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6-02-16 09:31

ㆍIP: 61.xxx.81

( 8 부 )
( 8 부 )
S는 벌써 아들 민식이가 중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막내도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S는 아들이 중학교에 가도록 그 흔한 태권도와 피아노도 가르치지 못했다. 아들은 4학년 때, 옆자리 친구가 주판 학원에 다니는 것을 보고 친구 집에 가서 주판을 배우고 시간을 재면서 자칭 급수를 따곤 하였다. 친구의 학원 책을 빌려와 혼자 독학으로 주판을 깨우치고. 암산법도 깨우쳤다. 신통하기는 했지만 한쪽 가슴이 아렸다.
1983년, 정부에서는 사장된 주부의 인력자원을 사회에 복귀 시키라는 협조 전을 대기업에 보냈다. 당시는 주부들의 사회 진출이 매우 어렵던 시대였다. S는 일간지 마다 주부공채 공고를 살펴보며,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신이 나서 이력서를 여기저기 제출했다. 어디는, 나이제한이 있다고 서류를 거절당하고 어디는, 여성능력을 중시 않고 노동착취 하는 느낌이 들고, 어디는 힘센 주부 일꾼을 찾았으며, 어디서는 외모만보고 일과 맞지 않다고 거절 했다. 마치 주부공채를 기화로 일꾼을 뽑는 느낌이 들어 매우 실망스럽고 한편으로는 분노가 일었다.
S는 이 년째 소비자 보호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전문 교육을 주1회씩 받아가며 소비자보호 상담 창구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면서 틈틈이 사례기를 보내 원고료를 쏠쏠하게 받기도 하였다. 기업체 방문 등으로 제반 기초를 다졌다. 주부 클럽 연합회에서 소비자들의 불만과 기업들의 고충을 중재하기도 하였다. 월급제가 아니고 시간제 급료로 봉사 수준이었기에 취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때 근로자상담을 하면서 근로기준법도 공부하게 되었다.
나이 제한을 두었던 회사의 인사계장에게 전화를 했다. 근로기준법 몇 조 몇 항에 위배됨을 지적 했다. 그런데 뒤미처 총무과장으로부터 이력서를 제출하라는 전화가 왔다. 근기법에는 근로자에게 성별과 나이 제한을 하면 이천만원 벌금을 물게 되어 있었다. 입을 막으려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거절했다. 더 웃기는 건 직접 자기를 찾아오라는 것이다. S는 나이 제한을 풀라는 건의였지 특혜를 받자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주부경력 사원의 능력을 사겠다는 국내 일류기업의 주부공채 공고를 접했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우를 해 주는 회사란 말이, S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다! 이력서를 들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서류심사 통과란 전보가 날라 왔다. 1차 면접에 통과한 사람은 자기 소개서를 써내고 가라고 했다. 회의실엔 주부들 백여 명 남짓 모여 있었다. 어떤 주부는 자기 소개서를 어떻게 쓰느냐고 걱정을 하고 있다. 즉석에서 자필로 작성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점심 배식으로 햄버거와 우유를 나눠주면서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였다. 세 시간을 기다려 1차 면접을 끝냈다. 다섯 명씩 들어가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나와서 또 다시 호명되면 자기소개서 용지를 받아 옆방에 가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었다. 자기 소개서 용지를 받지 않고 돌아가는 주부들도 많았다. 2차 면접 통보는 집으로 보내 준다고 했다. 서류심사에서 50%, 1차 면접에서 50%, 2차가 마지막 관문이었다. S는 하루 이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초조 했다. 그즈음 신문광고 에는 생산직 모집공고 만 나오고 있었다. 2주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S는 낙방 이라는 생각으로 실망을하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다시 이력서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벽부터 인터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당일 10시까지 회의실로 나오라는 2차 면접을 통보하는 전보였다. 화들짝 반갑기는 했지만 한편 짜증이 났다. 무슨 놈의 회사가 왜 새벽마다 전보를 치는지, 매번 당일에 이렇게 조급하게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아무튼 급히 서둘러야 했다. S의 남편은, 단정하게 차리고 가서 침착하게 응대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단정하고 말고할 옷도 없었다.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을 했다. 회의실에는 20여명의 주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눈인사를 하였지만 모두가 긴장하고 숨소리조차 없다. 옆방으로, 한명씩 호명되어 면접관 앞에 앉았다. 1차 때와 달리 면접관은 두 명 뿐이었지만, S는 이번이 마지막 관문이라 온몸이 긴장되고 떨렸다. 면접관은 밝은 모습으로 미소까지 보내며, 다른 좋은 회사도 많은데, 우리 회사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사실 그 이유는 ‘자기소개서’ 에 기술했었다. 다시 한 번 묻는 이유에 어리둥절했지만, S는 또박또박 정확하게 대답했다. 다른 회사와 달리 능력을 높이 산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므로 ‘내 인생 마지막 정열을 능력껏 펼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면접관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다. 급여에 관한 질문과 근무 여건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 주었다. 최종 합격은 6명 이었다. S는 그 6명 속에서 뛸 듯이 기뻤다.
1983년 1월12일! ‘축! 합격! 당일 출근요망’ 이란 축전이 날라 왔다. 세 번씩 새벽같이 날아온 전보 덕분에 경비실 아저씨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온 동네 소문이 났다. S는 부녀회 활동으로 아는 이웃들이 많았다. 마주치는 이 마다 축하 인사를 해주었다.
S에게 제2의 신바람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축하 케잌에 불을 밝혀 주었다. 집안은 활기로 가득 했으며 따라서 가족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수입도 배로 늘어나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들에게는 서울대학에 다니는 친구 형이 가정교사로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 하였고, 딸아이도 원하던 미술과 피아노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첫 출근을 하였다. 회사 사무실은 일류 기업답게 모든 여건이 전산화 되어있었다. 개인 업무파악도 주별, 월별, 분기별로 테이터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당시는 고가의 컴퓨터 보급이 원활 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직장은 비능률 적이었던 시절 이으므로, 선진화된 설비가 놀랍기만 하였다. 주부경력사원 6명은 모두 마케팅 본부 교육 팀에 배치되었다.
그룹경영이 국내1위를 자랑하는 그룹의 총수, 이병철 회장은 산하 기업을 항상 제일주의로 이끌었다. 일류 제품생산, 최고의 마케팅, 각 분야의 전문 인력유치 양성, 분야별 매출 현황 등을 비서실을 통해 직접 보고 받았다. 기업경영 혁신을 통해 사원들의 능력에 따른 보수 체계도 이미 선진화되어 있었다. 업무 결과에 따라 보너스가 지급되도록 개인 체산 제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주부 경력사원 채용 때, 전보를 이용한 당일 통지문도 전략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인해 적극성과 창의력, 대처능력과 순발력 평가를 했다는 것 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S는, 이 회사에 살아남으려면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업무파악을 하면서 틈틈이 교안을 작성해보기로 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교안을 분석해 보니 지루해서 수강자들이 졸겠다는 판단을 했다. S는 재미있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교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했다.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타사의 유사 제품을 비교 분석한 후 기존 교안보다 다른 교안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므로 제품 교육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보완을 했지만 그에 따른 이유와 장단점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제품설명서로는 구체적인 도움이 부족했다. 해서 해당상품 개발연구소를 통해 정보 입수를 하면서 부단한 노력을 했다. 드디어 S만의 고유 교안이 완성 되었다.
S를 비롯한 6명의 소양을 평가하는 날이 되었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서 평가에 따라 배치도 달라진다고 했다. 마케팅 본부 간부이하 직원들 앞에서 실무교육을 하는 것이다. S는 자신만의 교안을 복사하여 배포를 했다. 그리고 짧은 수습 기간 동안, 대형대리점 한 곳을 집중 분석하여, 상품 반입과 판매율, 재고의 원인분석, 그리고 지역 특성에 따른 판매 활성화방안을 별도로 피력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S는 입사 전 소비자 보호운동에 따른 전문인 양성교육과 실무 경험으로 쌓은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평가에서 최고가 된 S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각오를 단단히 했다. 정직 발령이 나면서 30여개의 대리점 관리와 소속된 직원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당시 대리점 직원은 방문판매 영업직을 포함해 십여 명이 넘었다. 전체 대리점 교육을 한 번씩 끝내려면, 300명을 주 3회 나누어 교육을 해야 하므로 업무에 지장이 많았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윗선에 대리점직원 교육을 이원화 하는 건의를 했다. 대리점들의 교육 ‘참여도에 따른 성과 제’ 레포트를 제출하고 어프러치 상품지원도 요구했다. 회사 차원이 어렵다면 시범운영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시범운영이 허락 되었다. S는 동분서주 바삐 뛰어 다니며 대리점 현장의 진열, 배치와 조명까지 지도하였다. 즉석에서 내방 고객을 어프러치 해주기도 하였다. 분기별 평가에서 고점을 받아 상금을 타기도 여러 번, S가 관리하는 대리점 판매 실적이 전국에서 톱을 차지하였다. S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였다. 그 무렵, 동료 한명이 비리에 관한 투서로 사내 감사를 받게 되었다고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 했다. 그 동료는 평소 거목에 가려 빛을 볼 수 없다고 불평불만을 하던 입사동기 y였다. 코너에 몰린 y는 S의 공조가 있었다고 모면의 꼼수를 폈다.
감사실의 연락을 받은 S는 어리둥절했다. 전혀 알 수없는 사건에 연루 되었다는 사실에 황당했다. 감사실의 집요한 조사에 잘못을 시인한 y는 권고사직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퇴근길에 y는 S에게 살려 달라고 매달렸다. 집안의 어려운 사실을 털어 놓으며 펑펑 울었다. S는 이튿날 과장을 찾아가 부탁을 하였다. Y는 똑똑하고 일에 대한 욕심이 앞서서 생긴 실수이므로 한번만 재고해 달라고 했다. 그 무렵 수원 사업부가 새로 생겨나면서 전출지원서를 받고 있었다. S는 y를 데리고 수원으로 가겠다고 자청했다. 과장은 S가 남아주길 원했지만 y의 열정과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였기에 수원 사업부로 y를 데리고 내려왔다. 이후 y는 S가 재채기만 해도 쌍화탕을 사올 정도로 살가워 졌다.
그 해봄 S는 대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늘 하고 싶었던 상담학공부를 하기 위해서 였다.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수강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고민을 y에게 털어 놓았다. y는 '권고사직'을 면하게 해준 S에게 보은 하는 마음으로 돕겠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대리점 재고 현황을 책크해야 하는데 y가 그 일을 자청해 주었다. S는 일과 공부를 병행 하면서 분기별 결산 때는 학교를 결석해야 했다. 그 때마다 같은 반 친구의 노트를 빌려다가 결강을 만회 하였다. 날이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어 힘들어하던 S는, 급기야 졸업을 앞두고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병명은 만성 피로였다. 회사에서는 격려금으로 입원비를 지원해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졸업을 했다. S는 피곤에 찌들어서 입술이 부르트고 휑한 눈으로 찍힌 모습의 졸업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동안 우유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하철과 버스로 때론 택시로 거리를 달려 학교 강의실로 바삐 뛰었던 자신을 떠올려 본다. S는 새삼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으로 또다른 희망을 꿈꾸고 있다.

정찬열 2016-02-16 14:47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경렬 작가님! S여사의 끈기와 부단한 노력은 중학교 입학생을 둔 학부모로써 감히 상상하기어려운 도전이며 열정 의 결실이 생동감있게 묘사되어 혹시 화자의 실화가 아닌지 생각에 잠기며 8부 의 좋은 글 에 심취하여 배독하고 갑니다. 날씨가 또다시 추워지고 눈이오며 쌀쌀 합니다.^^ 작가님께서 늘 건안 하시고 다음 호를 기대합니다^^

백낙은 2016-02-16 20:03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나는 7부로 끝나려나 했는데 다시 8부를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s야 말로 슈퍼우먼이라는 생각과 팔방미인이라는 생각만 뇌리에 가득했답니다. 저도 자전 소설을 쓰보려하는데 그 당시의 기록이 없고 기억도 생생하지 못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작가님은 생생하게 기억하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옛 어른들이 자주 말씀 하시기를 내가 한 고생은 책으로도 다 못쓴다고 하셨는데 그야말로 책으로도 다 기록 못하겠네요. 이런 슈퍼우먼과 글동무가 된 것 큰 다행으로 여기면서 건필을 재삼 기원합니다. 평안하소서.

김경렬 2016-02-16 21:01	정찬열 작가님! S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정확히 느끼셨습니다. 심취하신 배독이시라 하시니 행복 합니다. 감사합니다. 용기 충천 열심히 쓰겠습니다. 겨울이 미련 남아 심술을 부립니다. 추운날 감기 조심 하시고 건안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2016-02-16 21:34	위원장님! 간간히 수필을 올리려는데 시간에 쫒겨 힘이 듭니다. 항상 위원장님의 박수에 용기가 충천하여 열심히 노력 하옵니다.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 오시는 위원장님 사랑에 감사 드립니다. 위원장님은 더 멋진 논픽션이 탄생 할것 같은데요. 같은 길을 걸어오신 사모님과 년도별이나 부임지 별로 추억을 더듬어 보시면 한결 쉬워 지리란 생각을 합니다. S는 남편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걸으며 사건속에 살아가는지라 잊혀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날씨가 거꾸로 가듯 춥습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수필방 관리에 고단 하시지 않을까 걱정 됩니다.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이순향 2016-02-22 11:27	끓임없이 쓰시는 정열에 부러울 따름입니다.. 바쁜 일을 마치면..저 역시 김경렬 선생님의 노력과 정성과 정열을 따라 가 볼 예정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김경렬 2016-02-23 07:14	수필서재가 너무 한가해서 고요합니다. 한분 한분의 흔적이 얼마나 반가운지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들어 할일이 있다는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답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임정수 2016-02-25 19:26	장편의 소설을 꾸준히 쓰시는 노력과 정성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저는 언제쯤 흉내라도 낼 수가 있을런지 그저 부럽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때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안/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김경렬 2016-02-26 03:11	임정수 작가님!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인적이 드문 동네라 인기척만 나도 버선발로 반깁니다. 작가님은 익살스런 재미를 주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꽁트 한권쯤은 식은 죽이 아닐까 합니다. 찾아주시고 힘을 실어 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고 좋은글 양산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임정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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