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02-03 12:57

ㆍIP: 118.xxx.100

봄이니까,

春來不似春, 요즘은 계절도 절기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인듯하다.
우리가 어리던 시절에는 절기가 확실해서 아무리 추운 겨울도 三寒四溫의 구별이 뚜렷했다
춥거나, 덥거나, 예측이 가능했기에 어렵던 시절이지만 추위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었다.
지금같이 기후가 종잡을 수 없이 변덕을 부린다면, 겨울나기가 수월치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풍요의 세상이라 하겠다.
아무리 추워도 옷이 부실해 추위에 떠는 사람은 없다. 한동안은 무스탕이라 하는 털가죽 옷이
대세이더니, 이제는 거위 털을 누빈 방한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예전에는 겨울에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았다
군용담요로 오버를 지어 염색 소에서 염색해서 입기도 했고, 군용 야전 잠바는 최고의 방한복으로
모두가 입고 싶어 했지만, 구하기도 어려웠고 단속도 심해서 쉽게 입을 옷이 아니었다.
군용잠바를 입고 다니다 단속반에 걸리면, 등에다 페인트로 커다랗게 X 표시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요즘 게그 맨들이 웃기려고 입는 깔깔이는 최고의 방한복 대접을 받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살기가 풍요로워져서 개인적인 대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상 난동과 이상 한파가 기습하더라도 얼어 죽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진 탓인지, 봄을 기다리는 마음도 예전같이 절박하지가 않다.

한반도에 자리한 이 땅의 선조들은 겨울나기가 정말 힘든 생사의 고비였다.
복장이 부실하니 추위의 대처 방법도 나다니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고,
한겨울을 날 땔감과 식량의 비축이야말로 무사히 겨울을 넘기느냐는 생존의 조건이었다.
대게의 서민은 겨울 막바지가 되면 거의 식량이 바닥이 나, 봄이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려야
했다. 식물의 싹이 돋아야 최소한 굶어 죽지 않을 수 있기에 봄은 구세주와 같았다.

우리 삶에서 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 삶의 주기를 生長收藏(나고, 크고, 거두고, 저장하고)이라고 한다면,
겨울은 만물이 활동하지 않는 동면이요,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주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활과 의미가 비슷하지 않을까? 이런 봄이지만, 간절히 기다리는 백성도 없고
봄 또한 봄의 색깔을 잃어버린듯하여 서운한 마음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봄은 생명의 기운이 왕성한 시기이다.
비록 삶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가슴을 활짝 열고 봄기운을 맘껏 마셔보자,
입춘대길을 써 붙일 대문은 없다지만, 가슴에라도 입춘대길을 품어 보는 게 좋겠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아니더냐, 아픈 옹이에서 새 살이 돋기를 기대해 보자,

봄이니까, 소운/박목철

졸졸
시냇물 소리
언 땅(凍土)의 얼음을 녹인
대견스러운 봄의 소리,
눈꽃 송이 이고
된바람에 몸 떨더니
앙증맞은 버들강아지 수줍은 듯,
이제 봄이야!

처마가 없어
강남 제비는 어디에 둥지 틀지?
그래,
가슴에 둥지를 지어주자
따뜻한 봄소식 가득 물고 오겠지
졸졸 시냇물도 흐르고
봄꽃도 활짝 피우고,

봄은 되삶(復活)이라니
탄식은 겨울이 거둬갔으면,
시련을 견딘 옹이에서
새 살이 돋을 거야
봄이니까,

* 된바람- 매섭게 부는 바람, 뱃사람들의 북풍을 일컫는 순우리말

정찬열 2016-02-03 13:48	박목철 작가님! 내일이 立春 이라 더욱이 실감나는 글이네요 거렇습니다 . 최근에 기후를 보면 예측할수없는 온도변화에 예전에 '三寒四溫' 은 생각 속에도 잊어져 가네요 작가님의 春來不似春, 마음에 와닿는 감동에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 돌아오는 구정 명절 행운이 충만하시고 항상 건안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

백낙은 2016-02-03 17:38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春來不似春이란 말씀이 더욱 실감이 납니다. "봄은 되삶(復活)이라니 탄식은 겨울이 거둬갔으면, 시련을 견딘 옹이에서 새 살이 돋을 거야 봄이니까"라는 말씀과 같이 겨울의 시련을 견디고 새 살이 돋는 되삶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입춘대길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늘 건안하시고 향필하소서.

김경렬 2016-02-04 09:43	박목철 작가님! 입춘 대길 하시고 늘 좋은일만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시련 견딘 옹이에서 새살 이 돋을꺼야 봄이니까~~ 맞습니다. 꼭 그리 되실 겁니다. 설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6-02-04 11:53	《Re》정찬열 님 , 정찬열작가님, 요즘은 계절의 한계가 모호 해 졌습니다. 아마 봄도 온 듯 하면 금새 여름이 겠지요, 세월도 빨라지고, 온통 어지럽습니다. 나이 탓인가요? 항상 좋은 말씀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강건한 모습 오래 간직 하십시요 작가님,

박목철 2016-02-04 12:01	《Re》백낙은 님 , 글을 쓰다보면, 저는 아니라 하지만, 기독교 적인 사고가 들어나곤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 학생회 회장도 지냈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수요일이면 학생회 헌신예배를 드리기도 했답니다. 후일에는 불교 교리도 재미삼아 듣기도 했습니다. 신을 믿진 않지만 신에게 의지하는 인간의 심성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깔려있는 종교적 색채 마져 지우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좋은 날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6-02-04 12:04	《Re》김경렬 님 , 작가님의 댓글을 여기 저기서 보며 감탄합니다. 저는 글 쓰기 보다 댓글 달기가 더 어렵습니다. 협회에 글을 많이 올리지 않음도, 댓글에 대한 부담 때문입니다. 김경렬 작가님의 왕성한 의욕에 박수 보냅니다. 다양하고 시의 적절한 댓글은 하나의 창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백낙은 2016-02-08 11:26	박목철 작가님. 설날 아침 우리 작가님들 다 방문하지는 못해도 작가님은 꼭 찾아 뵙고 인사 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온 가족이 즐겁고 행복한 명절 되시고 올해는 더욱 강건하신 가운데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셔서 우리 서재를 밝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더욱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늘 보람된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박목철 2016-02-08 11:31	《Re》백낙은 님 , 수필방 대장님께서 찾아 주시고 덕담을 주시니 복받은 설날이 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열심히 관리해 주셔서 수필방이 한결 풍성해 진것 같습니다. 더욱 알찬 수필방이 되도록 미력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행복한 설 되시기 바랍니다.

김수잔 2016-02-08 12:23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 모처럼 작가님들 방으로 나들이 왔습니다 봄이니까~~ 에서 옛날의 봄과 지금봄을 잘 구분하신 글에 저도 동감이 갑니다 제가 얼릴적에는 무척 추웠지요 투터운 코트 갖인 사람들은 부자집이고 봄마다 양식이 모자라 어려운 봄을 지낸 말에서 '봄 잘 나고 있느냐는' 인사도 있을 정도였으니 흔하디 흔한 요즘세상 젊은이들은 이해를 못하겠지요 생명이 움트는 희망의 봄은 한국이나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유난히 겨울이 길어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옛날 우리 조상이 힘든 보랫고개 넘기듯 겨울 철이 지루해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아주 큼니다 다행이 이번 겨울은 많이 춥지 않아서 지구 온난화에 걱정이 아니될수 없지요 저는 이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 겨울산행으로 봄을 단련시키고 산행맛을 즐기다 보니 이곳 사람들이 즐겨 다니는 풀로니다로 겨울을 피해 가는 여행도 줄이고 있지요 입춘이 지났어니 아직은 춥지만 마음에는 벌써 봄이 싹트고 있어요 댓글 치고 너무 길었네요 좋은 글에 감사히 머물고 갑니다 오늘 구정 설 명절인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포장마차,