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0-06-17 16:03

ㆍIP: 180.xxx.192

소설/ 새처럼 날고파- 1.

소설/ 새처럼 날고파- 1.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더 이상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은 갈 수가 없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특별히 갈 곳이 없어 되는대로 농사일과 집안 살림을 돕다가 어머니를 따라 동네에 있는 섬유 공장에 취직이 되었다.
공장에서 일본 사람들이 입는 기모노 원단 짜는 일을 배우기로 했다. 수작업으로 염색된 명주실을 가지고 베틀에 걸어서 원단을 짜는 일인데 실이 감겨있는 30~40센티 가량의 베 북으로 손발을 이용해 한 올씩 짜는 것부터 배웠다.
섬세하게 이루어지는 기술인데 24미터를 짜야 한 필을 완성한다. 먼저 30센티 정도씩 앞판 원단을 짠다. 그런 다음 큰 쇠바늘로 한 올씩 실을 뽑아 올리면서 깨알 같은 작은 육각형 무늬를 맞춘다. 여러 종류의 무늬와 색깔까지 맞추는 작업이다.
손재주가 있는 그녀는 두 달을 빠듯하게 걸려야하는 기술을 한 달 동안에 한 필을 다 완성하게 되었다. 한 필이 완성되기까지 밤낮으로 틈만 나면 연습하고 잠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첫 달의 마감 날이 다가오자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면서 한 두 시간씩만 쪽잠을 자며 끝까지 완성했다. 그리고 그대로 또 사흘 동안 모자란 잠을 자느라 밤낮을 끼니 먹을 때만 잠깐 깼다가 계속 잤다.
그녀는 억척스럽게 노력한 결과 한필을 다 짠 것이다. 원래 첫 달에는 월급을 못 타고 기숙사 식대만 제공해준다. 다른 사람이 처음 들어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빠른 기술로 합격을 하고 첫 달부터 24미터정도 되는 원단 한 필을 완성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한다.

“야, 느그 손은 참말로 신의 손 이랑께, 내는 처음에 한 달을 꽁치면서 배웠는디 말이여, 어찌 그리 꽁치는 달 없이 월급이 들어오는지 참말로 사람 손이 아니랑께, 내는 그기 부럽당께.”
“아, 언니 정말요?, 난 잠도 별로 안 자고 혼자 밤새며 연습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재밌기도 하드라고요. 언니 기술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는걸요, 언니는 한 달에 두 필도 짜는데 부럽기만 해요.”
“야 야, 내는 삼 년이나 고생한 결과랑께.”

그녀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국어시간이 제일 좋았다. 선생님이 시를 읊어줄 때면 왠지 마음도 그 시안에서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슬픈 시를 낭독하며 눈물을 훔치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잠재의식처럼 가지게 되었다.
국어 선생님은 서울 영등포가 고향이라고 들었다. 항상 긴 머리의 세련미가 넘치는 미모는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단정하게 입고 다니셨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수줍음이 약간 있으셨지만 여자끼리 보아도 단아한 여성스러움에 참 멋져 보였다. 그녀에겐 선망의 대상이신 선생님이셨다.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국어 여선생님을 흠모하는 마음으로 따라다니며 좋기만 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틈나는 대로 원고지에 동시와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취미정도 이었지만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소설작가나 드라마 작가가 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녀가 중학교를 다닐 때 글쓰기 대회 백일장 행사가 있었다. 그녀는 전교에서 대상을 받게 되어 전체 회장이 대표로 그녀의 산문시를 발표하게 되었다. 학교 마당 교단에 올라가서 그 자리에 당당하게 서게 되고 문학계의 상을 처음으로 받았다. 그때부터 상 받은 일의 계기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이 생겼다. 가끔 그때를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교단에서 그녀가 쓴 동시를 발표해줬던 회장은 그녀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피부가 허여멀건데다가 눈썹이 짙은 아이였다. 키가 큰 그 애가 든든하기까지 해서 좋았고 가까이 마주칠 때마다 붉어지는 얼굴을 마냥 감추기에 바빴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에 다니는 유일한 낙이 그 애를 보는 것이기도 했다. 어느 날 영어 선생님이 오셔서 영어 단어 시험을 보게 되었다. 회장이란 아이와 그녀는 백 점을 받았다. 그날은 영어 선생님이 낙오된 점수의 학생들에게 의자를 들고 한 시간씩 벌서는 날이었다.
선생님은 좋은 점수를 받은 두 명을 호명하고 나가서 한 시간 동안 자유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그녀와 회장은 교실 주변에서 각자 빙빙 돌기만 하고 친해질 줄을 몰랐다. 둘은 서로 짝사랑만 할 뿐 차마 말을 붙여 보지도 못했다.
회장이란 아이도 그녀도 둘 다 숫기 없는 성격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만 빨개져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 다니기만 했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그 아이도 지나가다가 그녀와 마주치면 빨갛게 익은 햇사과를 닮아있었다.
둘은 2학년 때에도 남녀공학으로 같은 반이 되었다. 그렇게 그 애와 제대로 말도 못 붙여 본 체 어정쩡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그녀는 중간쯤 자리에 앉고 그 애는 맨 뒤쪽 자리에 앉았다. 키 순서로 의자에 앉는 자리가 배정되어서 떨어져 앉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영어 시간의 일이다. 영어 선생님이 그녀에게 책을 읽게 하는 바람에 일어서서 책을 읽었다. 그녀는 얼결에 영어책을 읽고 자리에 앉으면서 손거울을 얼른 꺼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창피함에 자신의 상기된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거울 속 뒤쪽으로 그 애가 비춰 보였다.
둘은 거울 속에서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해서 뒤를 ‘홱’ 돌아보게 되고 또 눈을 바로 마주치게 되었다. 그 애가 계속 거울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수줍어하는 남녀는 서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얼른 시선을 회피하고 말았다. 그래서 둘은 서로 마음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계속-

한영택

2020-06-18 23:01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잠시 쉬고 있었나 했는데 소설 준비하셨군요.
국어시간을 좋아했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녀, 작가의 꿈을 그렸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대학도 못가고 방직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공도 잘하고 손재주도 좋아 남다른 재능을 발휘 하셨어요.
그런 그녀의 학창시절 이야기 흥미롭습니다.

작가님이 집필하신 내용의 글이 어쩜 제 나이 또래 어린 학창시절의 모습을 그려 낸듯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있는데, 가까이서 말도 못 건네고, 아닌 척 혼자 짝사랑하던 기억~~~ㅎㅎㅎ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코로나19’로 주변 여건이 어렵기만 합니다
건강이 최우선 행복한 생활이 되시고 멋진 소설 엮어 가세요
파이팅~~~!!! 좋습니다.


장선희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이라는 게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막막하기만 하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실제 있는 일을 쓰는 게 아니고 픽션의 창조를 한다는 스릴을 가지기도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네요 저는 서재에 오셔서 읽어주시는 것만도 영광이지요 코로나19 시국이 계속되니 답답하시긴 모두 같을겁니다 건강하게 여름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6/19 15:30

정찬열

2020-06-19 00:24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오랜 만입이다.
한철가까이 소식이 뜸하더니 드라마틱한 "장르
"새처럼 날고파"를 준비하셨군요 기대됩니다.

지난번에 "먼저가신 부모님이 날 부르신다"
9회차로 엮어주신 소설 즐감으로 배독했습니다.
준비하신글 기대하며 끝나지 않은 코로나에
가내 건안 하시고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장선희	정찬열 작가님께서 관심으로 읽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잘 쓰든 못 쓰든 제 기량대로 그냥 쓰고 있답니다 한 사람의 독자라도 깊이로 보아주기를 바람이지요 한 낮의 더위가 만만치 않은데 항상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요즘도 코로나 확산 때문에 한시도 마음 편하지 않네요 건강하시를 기원합니다.	6/19 15:40

정대수

2020-06-19 11:30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을 읽다보니 옛날 제가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가사를 위하여 꿈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미래도 보장이 없고...
좋은 작품을 기대드립니다.
코로나19로 여름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가 되었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행복한 여름나기 되시기 바랍니다.^^


장선희	정대수 작가님 잘 지내시는지요 그전의 저희가 살았던 시대는 왜 그리 어렵게 살았는지 지금 시대는 먹을 것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참 좋은 세월이더군요 그래도 그 힘들었던 시절이 그리워 지는 건 왜 일까요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다 추억이 되고 힘들었던 만큼 잘 견디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성공도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6/19 15:49

김상화

2020-06-19 23:48

반갑습니다. 장선희작가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새 작품을 구상하시고 쓰시느라 꼼짝도 하지 않은 듯합니다.
허구의 세계를 그려내는 소설이나 24시간 머리가 반짝여야 하겠지요
주인공 소녀가 착했나 봅니다
대학도 가지 못하고 방적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었으니 말입니다
그토록 쓰고 싶었던 글도 쓰지 못했으니 얼마나 속아 탔을까요?

장선희 작가님
더위가 그늘을 찾아 쉬라고 치닫고 있습니다
그렇게 온 국민이 걱정을 하고 있건만 코로나 19는 아직도 극성을 부립니다.
더위와 코로나 19 마음 놓아서는 안 됩니다
건강 행복 행운이 늘 작가님과 함께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장선희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안부 놓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의 기승으로 뜨거운 여름 날 마스크 쓰고 다니시느라 답답하시죠? 정말 큰일이네요 집에 있는 날이 많으니 글이라도 써야는데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라 그러네요 잘 쓰는 글이 아니더라도 지켜봐 주시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건강 잘 지키시고 건강만 하시길 바랍니다.	6/20 17:49

소설/ 새처럼 날고파- 2

소설/ 먼저 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