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3-05-26 15:45

ㆍIP: 112.xxx.129

소설/ 금지된 사랑-1

단편 소설/ 금지된 사랑- 장선희

6월의 초여름 날 저수지에 놀러 갔다. 가는 길은 연초록의 풀잎들과 여기저기 탐스럽게 피어있는 들꽃이 마치 우리를 반겨주는 향연인 것 같다. 넓게 자리한 저수지는 물빛이 푸르고 깊이가 맑아서 잔잔한 물결 속으로 마구 뛰어들고 싶다. 나는 미자랑 신이 나서 저수지 가장자리로 한참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히 준영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미자는 오빠라고 부르며 이렇게 만날 줄 몰랐다고 좋아했다. 처음 보는 순간 나의 이상형의 남자였다. 셋은 자연스럽게 함께 돌아다니게 되고 먼 길을 다녀도 마냥 즐거웠다. 지저귀는 종달새와 이름 모를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신기하면서 아름답다. 뻐꾸기, 뜸부기 소리도 정겹고 모든 만물의 싱그러움이 넘쳐났다. 우리는 시내에 도착할 무렵 상가 사거리에 있는 한적한 다방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의 이름은 박준영이라고 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위였고 동성동본이라고 했다. 나라의 국법에서는 동성동본이면 남녀가 절대로 만날 수 없고 결혼을 할 수 없는 법이다. 친오빠가 없는 나는 내 오빠였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준영이란 남자는 나와 동성동본이기 때문에 절대 이성으로 다가오지 않으리라 믿음도 생겼다. 그래서 더 안심되고 편했다. 처음 만난 그날 미자를 통해서 통성명하고 호칭도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
며칠 뒤 직장에서 기계가 시끄럽게 가동되고 있을 때였다. 일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미자가 와서 저녁에 그 오빠를 만나러 가자고 귓속말로 말했다. 준영이란 남자를 만나러 같이 가자는 말에 무조건 좋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 7시가 되었다. 나는 퇴근 준비를 하느라 야간 팀에게 기계 교대를 마무리해 주고 기숙사 식당으로 갔다. 미자는 벌써 와서 먹고 있는 밥그릇이 거의 비어가고 있었다. 나도 어묵국에 말아 단숨에 밥 한 그릇을 비웠다. 약속 장소에 가려면 외출준비를 급하게 해야 했기에 서둘렀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하며 다방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관심 없던 다방 간판이 오늘은 눈이 부시도록 환해 보인다. 다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남자가 한눈에 바로 보였다. 창가 쪽에 앉아 있다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준영의 자상한 미소가 너무 반갑다.
“오빠! 빨리 왔네? 친구도 같이 데리고 왔어. 괜찮지?”
“안녕하세요?”
미자가 얼른 준영 앞에 먼저 앉으며 말했다. 나도 얼른 인사를 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괜찮은 게 아니고 너무나 반갑지. 친구 민망하게 그런 소릴 하고 그래?”
준영은 수줍게 인사하는 나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우리 먼저 한 번 봤잖아. 같이 잘 나왔어, 뭐 이젠 둘 다 나한텐 동생이지, 미자는 예쁜 친구가 있어서 좋겠네?”
내 얼굴이 갑자기 홍조가 되면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 죄를 짓고 들킨 사람처럼 쩔쩔매는 모습을 보더니 그 남자가 환하게 웃어주었다.
“오빠. 얘는 너무 순진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농담하면 진짜인 줄 안단 말이야. 호호호.”
“아. 그런 거야? 난 진짠데 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 하하하.”
나는 자연스럽게 준영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조금 있으려니 다방 레지가 김이 폴폴 나는 쌍화차 석 잔을 가져왔다. 처음 마셔보는 쌍화차에 탱글탱글하게 떠 있는 동그란 달걀을 보고 티스푼을 든 채 들여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노른자 안에서 준영이란 남자가 여전히 나를 보며 웃고 있다. 그리고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 바람에 놀라서 티스푼을 노른자에 정통으로 떨어트렸다. 그러자 노른자가 ‘톡’ 터져버리면서 내 손등에 튀었다. 준영은 얼른 손수건을 꺼내어 내 손을 닦아주는 것이었다.
문득 준영의 마음이 따끈한 쌍화차만큼 따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셋은 한참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준영은 계속 나한테 눈을 떼지 않는 게 느껴졌다. 나는 두 번째 만남이라 친오빠 같다는 마음으로 더 편하게 마주 보기도 했다.
“우리 셋이서 다음에 또 저수지에 놀러 갈까?”
“오빠 정말?”
“그리고 내가 그날은 맛난 거 실컷 사줄게. 하하하.”
“우와! 순애야.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치? 히히히.”
“그럼 저도 시간 한번 내볼게요.”
그가 먼저 약속을 제안하자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는 약속을 했다.
“오빠 좋아. 그럼 내가 얘랑 같이 의논해서 날짜하고 시간 알려줄게.”
미자와 준영은 예전부터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 거리낌 없는 말도 주고받았다. 다른 친구들과 몇 번 놀러 다닌 적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에 대답 대신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쌍화차를 마시며 떠들다가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미자가 말했다.
“순애야. 준영 오빠 멋있게 생겼지? 그 오빠 마음씨도 참 좋아. 나한테도 잘해준다. 우리 얼른 놀러 가는 날짜 또 잡자! 응?”
“그러자.”
미자는 은근히 준영 오빠를 좋아하는 눈치였다.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군것질하려고 매점에 들렀다. 두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군것질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우리는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한입씩 베어 삼키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입안에서 시원하고 달콤하게 살살 녹아드는 맛이 기분을 더 좋게 했다. 아이스크림이 입술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퍼지면서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그 남자는 내 가슴에 살포시 자리 잡기 시작하는 연정의 설렘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후편 계속-

황영칠

2023-05-27 15:57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장선희 소설가님
금지된 사랑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이름만 작가 서재에 이사 왔지
어리 둥절 합니다.
소설 작가님의 소설 구성을 보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감동적인 순간 순간이 큰 감동을 줍니다.
자주 뵙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선희	황영칠 작가님 잘 지내시나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고 보니 쑥스럽네요 칭찬으로 듣고 분발하겠습니다 6월 행사 때 봬요~	6/5 18:09

정대수

2023-05-26 21:29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금지된 사랑" 소설을 대하게 됩니다.
반갑습니다.
멋진 작품 많은 사랑 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장선희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넘 오랫만에 작가방에 들어왔지요 작가님도 건강하세요~~	6/5 18:05

정연석

2023-05-27 19:24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을 쓰시니 존경스럽습니다
소설은 구성 자체가 어렵고 단어 구사도
매끄러워야 하는데 물 흐르듯 순탄하시군요
앞으로 재미있게 금지된 사랑 탐독하겠습니다
좋은 작품 접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선희	정연석 작가님 안녕하세요? 좋게 탐독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글은 쓸수록 어렵지요 행사 때 반갑게 뵙겠습니다.	6/5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