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7-07-02 16:10

ㆍIP: 1.xxx.192

신선대에서 바라본 빼어난 풍광에 반했다 (신선대 제3편)

신선대에서 바라본 빼어난 풍광에 반했다
(기행 수필 신선대 제3편)

루수/김상화

천지를 창조하신 신께서 6월의 신선한 향기와 싱그러움이 배어있는 자연을 주신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가 노래하며 춤추고 나뭇잎 팔랑팔랑 장단 맞춘다. 새들의 조잘대는 향기로운 소리, 나무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은은한 향기, 야생화의 환하게 웃으며 쏟아 내는 꿀 향기 등 선물이 한 아름이다. 후각 향기와 미각 향기도 초여름의 햇살에 녹아내려 바람이 부는 대로 향기로운 길을 만들어 준다. 선물을 가슴에 안고 신선대를 향해 이상갑 회장과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고즈넉한 오솔길엔 다람쥐가 앞발을 들고 재롱을 부린다. 우리 일행이 잘 다녀오라는 듯 빌어대는 모습이다. 땀으로 촉촉이 배어있는 온몸의 컨디션은 즐거움이 흐른다. 회원들의 사랑스러운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메운 오솔길은 신선대를 향한 아름답고 향기로운 길이다.

신선하고도 향기로운 오솔길엔 자연 그대로의 사람도 또한 함께 간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이 산악회 이상갑 회장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감히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소탈하고도 선한 웃음을 가졌기 때문일까? 누구에게나 호감이 가는 편안한 얼굴, 천진난만해 보이는 비시시 웃는 웃음,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음성이 조화를 이루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러한 회장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걷는다. 땀이 흘러 눈이 아리다. 땀 내음 또한 진동한다. 그래도 즐거움이 쏟아진다. 아마도 이 회장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재미난 말 때문일 것이다

약 300m 정도 올라갔을 때다. 수바위라는 묘하게 생긴 바위가 나타난다. 이 바위는 신라 36대 혜공왕(惠恭王) 5년 진표율사가 769년에 창건한 화암사의 창건자를 위시해 역대 스님들이 수도장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한다. 달걀 모양의 바탕 위에 왕관 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는데 윗면에는 길이가 1m, 둘레 5m의 웅덩이가 있다. 이 웅덩이에는 물이 항상 고여있어 가뭄을 당하면 웅덩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고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왔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수바위 이름의 "수" 자를 수(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바위의 생김이 뛰어나 빼어날 수(秀) 자로 보는 사람이 많다.

수바위의 전설을 보면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은 항상 시주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절에 사는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곳을 찾아 끼니때마다 지팡이로 세 번 흔들라고 말하였다. 잠에서 깬 스님들은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꿈을 생각하며 노인이 시킨 대로 했더니 두 사람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 두 스님은 식량 걱정 없이 편안하게 불도에 열중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객승(客僧) 한 사람이 찾아와 이 절 스님들은 시주를 받지 않고도 수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걱정 없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객승은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다음 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지팡이를 넣고 여섯 번 흔들었다. 그러나 쌀이 나와야 할 구멍에서는 엉뚱하게도 피가 나오는 것이었다. 객승의 욕심 탓에 산신(山神)의 노여움을 샀던 것이다. 그 후부터 수바위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한다.

수(秀)바위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시루 바위가 나온다. 마치 시루떡을 연상케 하는 바위다. 이 산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금강산 화암사(金剛山禾巖寺)에서 부터 수바위 전설에 이르기까지 쌀(禾)과 연관이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무명의 바위 또한 이러한 배경을 모르더라도 시루떡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모양이 닮아있어 예전에는 이 바위에 대한 전설이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수(秀)바위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신선대로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쯤 올라가다 보니 바위틈에서 활짝 웃고 있는 노란 꽃을 보았다. 무슨 꽃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청순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꽃에 반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영양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바위틈에서 무엇을 먹고살까? 어떻게 저리도 환한 웃음을 웃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번득 스친다. 아마도 새벽에 내린 보석 같은 이슬 한방을 받아 마시며 저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웃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름 없는 꽃이라 할지라도 자기를 바라보는 누구에게나 기쁨과 향기를 나눠 준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다

드디어 신선대가 눈앞에 보인다. 땀은 흘렸지만 그리 힘들지 않게 신선대까지 올라온 것 같다. 약 200평 정도의 편편하게 깔린 암석이다. 올라와서 사방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의 함성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터져 나온다. 이렇게 아름답단 말인가? 이토록 웅장하단 말인가!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한쪽 끝은 하늘과 맞닿은 아름다움의 신비로움을 보여 준다. 건너편에는 미시령 터널을 막 지날 때 웅장함을 자랑하던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어찌 보면 병풍처럼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성벽같이 보인다. 정상에서 바라본 주위는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펼쳐진 곡선과 직선이 조화를 이뤄 종교에서 말하는 사후에서나 볼 수 있는 마치 천당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답다. 신선(神仙)이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마음까지 신선한 느낌이다. 넓은 암반석(巖盤石)으로 깔린 신선대에서 바라본 조망은 참으로 황홀하다.

회원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바쁘다. 모처럼 참석한 사랑하는 유숙주 부장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훗날 추억이 될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숙주 부장 또한 동심을 닮아가는 듯 부드럽고 착하며 문학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지닌 부장이다. 그래서 어쩜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할 수 있다는 것도 필자는 큰 행복이다. 얇은 구름이 하늘을 가려 뙤약볕을 막아주고 신선한 바람은 온몸을 시원하게 해준다. 필자는 문득 머리를 스쳐 가는 것이 하나 있다. 삶의 천당 같은 이곳에서 짊어지고 있는 쓸데없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가고 싶다. 질투와 시기 욕심과 미움을 내려놓고 갈 것이다. 다만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믿음과 배려 칭찬과 겸손을 무겁게 짊어지고 갈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꽃처럼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은 불특정한 다수에게 기쁨을 준다. 비록 예쁘지 않은 꽃이라 할지라도 신선한 향기를 뿜어 내주면 어떤 사람이든 좋아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기쁨을 주며 삶을 산다면 이것이 자기의 행복이요 받는 상대방의 행복이다. 늘 꽃처럼 남에게 기쁨을 주고 향기를 주는 인생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다. 넓게 깔린 바위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신비롭게 삶을 사는 개구리를 발견했다. 바위에 웅덩이처럼 되어있는 곳에 물이 고여있다. 이 물속에는 개구리가 알을 낳았다. 그리고 그 알을 지키는 듯 물속을 배회한다. 어떻게 개구리가 산 정상까지 올라왔을까? 또 어찌 물이 고여 있는지를 알았을까? 참으로 신기하다. 개구리들은 웅덩이에 물이 마르기 전에 올챙이로 부화해 개구리가 될 것이다. 자연은 모두 신비투성이다. 아무쪼록 잘 부화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름 그대로 신선함을 안겨주는 신선대다. 이곳에 와서 잠시 자아(自我)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행복이다. 빼어난 절경, 손으로 잡을 듯한 아름다운 풍광, 신선한 공기, 자연의 절묘한 경치를 감상하고 있자니 필자가 신선인 이 된 느낌이다. 잠시 후 내가 좋아하는 김경익 사진작가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준다. 아마도 이곳에 온 기념사진을 나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리저리 다니며 몇 카트 사진을 찍었다. 김경익 작가는 성품이 곱고 온화하며 매우 조용하고 진취적인 사진작가로 생각된다.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속으로 되새긴다. 신선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가득 담아 하산하기 시작했다

신선대(성인대)는 아주 먼 옛날 천상의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고 한다. 일명 신선대(神仙臺) 성인 바위는 앞으로 올 어진 이가 탈 "말바위"를 거쳐 토성면 인흥리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성황산에서 맥의 끝을 맺었다. 신선대의 유래는 아주 먼 옛날 "조" 씨 성을 가진 나그네가 모닥불을 피우고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그 위기를 모면하고자 모닥불에 굽고 있던 조약돌을 호랑이 입에다 집어넣었고 이에 호랑이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뒹굴다 돌만 뱉어 버리고 죽으니 뱉어 버린 돌의 흔적 일부가 아직 남아 있으며, 훗날 죽은 호랑이는 토성면 인흥리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성황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바위를 자세히 보면 거북이를 닮았다는 거북 머리 부분이 미시령(해발 825m) 도로 쪽을 향해 지금도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바위 주변에는 성인이 서 있는 모습의 입석과 머리 바위가 있어 세인들에게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교훈을 남겨준 금강산의 출발지점 설악산의 신선대를 무사히 다녀왔다. 고승들의 선(禪)의 핵심은 깨달음에 있고 선(禪)에 의해 깨달음의 지혜가 열린다는 선시(禪詩)를 보았고 오도송(悟道頌)과 열반송(涅槃頌)을 읽으며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큰 의미를 부여해 준다. 해피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고 또 많은 것을 배워가는 하루였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17년 06월 03일

정찬열 2017-07-03 15:13	루수작가님 ! "신선대에서 바라본 빼어난 풍광에 반했다 (신선대 제3편)" 아름다운 극치를 냇물 흐르듯 즐겁게 시작하시는 글을 배독하면서 신라 36대 혜공왕(惠恭王) 5년 진표율사가 769년에 창건한 화암사의 창건자를 위시해 역대 스님들이 수도장으로 사용였다는 秀바위의전설이며 풀한포기,나무한그루, 꽃한송이, 시원한 바람속에 나비한마리까지 생생하게 그려주신 작가님의 멋진기행문속의 멋진 비경과 함께 해피가족과 함께하는 기행문을 감사한 음음으로 가슴속에 담아갑니다. 늘 좋은 기행문 감사합니다. 7월의 첫 주월요일 늘 건강하시고 장마로 인해 산행에 피해가 없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석희 2017-07-03 16:20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신선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오늘에야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인간계를 떠나 산속에 살며, 선도(仙道)를 닦아서 도통(道通)하여 도술을 부리고,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사람을 신선이라 말한다.] 이런 사람이 앉아 노닐고 있는 터이니 감히 나같은 보통 인간이야 범접할 수조차 상상하지 못할 일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는 동안만 하더라도 나도 족히 신선이 다 된듯 거드름을 피웠으니 신선이 알았더라면 혼쭐이 날 일이었군요. 내친 김에 한 말씀만 더 드리지요.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꾼이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제정신이 들어보니 세월이 많이 흘러 도낏자루가 썩었다는 데서, 아주 재미있는 일을 구경하다가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재미삼아 드린 말씀입니다. 가당치 않은 욕심이지만 나도 오늘은 신선 놀음을 하였으니 기분이야 유쾌 통쾌 상쾌합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7-07-03 20:26	김상화 작가님. "신선대에서 바라본 빼어난 풍광에 반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중에도 수 바위에 관한 전설은 제가 어릴 적에 할머니께 여러번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 수 바위가 거기에 있다는 것은 지금 알았습니다. 그리고 신선대의 유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옛날엔 하늘의 신선이 이 세상에 자주 내려 왔나 봅니다. 하긴 그러한 명산 멋진 풍광 아래서 시조나 한 수 읊으면 그 사람이 바로 신선이 아니겠습니까.ㅎㅎ 작가님도 그 신선대에서 잠깐이나마 신선이 되신 겁니다. 작가님의 건강도 부럽고, 친구도 부럽고, 글솜씨가지 부러운 것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2017-07-05 17:29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산행을 하시면 성인이된다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닌듯합니다. 작가님께서 산을 오르시고 그 향기로 사람을 만들고, 마음을 키워 주시니 이 또한 성인이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듭니다. 산은 사람을 평온하게 해야될 일과 해서는 안될 일들을 묵어느로 가르치고 잇는 것 같습니다. 많이 배우고 따라가려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산수화 같은 절경을 품고 있는 도락산

금강산의 시작지점 신선대의 첫 암자 화암사 (신선데 제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