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04-20 15:35

ㆍIP: 118.xxx.100

말질,

말질, 소운컬럼,

우리말 중 질이 뒤에 붙으면, 그 앞의 행위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둑질이나 서방질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남과 자주 다투면 거기에도 질이 붙어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고" 로 비하되게 마련이다.
세상을 살며 남의 칭송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질 소리를 들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질 중에서 특히 질이 안좋은 질이 말 질이 아닐까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수많은 집단을 형성하며 살게 되어있고, 집단은 말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서로 의사를 전달하고 공감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굴러가게 되어 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은 모이기만 하면 남과 다투는 특성이 있다고 자학하기도 하고, 단결심이
부족한 민족이라고 스스로 자평 하는데 그런 부정적 평가도 말질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실만으로 터놓고 얘기 하다 보면 문제가 꼬이지 않는다.
하지만, 말질은 들어내지 않고 뒤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또 하나, 말의 특성을 들라 하면, 말은 한 단계 전달될 때마다 본래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말 전하기 게임을 보면, 처음에 전한 말이 나중에는 엉뚱한 말로 최종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달하다 보면 사실이 왜곡되기도 하니, 말은 전하기
전에 의미를 정확히 이해 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악의가 없이 단순한 전달상의 왜곡은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만, 악의적 말질은 경우가
다르다, 인간관계를 해치기도 하는 게 소위 말질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말질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전해 듣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여 원하는 말을 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이런 말질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상대의 말에 무덤덤하게 반응 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다.
좋지 않은 말을 전해도 무덤덤한 사람 앞에서는 말질하던 사람도 김이 빠지게 마련이다.
괜히 말하는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 준답시고 맞장구라도 쳐 주면, 말질에 말려들게 되어있다.
단순한 맞장구가 다음 전달자에게 전달 될 때는 말의 근원 제공자로 변해있게 마련이다.
"누가 그렇게 말하던데," 자신은 단순 전달자로 한발 비켜서는 재주가 말꾼에겐 있다.

주변을 살펴보시라,
모임이나 단체가 갈라서고 싸우고 깨지는 이유도 다 말질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사를 더 거슬러 가면 사람이 죽거나 다친 사화나 역모 사건도 말질의 희생인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현명한 지도자는 사적인 친밀 관계를 만드는 것을 꺼리게 된다.
하다못해 산악회나 헬스클럽도 친목 단체를 만들어 술자리를 같이하거나 개인적 친분이 쌓이면
필연적으로 패가 갈리게 되고 다툼이 시작되는 실마리가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외로운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어우러져 마음 편하게 기대고 사는 세상을 누구나 꿈꾸고 있다.
말질 때문에 자신을 철창에 가두고 산다는 것은 사람다운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적이 말질이라면 말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인간관계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이런 말질을 막으려면 우선 각자 자신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 하는게 좋겠다.
나는 주변 사람의 험담을 하지 않았는지, 들어서 득 되지 않는 말을 은연중에 전하지 않았는지,
불평불만으로 선동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본 소운도 별로 자유롭지 못 하다는 것을 알았다. -

말질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는다면,
이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자해(自害)와 같은 것이다.
말질에서 비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상에서 가능하면 남의 사적인 일에 관심을 두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나친 관심은 간섭을 낳고 또, 말질을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고개를 돌린다면 세상이 각박해져서 살 맛이 사라질 것이다.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거나 외면하는 세상은 좀 그렇다.
반대로, 알리지도 않았는데 경조사를 챙겨 주는 이웃이 있다면 이보다 정겨운 일도 없고
행복한 일이다. 세상에 나 혼자라는 느낌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고 무리에 속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전해서 나쁠 말이나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서 인간관계를 망치는 일은 서로가 자제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사회를 그려 보았다.
이런 사회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모두가 노력한다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좋은 사회의 첫걸음은 말질의 추방으로부터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백낙은 2016-04-20 20:38	소운 님. 말질이란 옥고를 읽고 보니 제게 하신 말씀 같아 곰곰히 뒤돌아 봅니다. -스스로 돌아본 소운도 별로 자유롭지 못 하다는 것을 알았다. -고 하셨는데 작가님이 그러시다면 누가 자유롭겠습니까? 총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말질에 죽은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우리 작가들이 더 큰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 사회로 부터 말질을 추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운님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김경렬 2016-04-21 06:18	옛 어른들이 말이 빠른 촐싹둥이를 양기가 입으로 갔다고 하더이다. 저는 과묵해서 손해본일도 있었답니다. 모든건 중용이 좋은것 같습니다. 해야할 말은 하고 쓸데없는 소리는 털어 버려야 하는데 ~~ 교훈이 되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6-04-21 08:50	《Re》백낙은 님 , 백낙은 위원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몸이 사려집니다. 옛 이야기도 있지요,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라는, 사실 아는 사실을 전하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이 근질거린다고 합니다. 말을 전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은 하지만, 무의식 중에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조심은 합니다. 날씨가 흐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십시요,

박목철 2016-04-21 08:54	《Re》김경렬 님 , 옛 말을 보면 참 지혜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현실에 비추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말들이 많거든요, 양기가 입으로 간다, ㅎㅎ 저도 조심해야 하는 한사람으로서, 쓰고나니 좀 그렇더군요, 아무튼 더 조심하자는 다짐으로 생각하고 올렸습니다. 일교차가 크니 감기조심하십시요 김경렬 작가님,

꽃 비,

오일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