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6-14 16:57

ㆍIP: 61.xxx.81

동강난 감사패
동강난 감사패
김 경 렬
찬바람이 스산한 초가을 오후! 폭염을 견디느라 지친 나뭇잎들이, 생기를 잃고 누렇게 변해 가는 모습이 마치 나를 닮은 것 같다. 종일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며 노곤해진 몸을 허브 차 한 잔으로 달래고 있었다. 살며시 상담실 문이 열리며 삼십대 여인이 들어 왔다. 의아해 하는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눈치 빠르게 자기소개를 했다. 아! 일 년 전에 위암 투병을 하다가 시신기증을 하고 하늘나라로 떠나간 고 마리아 언니였다. 고민이 생겨 왔다면서 제주도에 계신 부모님이 매일 눈물로 지내신다고 하였다. 미신을 봉신하는 부모님이라 무슨 말도 통하지 않아 답답해서 찾아 왔다고 했다. 얼마 전에 크리스탈 기념패가 가톨릭대학으로부터 전달이 되었는데 부모님이 취급 부주의로 두 동강이 났다는 것 이었다. 20여년 환자 상담을 하고 있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담당 신부님께 건의를 해서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다.

숭고하고 지순했던 고 마리아는 19세의 꽃다운 나이에 고향을 떠나 2년간 공장 일을 하면서 월급을 타면 제주도에 계신 부모님께 꼬박꼬박 부쳐드리는 효녀였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은 천사 같아서 입원하고 있는 동안 병동에 꽃이었다. 처음 만나던 날 환자는 수술을 앞두고도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암 덩어리가 온몸의 장기로 전이되어 손을 쓸 수없는 상태여서 그냥 봉합을 했다고 하였다. 병실을 지키던 언니는 본인에게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하겠다며 수술하면 괜찮아 질것이란 희망으로 부풀었는데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혼자 기숙사에서 고생하면서도 오로지 고향에 월급을 부쳐드리는 낙으로 행복했다는 마리아, 그래서 소화 불량쯤은 가볍게 여겼다는 것이었다. 위암 말기라서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 죽에서 미음으로 점점 야위어 갔다. 원내 교육과 행사로 몇일 방문을 못하고 봉사자들의 방문일지를 통해 소식을 접 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자신이 점점 삭아가는 몸 상태를 알아차리고 상담실장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간호부의 전화가 왔다. 병실에 들어서니 기운이 떨어져 말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리아는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결혼도 못하고 죽어간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해요, 환자들을 위해서 연구해야하는 시신이 모자란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세상에 한 점 태어나서 살다가는 인생이지만, 죽기 전에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요, 시신을 기증해서 아픈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쓰이면 좋겠어요.”
순간 말을 잃었지만 그의 숭고한 마음을 칭찬해주고 본인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 되는 사안이 아님을 설명해 주었다. 부모 형제들의 동의가 있어야하며 시신이 어떤 방법으로 보관되며 어떻게 사용되는지 장기기증자와 시신기증자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었다. 며칠 신중히 생각해보고 변함이 없다면 부모형제들을 직접만나 본인의 결심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라고 말해 주었다. 형제들은 자기 뜻에 따를 것이라며 다만 미신을 믿는 부모님이 걸린다고 하였다.

본인의 노력으로 형제들의 동의는 어렵사리 이루어졌다. 그동안 마리아는 많이 수척해지며 호흡 곤란으로 위험의 순간을 겪기도 하였다.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주치의 말에 부모님을 비롯해 사남매가 모두 모였다. 환자는 가물거리는 정신줄을 웅켜잡고 그몸으로 부모를 설득했다. 상담실장을 만나라고 했다며 부모 형제들이 상담실로 찾아왔다. 부모님에게 그동안 경위를 설명하고 환자의 애절한 마음을 들려 드렸더니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가는 자식의 소원이니 동의를 하겠다고했다. 부모 형제들은 눈물로 시신기증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서류 접수를 끝내고 병실로 올라가서 마리아를 만났다. 눈물을 주루루 흘리며 미소 짓는 그 모습은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었다. 이틀 후 마리아는 부모 형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촛불이 사그라지듯 스물 한 살의 생을 그렇게 마감을 하였다. 마지막 가족들과의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입관식이 끝나고 시신은 가톨릭의과대학으로 떠났다.

일 년 후 시신을 기증한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가족의 동의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크리스탈로 제작한 기념패가 제주도 부모님께 전달되었다. (의대에서 연구가 끝나면 시신을 재 봉합한 후 화장을 해서 용인가톨릭묘지 기증자 납골당에 안치한다. 이때 가족들이 안치식에 참여하도록 통보를 한다.) 미신을 믿는 고 마리아 부모님은, 이 감사패가 두 동강이 난 것은, 고인에게 나쁜 일이 생긴 때문이라고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 울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담당 신부님께 사실을 알려 드렸더니 바로연락을 주셨으면 마음고생을 덜어 드렸을 텐데, 몇 번이고 해드릴 수 있다고 흔쾌히 제작하여 주셨다. 한 달 뒤 고인의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주도 부모님께서 새 기념패 앞에서 매일 축원 기도를 하며 좋아하십니다. 감사말씀을 전하라고해서 연락드립니다. 라고...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날 제주도 고인의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수신부재로 늦은 밤에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고인의 부모님은 반색을 하면서 딸이 좋은 곳에 가서 잘 살도록 열심히 기도 한다고 했다. 오로지 딸을 위한 기도로, 살아가는 힘을 얻고 그것이 사는 낙이라고 하셨다. 대단한 부모님 이었다. 고 마리아의 숭고한 정신에 옷깃을 여미며, 부모님의 끝없는 자식사랑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반추 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김숙자 2015-06-14 18:42	가슴이 뭉쿨한 이야기입니다. 그림을 그리듯 사연을 생생히 쓰신 작가님의 글향, 참 아름답습니다. 두 번째 읽고 갑니다. 또, 아름답고 진솔한 글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김경렬 2015-06-14 21:08	먼곳의 김숙자 작가님! 찾아주시고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번 망서리다가 올렸습니다. 용기 주시니 힘이 납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5-06-14 21:17	김경렬 작가님. 숭고한 얼이 서린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작가님이 20여년 넘게 환자 상담을 하셨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20여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내 마음도 뿌듯해 집니다. 정말 보람있는 일을 하셨군요. 주인공 마리아에 대한 사건도 그 일부일 것이라 여깁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목회를 하면서 많은 상담을 했습니다만 뚜렷하게 성과가 나타나는 예는 많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하나님 앞에서 상급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감명 깊은 글 감사드리면서 은안하심을 기원합니다.

김경렬 2015-06-14 23:44	백낙은 목사님! 사례들은 무수히 많아도 글로 내놓기가 어려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종교색도 배재해야하고 사생활 침해도 우려 되고요 무엇 보다 인권존중에 걸림돌이 되지않을까 생각해야 하구요. 수필은 사실적이고 솔직해야 하므로 더 어렵습니다. 그냥 덧나지않는 범위에서 하자니 그렇고, 제 얘기가 제일 편한것 같습니다. 목사님 늘 감사합니다.

박정근 2015-06-16 21:10	김경렬 작가님 진한 감동이 묻어나는 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정말 뜻깊은 일을 하시는군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것을 기꺼히 내어주는 분들께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분들의 값진 희생이 귀한 생명을 구하는 연구의 초석이 될것입니다 의미 깊은 글향에 감사히 다녀갑니다 늘 평안하시고 향필의 복 누리세요 작가님.

김경렬 2015-06-16 22:11	박정근 작가님! 어서 오세요. 날도 가물고 메르스 불청객 때문에 인심도 가물어 가는듯 합니다. 서재에 함께하시고 덕담으로 용기를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건강 하세요>>>

김선목

2015-06-18 00:12

김경렬 작가님 저도 모르게 눈앞이 가려옵니다
병원이 싫어서가 아닌 동생이 생각나서 여의도를 지나며
여의도쪽을 한동안 쳐다보기 싫었던 기억이 나서요
저를 주님 앞에 무릅끓린 사연이 있었지요
빛의 은사을 받아 보기도했고요
감명 깊은 글을 보면서 숭고한 마리아님의
편안한 안식을 빌어드립니다
좋은글 보고갑니다 몇일후 뵙겠습니다


김경렬	어서 오세요 . 반갑 습니다. 김시인님께 그런 아픔이 있으셨군요. 빛의 은사! 열심한 시인님의 모습 상상이 됩니다. 찾아주시고 흔적 주시니 감사합니다.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6/18 09:10

김선목	지금 생각하니 10년전쯤 수원 빈센트 병원에서 어머니로 해서 임종 한달여 남겨놓고 상담했던 분이 계셨는데 작가님은 어디에 근무를 하셨는지요? 느낌이 작가님과 비슷하다는 어렴풋한 생각이듭니다	6/18 21:35

김경렬	97년도 이야기인데 평촌에 살며서 서울로 출퇴근을 했답니다.	6/18 22:36

김선목	그러셨군요 94년도 전후로 장남인 제게는 힘든일이 많았는데 그때는 힘든지를 몰랐었지요 오늘 수원에서 서예를 하시는 집안 대부께서 고향에 오셔서 종형님 이신 김선원씨 예기 나누다가 추사 선생님 예기와 생가의 기념관 등 예기를 들었습니다	6/19 21:42

김경렬	요즘 화성에 계시나 봐요. 저는 아직 추사 할아버지 생가에 가보지 못했어요 부끄럽습니다. 가을에 시간을 내어야 겠습니다.	6/20 01:18

정찬열

2015-06-20 09:37

김경력 작가님! 내심 궁굼했는데 환자분들과
상담을 하시는좋은 일을하시는 군요

또한 세상에태어나 피워보지도 못하고
떠난 '마리아'님의 숭고한정신에 가슴이 뭉쿨
합니다. 김경렬 작가님의 아름다운 글향에
가슴 뿌듯함을 느낌니다.
늘 건안 하시고 좋은 글 기다립니다.


김경렬	졸작을 함께해주시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뵈오니 반가웠어요. 왕성한 활동으로 공부하시고 자격증에 수상까지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6/20 23:06

백낙은

2015-06-21 20:56

김경렬 작가님.
저는 여자 얼굴을 자세히 못 보는 터라 어제 행사장에서 뵙지 못했습니다.
뵈었어도 누구신지 모르기도 하고요. 책은 가져 갔다가 드리지 못했습니다.
010-2102-9196 여기로 주소 찍어 주시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늘 왕성한 활동 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경렬	뒷 자석에서 들어오시기에 제소개하고 악수도 했는걸요. 젊으시다는 말씀도 드렸는데요.의상도 잘 어울리시고 아주 멋쟁이 셨는데~~ 에구 서운해서리~~ 그래도 괜 찮아요 저는 무지하게 반가웠구요. 젊으시구 핸썸하신 모습 뵙고 깜짝 놀랬다니까요. 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21 22:10

백낙은	아이쿠. 이일을 어쩌나! 이름 소개하는 소리는 못 들었고 그렇지 싶어 악수는 했는데 사진과 잘 멧치가 안 되고 너무 많이 젊으신 것 같아 긴가민가 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지송하구만요. 지금 우체국에 제 책 부치러 나갈겁니다.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다음에는 젊은 분 중에서 찾으면 될 것 같네요. 옛날 사람이라 여자분들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하는 터라 다음에도 못 알아 볼런지도 모르지만요.ㅎㅎㅎ 늘 건안하시고 승필, 향필 하세요. 축복합니다.	6/22 10:01

김경렬	바쁘실텐데 괜한 걸음 하시게 해서 대단히 송구합니다. 책받는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6/22 10:50

맏이는 달랐다.

화선지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