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6-02-28 23:25

ㆍIP: 61.xxx.81

그대의 육순날
그대의 육순 날

김 경렬

음력 사월 초파일이 다가오면 사찰이 가까운 동네에는 연등이 달리기 시작한다. 우리 동네도 산사가 가까워서 예외 없이 버스 정류장부터 작은 연등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다. 남편의 생일이 가까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사월 아흐레가 생일인 남편을 위해 식구들은 빨간 날로 하루를 당겨 모이고 생일 케익에 불을 밝힌다. 그날은 손자손녀의 공연까지 재롱잔치로 특별하게 보내는 날이기도 하다. 남편의 나이 육십이던 그해에도 그렇게 즐거운 축하 행사 끝냈다. 정작 그날이 되자 왼 일인지 내 마음한구석 허전함이 몰려 왔다. 옛날 같으면 온 식구가 육순 잔치로 떠들썩한 특별한 날이다. 둘만 덩그러니 미역국을 끓여 아침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출근을 하자 혼자 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덧 결혼생활도 33년으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열심히 앞만 보고 내달렸던 세월이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의 중추 신경들이 명퇴라는 허울에 추풍낙엽 신세가 되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더니 전에 없던 싹쓸이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해도 너무 한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남편도 그 와류에 명퇴를 하게 되면서 다행히도 산하연구소에 감사로 발령이 났다. 그 당시 새 정부는 요직에 앉힐 적임자가 부족하자 룰도 어기는 건너뛰기 승진을 단행하며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한 위정자의 동향 사람들을 찾아내 마구잡이 등용을, 요직으로 종용하기도 하였다. 공무원 세계에 단단했던 위계질서가 깨졌다. 경험이 부족한 인물로 인해 정책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일종의 행정과 정책의 혼란 기였다. 삼삼오오 모이면 나라걱정으로 시종 일관이다. 남편은 명퇴 후 보직을 받았지만 30년이 넘도록 정열을 바친 공직을 떠나는 상실감에, 많이 허탈해하며 회한에 젖어 있었다.

이런 모습의 남편을 보면서, 그동안 남편에게 기막히게 서운하고 미웠던 일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오직 어떻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까 고심을 하였다. 발뒤꿈치를 들어가며 눈치만 봐야했다. 휴일이면 이리저리 드라이브를 하면서 경치 좋은 곳에서 차를 마시며 기분전환을 해주려고 노력하였다. 어느 날은 양평 호수로 드라이브를 하고 차를 마시며 그동안 서로 깊이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펼쳐보았다. 남편은 차츰 마음을 열며 응대해 주었고 평생 처음, 대화다운 대화를 하게 되면서 그동안 남편이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방에 치유되는 비책’이 없을까? 궁리를 하였다. 특별한 날이니 초촐한 저녁상을 준비하다가, 와우! 묘책이 떠올랐다. '그래 그렇게 하자!' 처음엔 생각만으로도 부끄럽고 쑥스러웠지만 그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결심을 했더니 마음이 담대해졌다. 도착 시간에 맞추어 모든 마무리를 끝내고 남편을 기다렸다.

마침내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늘 그랬듯이 옷을 받아 걸었고 남편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남편이 나오자 옷을 갈아입고 잠간 안방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남편이 옷을 입는 동안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남편은 뭔 일인가 바라보았다. 남편의 두 손을 잡아 앉히고,
“그동안 처자식을 위해 고생 많았어요. 당신의 육순 날 감사를 드립니다”
하면서 그에게 나부시 큰 절을 했다. 순간 남편은 깜짝 놀라며,
“아니 여보!, 왜 그래!”
하더니 일어나려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을 울컥거렸다. 순간 우리 부부는 서로 감동의 물결에 잠시 함몰 되었다. 저녁상을 받은 남편은 ‘뭘 이렇게 많이 차렸느냐’는 한마디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매우 겸연쩍었던 모양이었다. 남편은 본래 착하고 순한 심성인데 화가 나면 자제를 못해서, 그럴 때는 마치 영화에서 보았던 폭군 연산군 같았다. 그 순간은 억울해도 대꾸를 하지 말고 자리를 비켜야했다. 항상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 들곤 하였다. 그런 남편이 참고 있었으니 속이 오죽했으랴.

그 후 남편은 우울했던 마음들이 좀 풀린 듯, 툭하면 신경질을 부리고 고함치던 습관이 수그러들었으며 점차 부드러워 졌다. 주말이면 간단히 짐을 꾸려 정처 없이 차를 몰고 길을 떠나자고했다. 내륙으로, 서해로, 어느 날은 보름달을 마주보며 동해로 향했는데 달빛 타고 달렸던 그날의 황홀경은 잊을 수 없는 큰 추억이었다. 후일 그 때를 떠올리며 ‘여정’ 이란 시가 태어나 시인으로 등단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지금도 육순 날을 떠 올리면 생애 가장 감동을 준 날이라고 말한다. 벌써 칠십하고 중반이 되어서 심장 수술도 하고 심신이 허약 해졌지만 아직도 목소리는 가끔 기암을 하게 한다. 그래도 옆에 있어주어 고맙고 전에 없던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어 미소를 안겨준다. 요즘엔 심심하면 서점에 가자고 한다. 작가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이책 저책 고르라고 한다. 더도 들도 말고 지금처럼 오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00세 시대 답게...

백낙은

2016-02-29 10:57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아이쿠! 감동입니다.
작가님은 천상 요조숙녀고 신사임당을 머리에 떠올려 보았답니다.
저도 작가님의 바깥 어른 처럼 성질이 좀 있답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아직도 조끔 남아 있지요.
耳順 지난지가 언제인데 지금도 큰 소리 하시는 걸 보니 건강하신 겁니다.
큰 소리 못하시면 병든 거라는 생각하시고 웃으세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이제 큰 소리 치고 싶어도 남은 힘이 별로랍니다.ㅎㅎㅎ
그리고 두 분이 알콩달콩 사시는 것 보니 샘도 나네요.
두분에게 멀리서라도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요...


김경렬	위원장님 오셨네요. 불꺼진 창이 싫어서 급히 한조각 엮어 보았습니다. 시간을 조각조각 사용 하다보니 진득하니 긴 시간을 활용 할수 없어 흠입니다. 장편도 10회로 침묵 중 입니다. 바쁜일도 없이 시간만 가니 답답 합니다. 졸작을 배람 하시고 신사임당 운운 하시니 부끄럽습니다. 그냥 열심히 살아 왔지요. 3월에 여행 떠나실 예정 이시지요? 서재를 너무 오래 비우지는 마십시요. 건강 하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2/29 13:23

정찬열 2016-03-01 20:45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작가님! 알콩달콩 후반전을 멋진사랑으로 행복한 모습이 부럽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배독하고나니 웬지 나는 아내에게 커다란 짐만저주고 있는것같아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지금이시간도 아내에 만류에도 글썽이는 눈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불편함만 해소하기위해 지난해말 재발한 장애손이 화상을 크게입어 결국 지방대학병원에서도 어려움 판정이나와 서울에 8년전 입원한 병원의 딱딱한 보호자 침대에서 아내를 고생시키며 3월행사도 참석못할 수술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대의 육순날" 많은것을 생각하게합니다. 늘건안 하시고 더욱 행복한 여정이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김경렬 2016-03-02 06:10	정찬열 작가님! 어서 오세요. 칠십이 넘은 노 부부의 비밀을 밝히고나니 쑥쓰럽습니다. 이글은 남편에게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제글의 첫 독자이거든요. 작가님은 끔찍한 사고였음에도 천운으로 살아 나신 겁니다. 부인께서도 감사하게 생각 하시고 간병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화상 병원에 근무했었기에 환자분들의 후유증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고생이야 작가님이 말할수 없으시지요. 그럼에도 이렇게 작품 활동을 하시기에 얼마나 큰 표양이 되는지 문단에 자랑이십니다. 더욱 건강 해 지시고 행복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종근

2016-03-02 13:52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그대의 육순날 , 남편 분이 육순이군요.
저도 올해 육순이 되었네요. 쉰아홉과
육순의 차이는 일년 아니 하루 차인데
다가오는 의미는 다르게 느껴지네요.
살아가시는 모습에 애정이 많이 느껴지네요.
그정도 살아오면 그저 소 닭보듯이 살아가는데
좋은 모습 행복한 모습 가슴에 담아갑니다.
좋은 날 되세요.


김경렬	김종근 작가님! 졸작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육순이 되셨어요? 진심으로 축하 인사 드립니다. 작가님도 열심히 활동 하시기에 보기가 좋습니다. 건강 하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3/2 21:22

노복선

2016-03-02 15:49

아름다운 부부애의 모습이 감동적인 글이였습니다
이런 고운 마음으로 내조하는데
돌부처인들 돌아 앉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사면서 나먼저 희생하고 봉사하기보단
내게 상대가 잘해주기를 바라면서
갈등과 서운함이 생기는 거지요

바라는게 없는데 섭섭함이 생길 수가 없지요
배려와 사랑이 듬뿍 담긴 감동적인 부부애의 아름다운
좋은 글 잘 읽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김경렬	노복선 시인님! 어서 오세요. 내가 할수 있는것이라 그리 했을뿐이지요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낼부터 봄날이라 합니다. 춥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시인님은 텃밭 손질에 바빠지겠네요. 몸상하지 않을 만큼만 하시기 바랍니다. 건안건필 하세요.	3/2 21:28

김상화 2016-03-03 00:33	안녕하세요. 김경렬 작가님! 너무도 아름다운 부부애를 가진 작가님이시라 무엇을 어떻게 써야 되나 망설여집니다 그러나 아직 미숙한 초년 작가라고 이해하시리라 믿고 몇 자 적습니다.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현모양처라고 하기보다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는 느낌입니다 바깥어른도 훌륭하시지만 작가님께서는 더 훌륭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저도 결혼한 지 근 50년이 다 되어갑니다. 저의 부부도 아직 큰소리치고 다투고 하진 안았지만 내가 밖으로만 도는 바람에 작가님같이 아기자기하게는 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두 제 불찰이지요. 그래서 부인께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귀감이 되는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김경렬 2016-03-03 10:17	김상화작가님! 어서 오세요. 바쁘신 작가님께서 찾아주시니 서재가 꽉 차는 것 같습니다. 항상 마음도 따뜻 하시고 부인의 손을 꼭 잡고 다니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요? 저는 몸이 오글거려 손을 못 잡아요. 저도 결혼 47년차 랍니다. 후반기의 마무리 잘 해 나가야 할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 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덕담을 주시니 부끄럽지만 용기가 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늘 즐거운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6-03-08 20:40	공직에 있던 분들은 정권 교체시기에 많은 시련을 겪었지요, 전두환씨가 집권 할 때는 더했습니다. 제가 모시던 분도 원자력 연구소 부소장에서 갑자기 보직 해임되어 방을 비워야 했습니다. 부하 직원의 방으로 소지품을 옮겨 드렸는데, 그 망연자실 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이해 박사님은 외국 국적 소지자란 이유 때문이었지요) 어려둔 시기를 작가님께서 잘 넘기도록 힘을 주셨네요, 장하십니다. 남의 글이 아니라 더욱 감동적 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김경렬 2016-03-08 22:18	박목철 작가님! 이렇게 찾아 주시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용기 백배 추스리며 힘을 냅니다. 고맙습니다. 공무원을 천직으로 살았던 사람이었지요. 보직중에는 역대 대통령 상을 빠짐없이 탔던 사람이라서 자긍심 또한 높았지요. 하여, 그 상실감이 말할수 없었던것 같았어요. 모든건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장계숙

2016-03-23 12:38

아~~멋지십니다.
어찌 그리 지혜로우신지요.
감동입니다.
저 또한 곧 그런 과정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공직생활도 6년 남았으니 그때
서방님께 어찌해야 할 지를 작가님께 배우네요.
고운 맘에 존경을 표합니다.
저도 그리 하렵니다.
멋진 글이 제 눈을 번쩍 뜨게 만드네요.
감사히 다녀갑니다. 작가님.


김경렬	장계숙 시인님! 그리 인정해 주시니 감사 합니다, 장계숙 시인님은 마음이 깊어서 잘 지내리라 예견 됩니다만, 실은 본인의 마음이 영 ~ 그렇지 않는것이 문제였어요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시 서재에 시향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3/23 20:08

늦 둥이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