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7-03-02 00:16

ㆍIP: 221.xxx.57

병실에 피어난 목련
병실에 피어난 목련

라일락 향기가 그윽하게 번지는 화창한 봄날, 상담실 앞 환자들의 휴식 공간에 빨간 넝쿨장미가 오월을 노래하고 있다. 며칠 째 점심 무렵이면 척추장애 부부가 비둘기처럼 나란히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 황달이 심한 것으로 보아 간이나 신장에 이상이 온 모양이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부부에게 차와 간식을 내다 주도록 했다. 며칠이 더 지나자 그 부부는 퇴원을 한다며 인사를 왔다. 사람들은 자기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피하는데 선생님들은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간식까지 챙겨주셔서 그 고마움을 안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아내는 여전히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으며 상태가 더 나빠지면 또 입원을 하게 된다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연일 개미 채 바퀴 돌듯 바쁘게 지내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름도 지나고 초가을로 접어들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는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종일 떠들어댔다. 비둘기 같던 그 부부가 바람에 떠밀리듯 덜컹, 문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옷이 후줄근하게 젖은 체 누추한 꼴로 아내를 껴안고 서 있었다. 아침나절 거처하던 판자 집 지붕이 날아갔다고 하면서, 아내를 입원 시키려고 왔으나 병실이 없어 오도가도 못 한다고 도와 달라고 했다. 행정 실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임시 입원을 시킨 후 병실베드가 나오는 대로 우선 배정하기로 하였다.
환자는 당뇨 합병증으로 만성신장염을 앓고 있었다. 그동안 빠르게 진행이 되어 하루 몇 번씩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말기 신부전 상태였다. 영세민 수당으로 생활하면서 사람의 눈길이 뜸한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우유 배달도 하면서 약값과 생계비를 충당 했었다. 점점 아내의 병이 깊어져서 일손을 놓고 병수발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입원비는 의료보호 대상자라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는 말로 위로해 주며 우선은 치료에 전념을 다하도록 당부를 했다. 입원실로 이 실을 한 뒤 담요로 몸을 감싸고 벤치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다정한 눈길로 서로 보듬으며 끔찍하게 위해주는 부부애를 보노라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 알싸한 마음이 인다. 아내는 남편에게 아파서 미안하다며 두 손을 잡아준다. 남편은 아파도 예쁘게 웃어주어 고맙다고 볼을 비벼준다. 또 남편은 당신이 내 곁에 살아있는 것 만 으로도 행복하다고 하니까 아내는 당신이 내 남편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육신이 멀쩡하고 살만한 부부들이 사소한 일에도 왈강 달강 사네 못 사네 시끄러운데,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가진 것 없이 희망이 꺼져가는 길목에서도 애틋하고 그윽한 눈길로 미소를 주고받는 한 폭의 그림이다.
환자의 병은 점점 깊어지고 위독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치의 선생님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였다. 남편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내를 어떻게 혼자 보내겠느냐고 울먹거렸다. 차 한 잔으로 진정을 시킨 다음,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별을 준비하도록 조언을 했다. 집안일로 며칠 시골을 다녀온 사이, 아내는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을 남겨 놓고 먼 길을 떠났다. 새벽에 영안실로 옮겨졌다기에 영안실로 내려갔다. 텅 빈 영안실엔 남편 혼자 쓸쓸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부부의 비둘기 사연에 감동한 영안실 관리소장은 고인의 영정과 제대를 꽃으로 장식해 주었고 영안실 사용료도 무상으로 처리해주었다. 장례를 치루고 남편은 쓰러진 집 더미를 정리 한 뒤 가방 하나를 들고 찾아 왔다. 재워주고 먹여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잠시 기다리게 한 뒤 이리 저리 전화를 걸어 어려운 사정을 알렸다.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아 초조한 마음에 애꿎은 냉수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렇게 일각이 여삼추 같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전화가 울렸다. 이냐시오수도회 신부님이었다. 청소와 잔심부름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용돈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순간, 신부님은 구세주였다. 이냐시오 수도회는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설이다. 목장과 농장, 그리고 무료양로원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제 몸 하나 추스리기 힘든 장애인을 받아준 것은, 착하고 성실했던 그들의 삶이 보상을 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에 가면 신부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살도록 이런저런 마음의 준비를 시켜 보냈다.
비록 몸은 불구였지만 어질고 착했던 부부는 부모 형제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떠난다’ 는 쪽지를 남기고 몰래 집을 나와 연락을 끊은 체 어렵게 살았다. 오직 사랑하나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오로지 둘만의 기막힌 사랑을 키워냈던 것이다. 남편은 영안실 제대와 영정을 꽃으로 예쁘게 장식해 주었다.
“여보 기쁘지? 당신이 좋아하던 꽃을 이렇게 많이 선물 할 수 있어서 나도 좋아”
하면서, 영정을 쓰다듬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비둘기 같은 원앙의 애절한 사랑을 지켜보며, 이 부부의 모습에서 사랑의 위대함을 보았고 사랑의 기적을 보았다. 비록 들판에 있는 들풀 같은 삶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은 정원속의 고귀한 목련처럼 활짝 피어났다.

김강좌

2017-03-02 07:45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조건없는 사랑.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
마음 하나 뜨겁게 나눔할수있는 사랑.
세상에 많은 사랑의 형태가 있지만
맑은 사랑의 힘은 얼마나 많은 기적을 이루는지
다시한번 느끼게합니다..
이 아침 훈훈한 미소지으며 김경렬 작가님 떠올려봅니다~
늘 그모습 그대로 머무시는 곳에서
행복으로 채우는 하룻길 이루시길 빕니다~^^*


김경렬	김강좌 작가님! 여행을 다녀 오셨다구요. 곧 좋은 수필이 나오리라 기대 합니다. 감사합니다.	3/3 23:28

김종근

2017-03-02 09:00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병실에 피어난 목련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참 가슴아픈 사랑이야기군요. 세상은 너무도 불공평 하지요.
부디 하느님의 품안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김경렬	22년전 일입니다. 봄 농사 준비로 분주하시겠습니다. 건강 보살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3/3 23:31

이석희

2017-03-02 10:00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용케도 오늘 아침 밥상 메뉴는 시대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내 맘에 들지 않으면
그것이 비록 마지막 재판의 결과라 하여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말을 거침 없이 내뱉는
국회의원과 변호사들의 말을 떠올리고 곱씹으며
그들을 탓하기 전에 이 시대에 하필이면 이런 나라에
살아가는 나를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 안내해 주신바처럼 이렇게 살아가시는 분도 계시니
함박꽃처럼 다시 웃을 수 있어서 행복이 두 배인 오늘이 되었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김경렬	졸작에 기분 전환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기에 잊혀지지않는 사례를 펼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3/3 23:35

김종덕

2017-03-02 10:14

김경렬 작가님, 평한하신지요? 작가님은 마음의 글을 쓰시지만 읽어 보는 저에게는 사무친 한을 만들어 내듯 다가옵니다. 정이란 참 좋은 건데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네요. 목련의 따스한 향기가 가신님의 배향으로 다가와 마음을 젖게합니다.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는 말로부터 정신 줄을 놓아버렸읍니다. 좋은 글 만이 올려 주셔서 읽는 사람의 마음에 정을 싣게하소서. 항상 감사합니다.


김경렬	사무친 한이라 하심에, 아픈 상처를 건드려 드렸나봅니다. 그러셨다면 용서 하십시요. 봄의 생기 가득 받으시고 건안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3/3 23:40

정찬열

2017-03-03 15:36

수호천사 김경렬 작가님!
비들기사연의 부부애의 가슴찡함도
감동이지만 드라마 배경의 산실을 만들어주신건
분명 천사마음을 가진 작가님이시기에 가능함을 느낍니다.
"병실에 피어난 목련" 그목련의 향기가 배가되어 그려집니다.
늘 건안 하시고 행복 한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김경렬	그런 부끄러운 말씀을 하십니다. 그 자리는 누구나 그런일을 하게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새봄의 생기 가득 받으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3/3 23:44

박목철

2017-03-05 11:12

어느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공동묘지 근처에서 석물을 다루는 분에 대한
말씀을 하시며,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을 늘 대하다 보니
반은 부처님이 되신 것 같더라고,
어려운 임종의 순간을 많이 접하셨으니, 김경렬 작가님은
반은 천사가 되셨을 듯 합니다. 감동의 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에는 참 어려운 분이 많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경렬 작가님,


김경렬	누구라도 그자리에 있다면 다 그리 했을거라고 믿습니다. 늘 용기를 주시며 아낌없는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이 납니다.	3/5 23:17

김상화

2017-03-05 23:21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뵈은제도 한 참되었습니다
병실에 피어난 목련이란 글을 읽다 보니
작가님의 따사로운 정을 발견했습니다
병원에 근무하실 때 아마도 환자들에게
천사처럼 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참 훌륭하십니다.
곱게 빚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항상 덕담으로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명산과 둘레길의 트레킹으로 대리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3/10 03:59

백낙은

2017-03-16 11:39

김경렬 작가님.
지난 한 달여도 염려해 주심 힘입어 잘 다녀 왔습니다.
지금 여독으로 감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 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 은안하소서.


김경렬	기다리던 임께서 드디어 귀국 하셨습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셨슴을 축하 드립니다. 몸살이 나셔서 큰일입니다. 빨리 추스리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3/17 23:26

내 동생

두 즈믄의 해돋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