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1-03-16 15:28

ㆍIP: 14.xxx.19

소설/ 새처럼 날고파-10

소설/ 새처럼 날고파-10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이분은 내일부터 실장으로 계실 분이니 인사해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실장님이 너무 젊으시네요.”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민석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오, 저는 유리라고 해요, 저두 반갑습니다아.”
점심 장사가 끝나고 한가한 시간이라며 직원들이 한쪽에 모여 차를 마시고 있는 모양이다. 팀장이라는 젊은 남자가 다가와 시원스럽게 인사를 했다. 훤칠한 키에 꽃미남으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입담이 좋아 보인다. 옆에 통통해서 귀여워 보이는 여자애가 재빠르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보다는 언니 벌로 보이세요, 마침 실장 자리가 없었는데 참 잘됐네요?”
“그랬어요? 잘 부탁합니다.”
“네, 저두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언니라 불러도 되죠?”
“아, 네에, 그 그런 가요….”
“그럼요오, 히히.”
같은 또래의 그 여자와 금방 친해질 것 같았다. 유 회장은 따라오라며 마당을 지나 안채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딸 둘을 인사시켰다. 큰딸은 초등학교 2학년이고 둘째 딸은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한다. 그녀를 바라보는 딸들의 표정은 별로 웃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 않은 굳은 표정이었다.
“안녕, 난 연희이모라고 해, 성은 은씨 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은 연희 이모요? 그럼 우리 이모 되는 거예요? 와아! 난 좋아요.”
“언니, 우리 이모야?”
“그래,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 자아.”
아이들이 해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거짓으로 이름을 말할 수가 없었다. 엄마도 없이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순간 솔직해지고 싶었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친절한 인사를 나누었다. 유 회장도 그녀에게서 처음 듣는 이름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눈짓으로 믿음을 주었다.
식당에는 저녁 식사 단체예약으로 손님이 들이닥쳤다. 그러는 바람에 대화가 끊기고 일하는 도중 직원들의 저녁 식사는 각자 주방 쪽방에서 돌아가며 해결했다. 분주한 시간이라 각자 해결하는 분위기다. 늦은 시간까지 정신없는 사이 그녀는 카운터 일을 배우기 위해 가격 차림표대로 돈 받는 일을 거드느라 나름 바빴다.
식당일은 10시가 넘어서야 종료되었다. 드디어 직원들이 퇴근하고 유 회장이란 남자와 단둘만의 시간을 맞이했다. 식당 셔터를 내리더니 정문을 잠그고 손짓하는 대로 따라오라며 빙긋 웃는다. 구석 쪽으로 어두컴컴하게 통하는 계단이 보였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이름이 연희라고? 역시 이쁜 이름을 가지고 있네, 오늘은 내가 아끼는 비밀장소가 있는 곳을 알려줄게, 바로 다락방이거든, 이곳은 나만 알고 있는 아지트고 아무도 모를걸, 오늘 여기서 잘까? 뭐 안내키면 방에 가서 자도 되고….”
“아니에요, 저도 여기 좋은 것 같아요….”
“난 연희가 이렇게 올 줄 몰랐어, 고마워, 여기서 앞으로 카운터 일만 보는 거야, 그리고 가끔 내 딸들 좀 챙겨주면 난 정말 행복할 거 같아….”
그녀는 그 남자의 말에 자꾸만 포로가 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당황하고 있지만 이미 이 남자를 믿고 있다. 오직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배려해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 남자한테 받은 만큼 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남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전등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손을 꼭 잡고 한 계단씩 올라가야 했다. 두 남녀는 더듬거리며 올라가다가 비좁게 구부러진 층에서 그대로 얼굴을 포개며 몸이 겹쳐졌다. 순간 온몸으로 흐르는 전류 같은 뜨거운 기운에 감전된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온몸이 마비된 듯 그 자리에 정지된 체 어두움의 동공만 커지고 있다. 그 틈을 탄 젊은 남자의 건강한 심장이 예상치 않게 벌떡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으로 빠르게 전이되었다. 순간 두 남녀는 사랑의 열정으로 온몸이 활활 타올랐다. 처음 느껴보는 이 순간은 꿈결 같다.
그렇게 잠시 놀란 순간 겹쳤던 두 몸이 동시에 떨어졌다. 그녀는 어둠에 가려진 모습이 다행이라는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 사람씩 앞뒤로 바꿔서 올라갔다. 층계로 올라가는 동안 사랑에 감전된 열 온도를 들킬세라 몸을 바짝 움츠렸다. 재빠르게 다락 끝까지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갔다.
다락방에 올라가니 아담하게 꾸며진 방에 삼단 매트리스가 깔끔하게 가지런히 접혀있다. 주위엔 기타며 드럼 등 악기들의 풍요가 예술적으로 보인다. 미니 옷장 옆으로는 비좁은 욕실도 갖춰져 있어서 제법 쓸모 있는 공간의 분위기가 편안한 잠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 남자의 눈빛이 다시 그녀 앞으로 바짝 다가와 포근한 입술을 느끼게 해주었다.
“연희는 따뜻한 물로 씻고 있어, 난 다시 아래층에 내려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그녀는 샤워기로 쏟아 내리는 물줄기에 마음껏 몸을 맡겼다. 그 남자와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떠올리며 좋은 감정을 끌어올리고 있다. 샤워기 물줄기를 중간으로 줄이고 몸을 활짝 열었다. 처음 느끼는 이 기분 그대로에 빠져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샤워를 끝낸 자신의 촉촉한 몸에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욕실에 있는 세제 제품들이 향기로운 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유 회장이란 남자의 사랑이 그녀를 설레게 하고 있다. 이 남자한테 움츠렸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으로 맡기고 있다.
그녀가 만취 중에 순결을 잃어버린 순간은 처참했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 남자에게 왠지 미안하고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이 남자의 진실한 사랑을 알고 좋은 느낌에 점점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미래도 잘 될 거라 믿고 싶어서 믿는다.
대 타월로 몸을 휘감고 감싼 채 옷은 갈아입지 않았다. 전신거울 앞에 서 있을 때 그 남자가 들어와 살포시 안아주었다. 아래층 안채에서 샤워하고 왔다며 잠옷을 입은 모습이다. 그 남자의 몸에서도 조금 전 샤워했을 때와 같은 향기가 났다. 진한 입맞춤으로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연희야, 난 처음부터 연희가 마음에 들어와서 매일 생각했어, 꿈을 꾸고…! 내가 지금도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네, 회장님, 저도 제가 여기로 온 게 믿어지지 않아요, 노력할게요.”
“아니야,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 한 식구로 생각하고 도와주면 돼.”
“감사해요, 회장님….”
“회장님 아니라 했잖아, 여기선 ‘유해준’ 씨라고 불러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럼 사장님이라고 부를게요, 직원들도 보잖아요.”
“가만 보니 연희는 고집도 센가 보네? 허허허, 뭐 그럼 알아서 하고 둘만 있을 때라도 안 그랬으면 좋겠어.”
“네, 노력해볼게요.”
“연희야, 정말 많이 사랑해…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저도 감사해요, 해준 씨….”
그녀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자체가 정말 지옥이고 싫었었다. 낯선 남자에게 처음으로 순결을 빼앗기던 날의 악몽이었다. 아무리 술 취한 취중이라 해도 가시밭에 뒹구는 것 같은 고통을 잊을 수가 없다. 남자란 존재는 목적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편견을 가졌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무섭기만 했었다.
이 남자에게도 오로지 돈 때문에 휘말리고 있는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잘못되어 가는 구렁텅이에서 구출해준 은인이고 사랑이다. 그녀는 이 남자의 사랑으로 표정, 말소리, 모두 감미롭고 좋은 느낌이고 앞날을 열어주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 순간의 사랑은 그녀의 움츠러든 마음을 활짝 열고 있다. 지금 느끼고 싶은 대로 반항하고 싶지도 않다. 천천히 들어오는 남자의 스킨십과 부드럽고 따뜻한 말소리와 모든 사랑은 공포감을 몰아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랑과는 다른 완전한 사랑이다.
“연희야, 사랑해! 사랑해!….”
“해준 씨, 저도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렇게 일심동체의 사랑은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사랑하는 남자의 떨리는 청춘에 맡기며 진정한 사랑이었다. 큐피드의 화살을 힘차게 당겼다. 진실한 사랑은 희망의 날개를 달고 아름다운 한 쌍의 새가 되리라…. 저 높고 푸른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 끝-

정찬열

2021-03-17 06:30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선희 작가님~
지난해 6월에 시작된 소설이 잊을라치면
감동으로 끌여들여 잘배람했습니다.

申丑년에는 흰소의 기운을 받아 좋은 글로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시고 행운이 겹치기를 기원 합니다. ^*^


장선희	정찬열 작가님 끝까지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이야기는 역시 쉽지 않아요 퇴고하는 길이 더 멀게 느껴집니다 작가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3/22 17:10

정대수

2021-03-19 11:40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 "새처럼 날고파" 를 끝내셨군요.
한 쌍의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아 오르게 되었으니
올해도 기대가 됩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장선희	정대수 작가님 잘 지내시나요? 흰소의 해를 맞아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에 만사형통하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3/22 17:12

한영택

2021-03-19 19:45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진실한 사랑은 희망의 날개를 달고 아름다운 한 쌍의 새가 되리라
소설 ‘새처럼 날고파’ 마지막 편 잘 읽었습니다
10편까지 집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밤낮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남기세요
행복한 봄날 되십시오.


장선희	한영택 작가님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작가는 독자가 많이 보아주기를 최고로 바라고 있지요 끝까지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3/22 17:16

소설/ 금지된 사랑-1

소설/ 새처럼 날고파-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