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춘희
ㆍ작성일	2019-05-15 09:41

ㆍIP: 125.xxx.150

상처
상처 장춘희

상처는 몸을 다처서 입는 부상이나, 가벼운 생채기 같은 것으로 생기는 흉터를 말한다. 또는, 상대방과의 갈등이나 이해받지 못하는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입는 상처도 있다. 어떤 상처는 잠깐 아프고 사라지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고 마음에 화인처럼 찍혀있는 것도 있다.
아들아이가 다섯 살 되었을 때 방바닥에서 미끄러졌다. 그 게 하필 밥상모서리에 얼굴을 부딪쳤다.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한 손으로 눈을 감싸 쥐는데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순간, 눈을 다쳤구나 싶었다. 다친 곳을 확인해 볼 엄두도 못 내고 너무 놀라서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남편이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뒤를 정신없이 좇아갔다. 다행히 눈을 다친 건 아니었고 바로 눈 밑을 여러 바늘을 꿰매는 사고였다. 아이가 크면서 꿰맨 자국도 옅어지고, 눈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은 잠깐이었다. 아들을 볼 때마다 남아 있는 흉터가 칼날이 되어 나를 베고 있었다. 내가 빨리 밥상을 치웠더라면, 내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하는 후회가 나를 몹시 아프게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이 학년부터 학교에서 숙제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동화책 읽기를 즐겨했다. 마침 책읽기도 좋아하니까 일기도 매일 쓰게 하자. 이 기회에 문장 실력을 키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학교 숙제와 상관없이 매일 쓰게 했다. 아이가 짜증을 내면 강제를 행사해서라도 매일 빠짐없이 쓰게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일기를 왜 매일 써야하는지 스스로 깨닫지도 못했고, 끈기조차 부족한 아직 어린 나이었다. 일 년이 지나자 일기가 학교 전체에 소개되었고, 또, 아이의 일기와 엄마 글이 소년조선일보에 실리기도 했다.
열권이나 되는 일기책을 묶어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일기책이어서라기보다는 아들의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며느리에게 보여주었더니 옆에 있던 아들이 그걸 왜 안 버리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느냐며 나를 나무랬다. 그러면서 며느리에게 읽지 말라고 했다. 아들의 태도가 나한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아, 이 일기가 남에게 공개되는 것을 아들이 부끄러워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일기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들은 성격이 곧고 솔직하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꾸며대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그런 아들이 혼자 힘으로 쓰지 않은 것에 대해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했나? 아니면 그 때 엄마에게 혼이 났던 것이 상처로 남았나. 그것도 아니면 어린 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었나. 아들에게 물어 보게 되면 혹시 상처를 건드리게 될까봐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때까지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었던 일기장은, 어린아이를 강제로 일기를 쓰게 하면서 입혔던 상처가 되어 마음속에서 점점커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부끄러움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면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아들의 물건이 아들에게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버리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선뜻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쉽게 못 버리고 몇 년을 더 가지고 있었다. 과연 이 일기장을 버리고 내가 후회를 안 할 자신이 있을까 하고 많은 날을 고민도 해 보았다. 그러다가 책장 정리를 하는 날이었다. 일기장을 버리는 것이 아들을 위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더 이상 미련두지 말고 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헌 책과 함께 그 일기장을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차 싶었다. 역시 실수를 했구나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아들의 흔적을 지웠다는 상실감과 귀중한 자료를 버렸다는 안타까움도 컸다. 과연 아들 속마음은 어떠했는지 서로 터놓고 의논 해보지 않은 것에도 후회했다. 다시는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 후 일기장만 생각하면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직장암 3기로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동안 고단백 액체를 투여하기 위해서 주사바늘을 목에 있는 동맥에 꽂았다. 복부에 고이는 피는 옆구리를 뚫어서 호스로 빼내었고, 대장이 움직이지 않아서 위에 고이는 위액은 코에서 목으로 호스를 넣어서 빼내야 했다. 그 후,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팔 개월 동안 받았다. 내게 자식이 없었다면 살기를 포기했을 고통이었다.
그 때의 고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옅어지다가 지금은 흔적조차 못 느낀다. 그런데 잃어버린 일기장은 아니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기억하는 것이 너무 아파서 몇 번씩 멈추고는 했다. 이 상처가 아물자면 그 일기를 찾는 것인데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상처는 평생을 가져가게 되겠지. 마음에 화인처럼 찍혀서.

정찬열

2019-05-17 15:38

장춘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일찍히 문학에대한 열의와 아들에게
지도해준 일기가 비록 잊지 못할 아들에게의
상처가 될줄 모르지만 많은 독자가 읽는 조선일보에
揭載 될정도면 아들의 문장 실력도 대단한 수준 이였군요

그때 신문에 실린 기사 가 얼마나 된줄 모르겠지만
신문사에 문의 하면 버린 일기를 일부라도 찾을수 있지 않을까요
직장암 3기로 잊지 못할 상처를 앉고 계셨군요

세상살이 누구에게나 大小 의 차이는 있지만 신체에
상처와 마음에 버릴수 없는 상처가 있기 마련이지요
작가님의 "상처" 단숨에 배람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과 마음의 편안이 계속되길 빕니다.


장춘희	선생님의 격려가 마음에 따뜻함으로 배어들어서 많은 위로가 됩니다. 언제나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5/19 10:57

김경렬

2019-05-19 08:11

엄마의 성정을 닮은 아드님 같습니다.
아직도 그일이 마음에 남아 또다른 상처를 안게 되었네요.
이제는 훌훌 털고 가벼워 집시다.
장작가님!
잘 계시지요.
요즘 날씨가 건강 해치기딱 좋은 날씨입니다.
저는 아침에 목이 너무부어 지금 말소리도 않나옵니다.
건강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장춘희	우리 아들은 나를 닮은 곳도 있지만 사내라서인지 많이 틀리기도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목이 부었다니 감기에 걸리셨나봅니다. 빠른 쾌처바랍니다. 건강하십시요.	5/19 11:01

김상훈

2019-05-20 14:30

본질은 분명 그게 아니었는데
묘하게 주홍글씨처럼 남았네요.

그 사실을 아드님께 먼저 말씀드려보셨나요?
지금의 글처럼 그대로......

저도 수십 년쯤
목에 걸고 다니던 목걸이가 있었지요.
더구나 그 목걸이를 선물했던 제자가
위암으로 떠나기까지 간직했던 것인데
어느 날 모 화백의 간청으로 선뜻 벗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목걸이 사연까지 다 알려줬지요.

그때, 목걸이를 벗어주면서
제 마음 속에 일렁이던 것은

"이제 인연이 쇠한 게로군......"이었습니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 목걸이는 아직 잘 있는 것으로 아는데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오.

그 일기책...... 인연이 쇠한 것이겠지요.^^


장춘희	t사람과의 인연에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습니다. 아, 이제 이연이 다 한 것이로구나. 마음을 접자. 얼마나 편안한 인연법인지요. 이제 조금 더 성숙해지면 무엇에건 그럴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집니다. 아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무슨일에 건 별로 신경안 쓰는 성격이기도 해서 별 위로가 안됩니다. 말을 하면 그게 뭐 대수라고 웃어 넙기겠지요?. 소중한 목걸이를 벗어 줄 정도의 인연이라면 벗어줄만 했겠지요?. 선생님께 선물한이도 만족한 웃음을 웃었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5/28 16:51

장춘희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철자가 많이 틀렸습니다.	5/28 16:53

김종덕

2019-05-23 19:19

장춘희 작가님,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한 가지의 선택 때문에 가슴에 화인을 지니고 사시네요. 어쩌면 그 선택에는 필수적인 생각과 주위의 여건이 그렇게 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선택은 항상 책임을 지게하지만 이 선택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그것으로 인한 다른 한쪽은 그렇게 화인은 되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책임은 양측모두가 인과응보릉 느낄때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장춘희	선택을 할 때 여러번의 고민과 딴에는 많은 생각끝에 후회안 할 자신이 있어서 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후회할 때가 종종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5/28 16:55

관촌 수필

굼요일의 유럽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