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20-06-22 15:45

ㆍIP: 180.xxx.192

소설/ 새처럼 날고파- 2

소설/ 새처럼 날고파- 2

그 이후로는 더욱 무안한 사이가 되어 아예 둘 다 마주치지 않으려 피하면서 학교에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어르신의 환갑잔치가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그 집에서 그 애와 또 마주치게 되었다. 곧 어른들의 이끌림으로 같은 상차림에 마주 보고 앉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둘은 정신없이 잔치국수를 다 먹고 앉아있을 때였다. 제대로 말도 못 붙이고 흘깃거리다가 그 애를 쳐다보게 되었다. 그 애의 위쪽 앞니에 빨간 고춧가루가 선명하게 끼어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입술에도 벌겋게 음식 찌꺼기가 묻어있는 흔적이 눈에 ‘확’ 띄었다.
그녀는 순간 그 애가 갑자기 더럽다는 생각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비위가 상하면서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멋지게만 바라보던 첫사랑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뒤 생각만 해도 설레었던 좋은 감정이 달아나버리는 절묘한 사연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첫사랑이었다는 기억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귀공자처럼 잘 생긴 국어 선생님이 오셨었다. 선생님은 모 대학을 나와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셔서 박사학위를 따고 바로 그녀의 학교로 오셨다. 그 총각선생님이 소설 속 주인공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남몰래 연모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녀는 국어선생님과 마음 놓고 편히 대화를 하고 싶었다. 선생님의 시간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부러라도 시간을 만들려고 애썼다. 함께하는 시간은 역시 외모처럼 마음도 자상하시고 멋진 선생님으로 연모하는 마음이 점점 자라고 있었다.
선생님과 그렇게 정이 들어갈 즈음 알고 보니 임시 발령으로 오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나저제나 가실까봐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 곧 다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셔야 한다는 것을 고민하느라 밤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눈이 ‘퉁퉁’ 부운채로 나온 날도 있다. 그렇게 짝사랑의 핑크빛 사랑을 경험하며 사춘기 시절이 성숙해져갔다.
그녀는 그렇게 수줍던 시절을 뒤로하고 커갈수록 성격이 변하고 있었다. 씨름이며 야구 등 수영도 즐기는 용감한 소녀가 되어갔다. 남녀구별 없이 잘 어울리면서 꿈도 많고 당돌한 그녀의 성격을 아이들이 좋아했다. 집안에서는 그녀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꿈을 접으라는 거였다.
그녀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동네 후배들과 밤낮으로 함께 어울려 다녔다. 후배들을 모아놓고 과외 공부를 시킨답시고 선생님 흉내를 내기도 했다. 편평한 땅바닥에 돌을 하나씩 갖다가 자리를 잡아놓고 앉혀놓는 것이다.
그리고는 분필 대신 나뭇가지를 이용하고 칠판 대신 흙바닥에 글을 쓰며 후배들에게 학습에 대해 곧잘 가르쳐주었다. 주로 영어나 한글 등 받아쓰기 구구단 정도의 내용이었다. 중학생의 한 두 명은 방정식과 알파벳을 연습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은 집안 농사일을 거드느라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글자를 다 떼지도 못한 채 책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할 뿐 공부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단번에 이해 시켜주는 학습으로 주력해서 알려주고 그런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님께는 항상 머릿속에 입력이 될 정도로 듣던 말이 있다. 여자는 적당히 배워야하고 공장에 가서 돈 벌어 시집 잘 가면 된다는 말이다. 고정관념 시대의 안타까움은 그녀의 반항심만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달을 그렇게 열심히 공장에 잘 다니던 어느 날 그녀에게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무더웠던 땡볕도 조금은 수그러져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8월 말쯤이다. 공장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르기로 했다. 월급이 얼마나 되나 알아보려고 갔을 때다. 마침 경리가 잠깐 사무실을 비워서 기다리는 동안 탁자에 있는 신문을 보게 되었다. 신문 앞면 한쪽에〈직업소개소〉란 박스 광고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얼른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적었다.
그녀는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며 어른들 말씀처럼 공장에만 다니다가 적당히 중매해서 시집이나 가는 그런 꼴이 되고 싶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직업소개소 전화번호 적어두었던 생각이 나서 그곳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쪽에서 흔쾌히 반기는 여직원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침없고 야무진 목소리에 시원시원한 대답을 해주며 일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소리를 해주었다. 어떻게 그리 말을 잘하는지 그녀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가출이라는 결단에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가출하기로 마음먹은 전날 밤이 되고 필요한 필수품들을 쇼핑백에 챙겼다. 며칠 동안 갖고 나갈 용돈을 모았지만 가진 돈 전부가 오천 원뿐이다. 생전 처음 집에서 무작정 떠나려는 생각에 겁도 나고 부모님 걱정도 됐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잠도 설치고 뜬 눈으로 보내야 했던 날이다. 아침에 어머니께는 공장에 출근하는 핑계로 선의에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죄를 짓는 심정이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너 오늘 일 끝나는 대로 일찍 와야 한다, 저녁에 송편 만들어 달라는 집이 있으니까 너랑 같이 가야 한단다.”
“엄마,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어쩌면 야간작업할 수도 있으니까 늦으면 혼자 가세요.”
“오늘만큼은 일찍 와라! 알았지?, 그런데 엄마 얼굴에 뭐 묻었어, 왜 그렇게 자꾸 쳐다보는 게냐? 얼른 가지 않고!”
“네에…!, 알았어요, 엄마…!, 그리고 엄마, 오늘 뜨거울 땐 일 나가지 마세요, 햇볕 쨍쨍 날 땐 일하다 쓰러진대요, 내가 나중에 엄마 호강시켜 드릴게요, 알았지요?.”
“그래, 니가 어쩐일이냐, 그런 소릴 다 하구, 별일이네, 호호호,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구 어여 출근이나 해.”

- 후편 계속-

김상화

2020-06-22 22:15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선희 작가님
서로 짝사랑을 하는 그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고 있었나 봅니다.
서로 피해 다니다 동내 어르신 환갑날 잔칫집에서 마주치게 된 그들은 얼마나 어색했을까요
그때 그 남자의 앞니에 고춧가루가 빨갛게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입술에는 음식 찌꺼기까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남자가 갑자기 더럽다는 생각에 인상이 찌푸려졌고,
비위가 상하면서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은 그녀다.
그것을 본 그녀는 첫사랑의 황상이 깨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정남이가 떨어지면서 보기도 싫어진 것 같다.
그때 미남인 선생님도 잔칫집에 오셨다. 그녀의 마음은 선생한테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직업소개소 아기씨의 낭랑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어머님 말씀도 어기고 가출한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3회가 궁금해 지내요

장선희 작가님
초여름이건만 오늘은 한여름 같이 덥습니다
코로나 19도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거냥 유념하시고 늘 행복과 행운이함께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장선희	네~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뻔한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균형 있는 순서가 되도록 써보려 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건강과 행복한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장마가 시작되나 보네요 장마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래봅니다.	6/24 16:38

정대수

2020-06-23 13:01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꿈많고 수줍은 소녀가 드디어 독립을 하는군요.
예전에는 그런일들이 참 많았죠.
남자 아이들도 무작정 집을 나와서는 돈을 벌어야 된다고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등...ㅎ
그러다 나쁜길로 빠지는 아이들도 있기도 했답니다.
이 소녀 용기가 참 가상하군요.
코로나19로 힘든데 매우 덥기까지 합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좋은 일들로 행복한 여름나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장선희	소설의 주인공 소녀는 열정이 많은 소녀랍니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어긋나지 않고 살아가려는 노력에 좋은 날이 꼭 오리라 믿습니다 읽어주신 감사함에 용기를 가지고 쓰고자 하는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작가님의 건강과 행복한 날 되세요.	6/24 16:46

정찬열

2020-06-24 00:47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선희 작가님~
꿈 많은 사춘기 소녀 가 마음속으로만
혼자서 짝사랑한 국어 선생님을 뒤로 하고
고등학교로 졸업하고 공순이로 취직한
Story리가 무척 궁금해지네요
갑자기 공순이가 되어 월급을 받아
가출을 꿈꾸니 꿈속을 헤메는듯 합니다.

결국 가출짐을 엄마 몰래 싸가지고 나가니 어물쩡
무더워지는 날씨에 은그노한 엄마 걱정으로 때우는 군요
다음호의 멋진 가출후의 후작을 기다립니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보건 당국의 지침을
잊지 마시고 무탈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장선희	작가님 공순이라 하시니까 생각나는 게 있어서 웃습니다 맞아요~ 그전엔 그랬죠~ 지금은 그렇게 안 부르고 전문직이라고 하지요 지금의 시대에선 기계가 하는 일이 더 많아져서 인력도 별로 안 쓰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네 어린 시절엔 힘들게 살았지만 더 많이 추억이 있고 그립기도 하네요 스토리 관심 있게 봐주시니 항상 감사드리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6/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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