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춘희
ㆍ작성일	2019-06-20 08:25

ㆍIP: 210.xxx.132

흔적
흔적 장춘희

흰 바탕에 청색무늬가 있다. 항아리 크기에 비해 입구가 조금 넓다. 타원형으로 넓어지다가 한 가운데서부터 아랫부분이 입구보다 좁게 마무리 된다. 꽃잎인 듯싶기도 하고 풀잎 같기도 한 그림이 양쪽으로 그려져 있다. 바탕에는 바늘구멍 같은 흉터가 수도 없이 많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생긴 구멍 같다.
할머니 살아생전 고추장을 담아 놓았던 작은 항아리다. 끼니때마다 장독대를 들락거리는 수고를 덜기 위해 큰 장독에서 덜어내어 부엌찬장에 두고 편리하게 쓰던 것이다.
도자기는 흙을 빚어 높은 온도의 불에서 구워낸 도기. 자기. 사기그릇 질그릇 등을 이르는 말이다. 한데, 할머니 고추장항아리는 어디쯤에 속할까, 의문스럽다. 도자기라고 이름 하기에는 그동안의 쓰임새가 너무 허술했고, 고추장항아리라고 부르기에는 모양이 예쁘고 생김새가 귀해 보인다.

어린 시절 함께 산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나이 들어 갈수록 더 해 간다. 할머니그림자 찾기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할머니 삶의 고단함과 험했던 인생을 말해주듯 유품하나 남아 있는 게 없다.
말년에 세간살이 하나 지니지 않고, 살던 집에서 몸만 빠져나왔다. 외아들인 우리 아버지, 내 친정집에서 얼마간 살다가 돌아가셨다.

어느 날 친정집 거실 장식장에 놓여있는 고추장항아리를 발견했다. 그것이 누구의 손을 거처 거기 몸을 내려놓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할머니를 만난 듯 기뻤다.
친정오빠에게 얻어 와서 부엌싱크대 창문위에 얹어 두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끼니때마다 숟가락을 넣어 고추장을 퍼내었을 할머니손길이 닿은 고추장단지, 할머니를 대하는 듯 정답다.
할머니는 항아리라고 부르지 않고 단지라고 불렀다. 큰 독은 큰 단지, 작은 독은 작은 단지였다. 고추장단지에 장미꽃말린 걸 꽂아 두기도 하고, 꽈리를 꽂기도 한다. 퍽 잘 어울린다.
단지를 처다 볼 때마다 옛날이 쏟아져 나온다. 작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뒷산도, 멱을 감던 앞강도, 이제는 굳이 찾으러 길 떠날 필요가 없어졌다. 그동안 수시로 옛날을 찾아 헤맨 나그네 걸음도 멈추었다. 할머니, 하고 부르면 오냐, 하는 듯 하는 할머니흔적이 곁에 있다.

전병일

2019-06-20 09:49

작가님 안녕하세요?
할머니의 손길이 깃든 장독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야기 잘배독 하였습니다
저도 시골집뒤안 장독대에 가면 몇대부터
내려왔는지 모르는 장독들이 즐비합니다
근안에서 숙성된 된장,고추장을 먹고있습니다
할머니를 만나려면 친정오빠집 자주가야겠네요
즐거운시간 되세요~~~~


장춘희	안녕하세요. 저는 할머니 자취를 영 잃어버려서 아쉬움이 말할 수없이 큽니다. 선생님은 아직도 시골집과 장독대가 있다는 건 언제나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년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얘기여서 부럽습니다. 잘 지내십시요.	6/22 10:30

정찬열

2019-06-20 15:12

장춘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할머니의 혼이 깃든 고추장 단지
추억의 그리움과 환한 미소가 그려집니다.
남은 오후도 편히 쉬시고 몇일 남지 않은
여름 행사에 뵐수 있기를 청합니다.^*^


장춘희	선생님의 방문은 언제나 저를 미소짓게 만듭니다. 마냥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십시요.	6/22 10:26

김상훈

2019-06-21 03:21

저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할머니의 품에서 성장했습니다.
개인사를 늘어놓기 뭐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슬퍼했으니까요.

문득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 수제비가 생각납니다.
된장을 담았던 그 항아리는 늘 뒷마당 장독대에 있었는데
거기서 옆집 정금이 누나와 소꿉놀이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할머니의 된장 항아리가 늘 소꿉놀이 벽이었습니다.

제 첫시집, "풀 각시 뜨락"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할머니의 할, 자만 보아도
가슴이 울컥합니다.


장춘희	추억에는 나이가 들지 않는 신기함을 경험합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때가 초등학교 입학전인데 나는 아직도 그 곳에서 그 나이로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추억은 영원한가봅니다.	6/22 10:20

김상화

2019-06-21 04:54

반갑습니다. 장춘희 작가님
나이가 드셔도 할머니가 생각이 가끔 나시나 봅니다
어릴 때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듯 합니다
얼마나 할머니가 보고 싶고 생각이 나셨으면 친정에까지 가셔서
할머니가 쓰시던 장독까지 가져오셨겠어요
요즈음 삼복을 방붕케 하는 더위입니다
더위 잘 이겨내시고
건강 행복 행운이 늘 장춘희 작가님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장춘희	누구에게나 할머니는 영원한 고향인가 봅니다. 나는 이제 내 아이들의 할머니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꿈을 꾸면 어린아이로 남아있습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십시요.	6/22 10:24

이정연

2019-06-24 09:59

작가님! 안녕 하세요.
반갑습니다.
할머니의 추억을 찾는 따뜻한 마음이
제게도 전해 집니다.
도자기도 아니고 항아리 보다는 귀해 보이는 작은 단지라는 단어
만으로 충분히 정겹습니다.
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정연 올림.


장춘희	반갑습니다. 저는 나이들어 아이들 할머니가 되어 있는데도 아직도 할머니와 함께 했던 그 시간에 머무는 행복한 시간을 즐깁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건강하십시요.	6/27 12:20

김경렬

2019-07-02 21:31

장작가님!
할머니를 그리며 항아리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모습이 선연합니다.
저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하나도 없어서 작가님의 단지가 부럽습니다.
건강 하시고요.


장춘희	하, 괜한 걱정을 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건강하셔서 기뻤습니다. 제게 할머니는 제 어린시절이고 꿈이고 아무때나 꺼내볼 수 있는 보눌 창고입니다. 건강하셔요.	7/5 19:04

장춘희	보물	7/5 19:05

그만, 달빛 때문에

관촌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