󰡓
󰡒오빠. 밥 먹으러 간다며? 어차피 나갈 거잖아.󰡓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준영오빠가 보였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지 현관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인기척도 있었다. 나는 순간 번뜩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쉿! 오빠… 준영 오빠한테 우리가 사귄다고 말해줘….󰡓
󰡒좋았어. 너 딴소리 없기다?󰡓
󰡒응 그럴게. 대신 지금 준영 오빠 앞에서 우리 사귀는 척해주면 좋겠어.󰡓
󰡒뭐 그거야 어렵겠어. 흐흐.󰡓
둘은 어느새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속삭이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영훈 오빠가 내 심정을 알아주는 것 같아 잠깐의 고마운 마음에 웃어 보였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모습에 영훈은 회심의 미소가 보였다. 잠시 후 준영은 문을 열고 이쪽으로 무심코 다가오고 있었다.
󰡒헉! 순애 왔구나. 여기는 웬일이야?󰡓
󰡒오빠…! 오랜만이야. 일이 있어서 오게 됐어….󰡓
바로 그때 영훈 오빠가 다가섰다.
󰡒순애야! 우리 밥 먹으러 갈래?󰡓
󰡒응 시간이 조금 있긴 한데… 차 시간을 봐야해.󰡓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으로 물러섰다.
󰡒너 방금 간다고 했잖아. 가자!󰡓
영훈은 다정한 사이처럼 내 옆으로 다가와 팔을 잡아당겼다. 그때였다.
󰡒너 이리 와봐! 이 자식아!! 󰡓
󰡒야! 너 왜 이래. 한번 해보자는 거야? 그럼 덤벼봐!󰡓
준영은 다짜고짜 영훈을 끌고 큰방으로 갔다.
󰡒퍽! 퍽!󰡓
󰡒으윽!󰡓
󰡒너 이 자식!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야! 이 새끼야! 너 어차피 순애랑 헤어졌잖아, 원래 내가 처음부터 찍어 놨었는데 네가 가로챘던 거 아냐? 이 새끼야!! 이제 제대로 된 거지. 안 그래?󰡓
󰡒이 자식. 뭐야!!󰡓
󰡒퍽퍽!!󰡓
󰡒윽!! 너! 날 쳤어?󰡓
나는 위기의 순간에 덜컥 겁이 났다.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상황 판단을 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무조건 달렸다. 준영 오빠한테 정을 떼려다가 오히려 혹을 덧붙인 격이었다. 뛰고 있는 발걸음은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무겁고 버겁게 느껴졌다.

계속-

황영칠

2023-08-23 03:39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작가님
아주 재미있는 소설 금지된사랑4 를 꿀맛같이 달콤한 가슴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순간 순간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느끼게 하는 구성에 놀랐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집니다.
좋은 소설 맛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선희	작가님의 좋은 평가로 알고 감사드립니다 저는 젊은시절 아이들에게 부모님께 들은 옛날이야기를 종종 해주었던 생각이 납니다 국문학의 구전을 벗삼아 소설도 그렇게 써보려고 한답니다 쉽지 않지만 흥미를 읽지 않은 내용으로요.	9/13 13:45

정대수

2023-08-24 17:02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금지된 사랑 배독하면서 쉬어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장선희	정대수 작가님 안부 놓고 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겨우 인사드리네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9/13 13:48

장계숙

2023-09-12 23:29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참 난처한 상황이 계속 되네요.
글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 맘을 헤아려봐도
상황이 본의 아니게 자꾸만 엉키게 되니...
사랑 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재밌는 소설책을 읽는 기분도 참 매력 있네요.ㅎㅎ~
빠른 결말이 몹시 알고픈 맘~
어찌 하오리까.
기다림으로 맘 전합니다.


장선희	장계숙 시인님 소설에도 사랑이 있어야 흥미롭겠지요? 어설픈 표현임을 알면서도 저의 재간이 어쩔 수 없네요 끝까지 감상해 주시고 냉철한 평가바랍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사 때 반갑게 뵙기를 바랍니다	9/13 13:58

단편소설/ 금지된 사랑-5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