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6-06-06 12:07

ㆍIP: 61.xxx.81

맏이는 달랐다.
맏이는 달랐다
김경렬

신록이 우거지는 계절이다. 흐드러지던 꽃들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담장에는늦둥이 넝쿨 장미만 몇송이 선홍의 빛깔을 뽐내고 있다. 어머니의 생신은 유월이었다. 육남매가 다모여 북적이던 그날만큼은 어머니의 밝은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머니는 늘 아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큰오빠가 오는 날이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종일 반찬거리 준비하고 장만하면서 부엌에서 사셨다. 큰오빠는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지만 육남매 중 성격이 너무 달랐다. 차갑고 까칠한 성격 때문에 어머니는 물론 우리 다섯 동생들에게는 어려운 손님 같았다. 강원도 학교에 교사로 있었던 큰오빠는 방학이면 잠깐씩 다녀가곤 하였다. 양식을 아끼느라 봉제사 때만 흰쌀을 퍼내던 어머니가 쌀 한 되를 꺼내서 들고 나가셨다. 한 참후에 커다란 자루를 들고 오셨다. 그 귀한 쌀을 튀겨서 안고 오셨다. 큰오빠가 치통으로 퉁퉁 부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 고소하고 맛난 쌀 튀밥을 우리에게는 한 줌도 주지 않았다. 매끼니 마다 한 사발씩 물에 말아 치통 환자인 큰오빠에게 주었다. 간식은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우리는 큰오빠를 바라보며 침만 꼴깍 삼켰다. 방학이 끝나 큰오빠가 강원도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없는 집에 태어나 보신도 시켜주지 못하고 보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처럼 끔찍한 아들이 혼인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있는 것 없는 것, 모조리 쏟아내어 열흘 전부터 유과와 강정을 만드시고 잔치전날은 기르던 돼지도 잡고 여러 가지의 떡을 찌며 갖가지 음식을 손수 만드셨다. 우리 집 광을 다 털어낸 것 같았다. 이삼일동안 북적이던 손님들이 다 떠나고 그동안 남은 음식으로 몇 날은 포식을 했다. 새언니와 큰오빠가 보금자리가 있는 원주로 떠났다. 귀한 음식 많이 만들어서 온 동네 칭송을 받았지만 어머니는 추수 때까지 살아갈 걱정이 태산이었다. 과수원의 과일 솎아내기 김매기 등, 아플 새 없이 일을 하셨다. 아버지도 이사하는 집 도배를 맡아 일을 하셨고 일요일이면 중학생이던 나도 아버지를 도와 벽지에 풀칠을 하였다. 평생 과묵하신 아버지도 그런 날은 애썼다며 혼자 하는 것 보다 수월 했다고 흡족해 하셨다. 월사금을 못 내서 화장실 청소를 한 달씩 해도 새언니가 오는 날엔 함구령을 내려서 말 한마디 못했다.
어느 날 어머니 머리에 은비녀 대신 가짜 옥비녀가 꽂혀 있었다. 금비녀를 장만하느라고 없앴다고 했지만 그 금비녀를 한 번도 꽂지 않으셨다. 그 무렵 온 동네 아줌마들에게 금비녀가 유행이었다. 어머니도 알뜰살뜰 모으고 은비녀까지 팔아 장만한 금비녀였으니 얼마나 소중했으랴? 가끔씩 조용히 꺼내 보시는 모습을 보았다. 아까워서 묻어 두시는 줄 알았다. 그렇게 얼마를 지니고 계셨던 금비녀를 새언니에게 건네 주셨다. 새언니의 머리는 늘 송송 땋아 올려, 핀으로 고정하여 단정하고 보기 좋았다. 어머니는 며느리의 그 머리에 꽂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듬해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으며 몸저 누우셨다. 진단 결과 비암이었다. 이미 수술도 할 수 없는 말기에 접어들어 천공까지 생겼다. 원자력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만 받고 시골집으로 내려 가셨다, 미혼이었던 막내 동생 남매가 어머니를 돌보며 병수발을 하였다. 어머니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목이 굳어갔다. 약을 넘기지 못해 갈아서 흘려 넣으며 미음 한 술로 연명하셨다. 두 동생들 마음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동생들은 다니던 직장도 포기한 체 병간호에 매달렸지만 이년만 살고 따라오라는 유언을 아버지께 남기고 끝내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술로 달래시다가 이듬해 간경화로 쓰러지고 말았다. 마치 어머니의 유언에 부응하듯 이년간 투병하시다가 떠나셨다.
삼 사년동안 부모님의 병수발을 하던 막내 남매도 어느덧 출가를 하고 손자 재롱에 젖는 나이가 되었다. 종손인 큰오빠도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고 청소년 센타에서 학생 상담을 하며 참부모를 위한 책도 출간 하였다. 그동안 연만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종손의 도리를 다 하기위해 팔십 오 세의 노구를 이끌고, 대학교수로 은퇴한 칠 십 오세의 둘째 오빠 호위를 받으며 선산을 재정비하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선대 묘역을 선산으로 모시는 힘든 대 역사를 손수 끝냈다. 지금은 건강이 많이 약해졌지만 마음을 비우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 얼마 전 막내 남동생이 정년퇴임을 하고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막내 동생에게 땅을 내주어 살길을 열어주는 큰오빠를 보면서 역시 맏이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큰오빠가 자랑스럽다. 막내 동생은 새 삶의 설계에 부풀어 처진 어깨에 생기가 도는 모습도 보기가 참 좋다.
어떤 집은 형제간에 재산 문제로 시끄러운 법정 분쟁을 하고 소란을 피우곤 한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우애를 다지면 얼마나 좋을까? 늘 한심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큰오빠의 아우 사랑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도 장자다운 모습에 흐뭇하실 것 같다. 큰오빠의 깊고 넓은 배려에 박수를 보낸다.

백낙은

2016-06-06 14:3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작가님이 자라오신 가정의 배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네요.
남아 선호 내지는 맞이 우대 사상이 심했던 시대이니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그리고 큰 오빠의 쾌거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리라 여깁니다.
옛부터 내려오는 말 중에 맞이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가정의 화목한 모습을 보면서 "참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흐뭇한 웃음 지으며 서재를 떠납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김경렬	어머나! 잉크도 마르기전에 다녀 가셨습니다. 항상 감사 드립니다. 위원장님의 따뜻한 격려에 항상 힘을 받습니다. 요즘 마음이 바빠서 글이 잘 않됩니다. 그래도 위원장님 열의에 뒤가 캥겨서 요즘 있었던 일이라 한수 날려 보았습니다. 마치 제가 받은것 처럼 마음이 흡족 하였답니다. 오늘 등기서류를 작성 한다 하네요.	6/7 06:25

정찬열

2016-06-06 19:18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역시 장남은 태어날때 부터
어머님 뱃속에서 남다른 훈육으로
태어난시가봐요 대체로 장남은 무언가
다른데가 있는것을 느낄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맏이는 달랐다"를 배독하면서 작가님의 가정을
회상해 봅니다. 아무쪼록 결과는 가정의 화목도
부모님이 돌아가신뒤에는 장남 목이니 말입니다.
어려움속에서도 가정의 화목을 지켜내신 멋진
가족애에 박수를 보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6월이 되시길 기원 합니다.^^


김경렬	이렇게 찾아주시고 장문의 글을 주십니다. 너무 무리하시는것 아닌지요? 늘 감사 드립니다. 어느 가정이나 맏이가 잘되고 올 곧아야 가풍이 서는것 같습니다. 저희도 이번 일로 모두 훈훈한 기운을 느끼고 있답니다. 오늘 등기서류 작성하러 시골에 모인 답니다. 마음이 흡족 합니다. 뵈올날이 가까워 집니다. 몸조심하시고 요~~	6/7 06:33

김종근 2016-06-07 15:11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맏이는 달랐다. 작가님의 글을 보고 반성합니다. 저도 맏이 이거든요. 오남매 맏이로 태어나서 저의 모친께서도 작가님의 어머님 처럼 맏이들 다르게 대우를 합니다.그렇다 보니 동생들 마음 속에는 아무래도 피해의식들이 있겠지요. 저도 없는 집에서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동생들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출가 시켰습니다. 이제 모두들 자리잡고 가정을 다 잘꾸려 가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 살다가 고향 전답과 산소때문에 귀향을 하고 동생들과 어머님은 서울 살고 계시는데 맏이에게 내려 오라고 해도 한사코 거절 하시고 명절때나 한번씩 내려오십니다.서울이 살기 좋으시다고 하시지만 그것은 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서 이겠지요. 작가님의 글에 저는 반성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김경렬 2016-06-07 20:54	김종근 작가님! 공연한 글때문에 작가님 마음 부담을 드린건 아닌지요? 그러나 반성은 발전을 위한 전초전이라 생각 합니다. 동생들 다 모였을때 서운했던 이야기 들어 주시는 것도 치유가 될줄 믿습니다. 본인은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건안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석옥자

2016-06-07 22:37

김경렬 시인님이 작가의 서재도 가지셨네요?
우리시대는 맡아들 며늘이가 확연히 다르죠
요즘시대 변함이 우리 미풍 양속을 잃어가고
있는것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잘 감상하고 즐겁게 갑니다,


김경렬	석옥자 시인님! 어서 오세요. 이렇게 외진곳까지 찾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두들 그냥 들렸다 가시는데 이렇게 흔적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8 21:43

김선목

2016-06-22 00:58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자주 뵙지 못하네요
첫째라 하지 않습니까?
맏이의 자리가 중요함을 일깨워 주시네요
행사때 마다 늘 어른으로 지켜봐 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편안 하십시요.


김경렬	김선목 시인님! 오늘 낭송회 무사히 잘 마치고 그동안 수고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없는 빈집에 다녀 가셨네요. 늘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6/26 22:33

김상화

2016-06-26 17:07

김경렬 작가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을 올리셨네요
저도 맏이가 되다 보니 늘 동생들에게 미안할 때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습니다.
어느 부모든 맏이를 지손보다 끔찍이 더 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맏이는 부모와 같다는 말도 있지만, 동생들이 형을 생각하는 것보다
맏이인 형이 동생을 생각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이래서 가정에 위계질서가 형성되는 모양입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바쁘신 중에도 찾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도 맏이 셨네요, 어느 집이건 형제간에 우애는 맏이에 의해 좌우 되는것 같습니다. 늘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6/26 22:40

박목철

2016-07-10 10:39

옛 분들 특히 어머니는 장남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형에 대한 사랑이 대단 했습니다.
막내인 저는 막내를 위하는 집을 보며, 늘 불만이 많았습니다.
훗날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자립심이 강했던 저에 비해 형은 늘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다고
그냥 두면 물가에 아이를 둔것같이 불안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말로 항상 뭘 해드리고 하고는 실천을 못하는 형을 두고 저는 비판적이 었지만
어머니는 맘 아파 하셨습니다. 맘은 있는데 능력이 없어서 안쓰럽다고,
두분 다 가셨으니, 아마 저세상에서도 형은 어머니에게 의지 하며 살지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문득 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주 잘 쓰셨습니다. 글은 우선 재미가 우선이지요,


김경렬	다녀 가신줄도 모르고 죄송 합니다. 날씨가 불쾌해서 많이 힘듭니다. 찾아주시고 용기를 주시니 기분이 업 되는 시간입니다. 지금 창밖에 개구리 합창이 기운 찹니다. 양평은 살기 좋은 고장이라 부럽습니다. 더운날 몸조심 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7/11 22:18

이석희

2016-09-07 01:35

저도 맏이입니다만 맏이는 다르지요.
어디가 달라도 다릅디다.
그게 배워서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렇더이다.
왜 그런지 집안의 모든 일에
못하면 미안하고 잘하면 당연하고...
맛있는 꿀떡을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좋아 못 견디며 먹듯이 금세 다 읽었습니다.
날씨가 고르지 못하네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빈집에 다녀 가셨습니다. 작가님도 맏이셨습니다. 옛날엔 형제들이 많아서 맏이의 어깨가 더 무거웠겠어요. 감사합니다. 조석으로 선선하여 감기조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건안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9/7 14:56

딸의 일기

동강난 감사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